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고로 하이다(Haida) 족은,
북미 캐나다 원주민의 한 종족으로서 북미 북서부 연안 문화영역의 대표적 종족이며
생업은 어로이고, 최고신(最高神)의 존재를 믿는 그들은 물고기나 새가
주력(呪力)을 가지고 있다고 믿으며 그 중 레이븐(까마귀류)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창조물로 여겨집니다. 탈, 제구(祭具), 의상 같은 미술과 공예등으로
유명하여 역사를 거슬러 다른 부족과 교역할 때에도 하이다 자신들만의
고유한 장식물과 조각물로 많은 호응을 받았고, 특히 그들의 ‘토템폴’(장승류)은
지금도 캐나다 북서부 연안의 독특한 유적으로 남아 많은 해외 관광객의 눈길을
끌고 있지요.
Haida Art
![ElieTheHaidas2_copy[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9/12009/3/ElieTheHaidas2_copy%5B1%5D.jpg)
![ElieTheHaidas4_copy[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9/12009/3/ElieTheHaidas4_copy%5B1%5D.jpg)
![ElieTheHaidas3_copy[1].jpg](http://blog.chosun.com/web_file/blog/9/12009/3/ElieTheHaidas3_copy%5B1%5D.jpg)






지금부터 제가 하고자 하는 스토리가 바로위에 소개된
"The Raven and The First Men"에 얽힌 캐나다 옛날 옛적에...이야기로서,
캐네디언 버전 ‘천지 창조’ 혹은 ‘아담과 이브’ 전설이라고나 할까요.
하이다(Haida)족 사이에서 주로 오르 내리면서 이렇게 Bill Reid의 작품들 속에
메인케릭터로 등장하는 까마귀를 주제로 한‘레이븐 설화’는 그 내용을 달리한
다양한 스토리와 여러 버전이 있으나,그 중 제법 많이 알려진것을
제 식으로 재구성해 소개해 볼까 합니다.
* 레이븐은,
까마귀 과로 무지개빛 광택이 나는 검은 털과 크고 묵직한
부리가 특색이며 몸 길이가 56~69cm 로 까마귀류 중 가장 대형

“A Raven Tale” (까마귀 전설)
대홍수가 드디어 수그러들고 주위가 고요했다.
간만에 레이븐은 물가에 널려 있는 맛난 것들을 베불리 먹으며
생애 처음으로 허기를 면한 듯한 감회에 젖어 들었다.
배도 부르고 만사가 다 내 세상이 되었지만
한가지 욕구, 말하자면 좀이 쑤셔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 성격에
이것 저것 참견도 하고 약도 좀 올려가며 세상 것들을 희롱이라도 해야
직성이 풀릴텐데 그럴 상대가 없으니 몸이 근질 근질해 미칠 지경인 것이다.
해변가를 위 아래로 뚫어지게 쳐다보며
‘이렇게 멋진 곳에 아무 생명체도 살지 않다니... 휴우...’
재미가 통 없어진 레이븐은 한숨을 폭폭 내쉬었다.
머리에 빤지르르 윤을 내어위로 곧추세우고,
날카로운 두 눈을 부릅뜨고 귀를 쫑긋, 날개를 뒤로 젖힌채
백사장을 왔다갔다 활보하면서 아차하면 뭐라도 한 껀 올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산과 바다, 하늘이 낮에는 태양으로붉게 불 타 오르고,
달님과 별님은 밤 하늘을 수 놓아 천지가 모두 아름다웠지만,
그러나 그게 전부였다. 자신과 같은 생명체는 없는 것이다.
마침내 성이 난 레이븐은 빈 하늘에 대고 울부짖었다.
그의 울부짖음이 해변가에 메아리 치고 그 메아리가 사그라 들기도 전에
어디선가 찍찍소리가 새어나왔다.
‘엉? 이게 어디서 나는 소리지?’
모래사장을 아무리 위 아래 흩어보아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위엄을 한껏 부려가며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한 차례 두 차례
세 차례씩이나 누벼봐도 역시 아무것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가 앗, 모래에서 뭔가 흰 빛이 반짝!
거기엔 모래에 반쯤 파묻힌 커다란 대합조개가 있었다.
레이븐 그림자가 그 위에 드리우자 그 속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다시 새어나왔다.
반쯤 벌어진 조개껍질 사이를 뚫어져라 들여다 보니,
그 안에는 아주 자그마한 생명체들로 오밀조밀 꽉 차있지 않은가!
처음 보는 레이븐의 거대한 그림자에 놀란 그들은 공포에 질려
벌벌 떨고 있었다.
야홋!
그렇게 지루하기만 한 나의 하루는 막을 내리고
급기야 신나는 일이!
‘그런데 이 조개껍질 속 녀석들을 어찌 꺼내야 할까나.
껍질 속에서 나오려 하지 않는다면 데리고 놀 방법이 없쟎은가.
내 모습에 놀라는 한 기어코 나오려 하지 않을 터인데...’
생각끝에 그는 자신의 고개를 한껏 숙여 조개껍질에 바짝 붙이고는
능숙하고 사기성 농후한 언변으로 온갖 교활한 방법을 다 동원해
그들을 구슬리고 아첨도 하고, 안되면 위협도 동원해 가면서
그 작은 생명체들을 어떻게서든 그 안에서 나오게 하려
벼라별 수작을 다 부리는데…

아는 사람은 다 알듯이 이 레이븐이란 놈들은 두 가지 목소리를 낸단다.
하나는 거칠고불쾌한 소리, 다른 하나는
마치 심연의 바다에서 흘러나오는 종소리랄까, 아니면
바람을 머금은 깊은 동굴속 유혹적인 저음이랄까.
아무튼 천국에서 들리는 이 환상적인 음성에 혼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이는 살아있는 생물체가 아니리니.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조개껍질속의 작은 생명체들은
하나 씩 둘 씩 고개를 내밀고 밖으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레이븐을 보자 혼비백산하여 허겁지겁 껍질속으로 다시 들어가는
놈들도 있었으나, 결국엔 그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살금살금
기어 나오고야 만다.
가만 있자...
그 조개속에서 나온 생명체들이 모두 이상하게 생기지 않았는가.
다리가 두 개인 것은 자신과 똑 같았지만, 외의 나머지는 아주 다르게 생긴 것이다.
날개나 털도 없고, 큰 부리도 없다.
피부는 창백했고, 검은 머리카락만 빼고는 모두 벌거숭이에다 평평한 머리하며,
특히 묘한 것은 자신이 가진 날개 대신에 그들은 막대기 같이 생긴 팔이란 걸
매달고선 이리저리 휘젓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최초로 탄생한 ‘인간’이란 생명체인 것을.
처음보는 이 신비로운 작은 것들을 한참 들여다 보니,
저희들끼리 옥신각신 희희낙락 서로 다투며 노는 모습이 아주 재미가 있었다.
몇가지 트릭도 가르치며 놀이에 동참한 레이븐,
그러나 아니나 다를까 금새 싫증이 나고 지쳐버렸다.
게다가 가만보니 그들에게 부족한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뜨거운 햇살과 거센 폭우로 부터 피할 공간도 없었고,
겁도 잔뜩인데다 작기는 어찌 그리 작은지.
뿐이랴, 여자창조물은 하나도 없고 순전히 남자창조물만 있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요구도 많고 귀찮게만 하는 피곤한 이것들을
도로 조개껍질 속에 집어넣어 버리고 그냥 없던 일로 할까…’
그러다가 레이븐에게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여자창조물을 찾아 나서기로 한 것이다.
‘이 세상 모든 창조물에는 암과 수가 있는 법,
어딘가에 분명히 여자아이들이 있을 것이야…’
하루 종일 통나무 아래며 바위 뒤켠이며사방팔방 샅샅히 흝어 보았지만
여자창조물 같은 것은 어느곳에서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레이븐이 그렇게 여자창조물을 찾아 헤매이는 동안 썰물이 되고
수위는 최저가 되었다. 그 때 레이븐 눈에 번쩍 띈
바위에 매달려 있는 커다란 카이튼(딱지조개류)들.
이 대형 조개들은 한개의 껍질로 되었는데
가장자리의 커다란 입술로 바위에 단단히 붙어 있었다.
레이븐이 부리로 그 중 하나를 들어올리니 그 안에는
히야! 여자아이들이 들어있었던 거다.
다른 하나를 들어 올리고, 또 하나 더….
모두 여자아이들이 들어 있었다.
이들은 저쪽 대합조개 속에 있던 것들과 아주 비슷하게 생겼지만,
좀 더 둥글지고 보들보들한 면이 대조적이었다.
자신을 보고 무서움에 덜덜 떠는 여자창조물들을 가까스로 모아
사내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왔다.
‘흐흐…여자아이들을 찾아다 줬으니 녀석들이 무척 좋아하겠지…’
했던 레이븐의 기대와는 달리, 놀란 사내아이들은 슬금슬금 도망쳐
대합조개 속으로 숨기에 바빴고, 여자아이들은 아이들대로 또 수줍어서
공포와 호기심 반반 섞인 시선으로 훔쳐보며 그룹속에 얼굴을
가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나 그 와중에서도 서로 자신들 몸을 가릴
켈프조각이나 해초들을 찾기에 바빴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