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마음학] 下山도 登山이다
“내리막길의 깊은 의미… 물러서는 지혜·용기도 비슷”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것만이 등산이 아니다. 내려가는 것도 등산이다. 어쩌면 내려가는 것이 더 중요할지 모른다. 실제로 알피니스트는 내려올 때 더 많은 사고를 당한다. 정말이지 내려오기를 잘해야 한다. 올라가는 기분이나 자세로는 자칫 넘어지기 십상이다.

산에 오를 때는 누구나 가벼운 긴장을 한다. 흥분·도전·스릴·호기심만인가? 저 산을 올라야 한다는 결심에 힘이 절로 난다. 오르기에 숨이 차고 힘들어도 거뜬하다. 이윽고 정상. 아, 그 희열과 감격이라니! 오르는 과정이 힘들고 어려울수록 정상에의 희열은 크다. 문제는 그게 오래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상의 그 벅찬 감격을 다시 맛보려면 내려갔다가 다른 정상에 올라야 한다. 정상에서 정상으로 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제는 하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된다. 조금 전 오를 때의 흥분이나 스릴, 긴장은 가시고 발걸음만 무겁다. 심지어 짜증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명심하라. 하산도 등산이다. 힘이 빠질수록 더욱 힘들여 조심해 잘 내려와야 한다. 파장 기분이어서는 안 된다.
물론 방심은 금물이다. 자칫 큰 사고를 당할 수 있다. 훌륭한 등산가는 내려오기를 잘한다. 정상에의 희열과 감격, 성취에의 기쁨…. 비록 약하지만 그 여운을 은근히 즐기면 하산길도 즐겁다. 이게 등산가의 자세다.

문제는 우리 한국인, 올라가기는 잘하는데 도대체 하산길이 익숙하지 않다. 우리는 어떤 역경이나 난관도 잘 헤쳐 나간다. 열정에서, 집념에서 누구도 우리를 따를 자가 없다. 끝없는 상향의식(上向意識)으로 계속 위만 보고 오른다. 쉼도, 멈춤도 없다. 그저 오르기만 한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한계가 있는 법인데 우리는 그저 밀어붙이기다. 절대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정상을 지켜야 한다. 어떻게 오른 정상인데! 하지만 정상을 지킨다는 것은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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