ogfriend
2006. 9. 27. 14:21
[퍼온글]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 조회(0) /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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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딴 생각을 한다. 멍하니 앉아 잡념에 빠질 때가 많다. 나이 탓인지, 계절 탓인지….
몇 해 전에 어느 후배가 읽다가 문득 내 생각이 났다며 메일로 보내온 글이 있었다. 술자리에서 내가 했던 말과 너무 흡사했다나…? ‘흡사해? 뭐가?’ 그땐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왜 하필 내 생각이 날 게 뭐람! 술 마시고 했던 말이면 나도 기억을 못 하는데….
그 후배가 보내온 글은 방송작가 노희경의 글이었다. 처음 이 글을 읽고서 ‘좀 엉성하긴 해도 신경을 후비는 묘한 구석이 있네~’ 신경을 후비는, 묘한 통증이 있는 글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얼마 전, 그 후배한테 안부를 전하려 메일함을 뒤적거리다가 이 글을 다시 읽었다. (흐미~, 몇 통 안 되는 메일함 맨 아래에 이 글이 있었다.-_-;;) 읽다가 돌연 우울했다.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을까? 두려움 없이….
<영리하게>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가장 바보스러운 짓일 수 있겠지….
가장 약은 척해도 제 꾀에 넘어가는 얕은 수….
왜 그런지 쓴웃음이 나왔다. 나를 버리면 그가 올까? 정말로…? 그가 올까, 나를 버리면…?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나는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 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 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아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 싶어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 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 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 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_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_노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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