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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7 오전에는 살짝 흐리더니, 오후에는 잔뜩 흐려짐. 아침 6시쯤 도착할 줄 알았는데, 8시 반쯤 도착. 중국 장거리침대버스에는 기사겸 차장겸 해서 두세 명이 있기는 하지만 워낙 거리들이 멀어서 제 시간에 도착하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다. 과거 산동 유방에서 호남 장사 갈 때는 3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는 바람에 톨게이트에서 달달 떨지 않았던가. 우루무치와 쿠처(庫車)는 745Km라 중국 넓이의 1/6 이라는 신강지역에서는 아주 먼 거리에도 안 끼지만... 버스 내린 곳에서 중국 시외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많이 보이는 교통빈관(交通賓館)이 있다. 1층 로비에는 흔히 당연히 걸려 있어야 할 지도가 없다. 흠. 왜이러나? '나 바가지 씌울 거야'라는 표정의 호객 아줌마 한 분이 쿠처 투어를 180위안에 한단다. 안해요! 표정 관리 좀 하세요. 온갖 '삐끼'들의 유혹과 권유를 '방금 내려서 피곤해!'라는 강력한 방어로 물리치고 고민. '흠! 쿠처를 당일로 보고 오늘 '카스(喀什, 카스카르)'로 갈까?' 아니면 '내일 갈까?' 판단을 내릴 만한 정보도 자료도 없다. 지도 파는 곳도 안보이고.. 일본 총각 하나가 어수선을 피우기에 빈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장거리버스터미널까지 가서 도와줬다. 카스 간다고 한다. 어제 저녁에 왔는데 시간상 쿠처를 안 보고 바로 카스간다고... 흠! 그럴려면 바로 카스로 가지... 뭐 사람마다 사정은 다 다르니, 장기배낭객이 곤욕을 치르는 건 '시간' 문제인 경우가 많다. 교통빈관 의자에 앉아 다시 이어서 고민.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작은 키의 서양 총각 등장. 짧은 영어가 오고가고 서로간의 탐색이 끝난 후에 같이 방쓰기로 결정. '리'라고 불러 달라고 하고 영국 사람이란다. '나! 본드... 제임스 본드!' 내 이름 발음이 힘들어 늘 편하고 기억하게 쉽게 '007'이라고 주장하지만 반응은 영 아니였다. 요~ '007'작가 이안 플레밍의 고향에서 온 총각도 마찬가지로 뜨악한 표정이다. 미안하다. 작명 실력이 별로라. 아까부터 달라붙던 '삐끼', 흠. 자가호객택시운전사가 쉬고 있는 방까지 들어와서 1인당 100위안에 키질천불동, 소금(鹽)강, 쿠처고성, 청진대사(이슬람 사원) 네 군데 볼 수 있다고 한다. 지도가 없으니 완전 머리 깎인 '삼손'꼴이다. 적당한 가격인지 확인할 방법이... 기사가 들고 있는 여행 정보라고는 완벽히 없고, 거리나 가격 같은, 사진만 달랑 나온 지도를 보니 나중의 두 군데는 시내다. 앗! 이 사람이, 이럴 줄 알았어. '리'가 들고 있는 서양 배낭객들이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다니는 여행 책자를 보니 150~200위안이라고 적혀 있다. 훗! 우리나라나 일본 여행책자에서 부족한 부분이 이런 부분이다. 정말 여행에 필요한 여행 정보가 적다는 점이.. 하여간 시내에 두 군데 있다는 강력한 '결점'을 꼬투리 삼아 1인당 80위안으로 결정. 한시간 자고 난 후에 출발하기로, 우리 둘다 피곤했기에..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 십여분 지나니 다른 세상이 펼처진다. 삭막한 풍경이기는 하지만... '소금(鹽)'강.. 아! 정말 대단하다. '리'는 줄창 "어메이징!"이라고 읊더니 자기도 지쳤는지 침묵한다. 그래, 그래. 풍경 볼 때는 꼭 감탄사가 있을 필요는 없단다. 강바닥에 희끗희끗 소금기가 보이는 탓에 '소금'강이라고 한 것 같다. 과거 여기 신강지역이 바다였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이제는 바다에서 가장 먼 곳중 하나로 변했지만.
소금강은 키질 천불동 가는 길에 있다. 흠. 왠일인지 무료로 개방되어 있는 점도 신선한 느낌이다. 뭐! 길을 막기에 애매한 탓도 있기는 하지만. '리'와 같이 깊숙한 곳에 있는 습기를 겨우 머금고 있는 강바닥에 발도장을 찍고는 철수. 촐랑대다가 진흙탕에 빠져 버린 것 빼고는 만족할 만하다. 아~ '리'가 아니라 배 나온 '제임스 본드'가...
기사 : 80위안이면 비싼것 아냐. 자티 : 흠. 괜찮은 건 같은데, 얘가 비싸데. 리 : (좌우로 흔들 흔들) 자티 : 봐! 비싸다자나.. 기사 : 그럼 얼마? 결국 '리'의 연기와 '자티'의 교섭으로 일인당 '40위안'으로 낙찰. '근데 AAA가 뭐야?' 한자 문맹인 '리'가 묻는다. (자티주 : 중국여유국에서 정한 중국주요관광지 등급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AAAA급(최상)~ A급까지 있으며 중국여유망(中國旅游網, http://www.cnta.com/8-ssls/lyqd.asp)를 보시면 참고하실수 있습니다. 각 지역 여행사이트에 연결하고 한글화한 작업은 '뚜벅이배낭여행(www.jalingobi.co.kr)' '여행정보'란에서 제가 만든 '중국 AAAA급 풍경일람 2005'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시주함 비슷한,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청화도자로 만든 부처님상 하나가 동굴 가운데 모셔져 여행객으로 분노를 더 상승 시키고 있었다고 할까? 하도 조악해 보여 따라다니면서 동굴문 열어 주는 공무원(?)에게 청(淸)대 말에 만든 거냐고 물어 보니 1998년도 만든 거라고... 다른 동굴도 이 모냥이냐고 항의겸 분노를 표현하니 다는 아니고 볼만한 동굴은 100위안부터 500위안 짜리까지 있다고... 어쩐지 입구에서부터 사진기를 못 들고 들어가게 하더니 당연한 조치였지만, 이런 수작(?)이었군. 다른 곳은 '유물' 보호 때문에 사진을 못 찍게 하는 거지만, 여기 '키질 천불동'은 '사업 비밀'이 유출될까 봐 못 가지고 들어오게 한 것 같다. 하긴 '황토벽'밖에 없는 곳에 사진기가 무슨 소용있으리.. 허탈, 상실, 분노가 겹쳐진다. 자칭, '유물 보호'라는 이유로 도둑질해 간 과거 서구 열강의 탐험가나 고고학자에 대한 것도 있지만, 이런 황당한 동굴 개방으로 관광객 주머니 노리는 '키질 천불동' 행정당국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역시 '당했다'는 표정의 '리'와 나는 무려 십여 분간의 '키질 천불동' 답사를 마치고(걸음걸이가 빠르면 몇 분 안에도 끝날 수 있다) 100위안짜리 동굴이라도 보라는 '동굴열쇠지킴이'의 짜증 유발 권유를 못 들은 척 계단을 내려왔다. 정말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돈과 시간을 써가며... 씁슬해진다. 과거와 현재의 추악함 때문에... 천불동 내려오는 바로 밑에 '천루천(千淚泉)'이라는 표지판이 있길래 '리'에게 '저 뜻은 천명이 흘린 눈물이 고인 샘'이라고 알려주니 '천 두명'이란다.
'리'는 분명 돈 줬을 거라는, 손가락 두 개 비비는 흉내를 냈다. 잉? 영국에서도 같은 뜻으로 쓰이나? 바디 랭귀지로? 라는 나의 궁금증과 상관없이. 그 연구생은 연구를 다했는지 할 일이 없어졌는지 천불동 앞 화단에 핀 붉은 꽃을 연신 찍어댄다. 안내원의 얼굴이 꽃마냥 붉어진다. 그러길래 부끄러운 짓 하지말고 사세요. 협곡으로 가는 길에 보이는 풍경은 그나마 생돈 떼인 나그네의 심정을 위로한다. '리'는 연신 "어메이징"을 외치더니 곧 잠잠해진다. 뭐 사람이 한시간 동안 같은 단어만 외칠 수는 없지 않은가! 가는 길에 비상 식량인 쵸콜릿 바와 낭을 나눠 먹고는 괜히 허기만 더 생겨서 중간에 있는 가정집 같은 식당에서 신강비빔면. 기사 것까지 내주는 것이 중국여행의 예절 같은 거지만 '리'에게 영어로 설명할 일이 끔찍해서 내가 내주기로 했다. 영어 공부를 정말 다시 처음부터 하던가 해야지.. 이 집에서 내온 '차(茶)'가 너무 맛있어서 '비빔면'에 대해 기대를 많이 했는데 역시나...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리'하고 운전기사가 놀란 듯 쳐다본다. '차'가 맛있는 집은 무얼 먹어도 맛있다. 기사 것까지 8위안 냈다(자티주: 차를 대절하셨을 경우 '기사'와 같이 식사하시는 것이 일종의 예절입니다. 비용도 역시 부담하셔야 합니다).
입구 쪽에서 보이는 풍경만 해도 이미 감동 만발이었지만 들어가서 마저 확인해 보기로 결정(40위안). 중국에서 정한 AAAA급 풍경은 내가 보기에는 과장도 거품도 많이 들어갔지만 이곳 풍경구는 AAA급이라는 점이 실수 같아 보인다. 네개는 줘도 무방할듯. 중국 명승지 중에 사진 필름 제일 많이 들어가는 황산, 구채구 같은 곳이 필름 5통 정도라면 이곳은 확실히 3통은 들어갈 듯. 수만, 수십만 년 동안 내린 사막에 내린 비로 조금씩 대지를 깎아내려가 이제는 깊은 협곡만 남은, 사막기후 특성상 빗물이 한꺼번에 흘려내려가는 탓에 생긴 협곡이다. 아까부터 봐왔던 풍경의 마지막 화룡정점이랄까. 4Km 정도 걸었지만 샛길이 많아서 길이 끊어진 곳까지 가는 데 두 시간 소요. 돌아오는 데 한 시간 걸렸다. 첫 20~30분 거리는 정말 장관이었는데, 그 후로는 비슷한 풍경의 연속이고 깊었던 협곡이 조금씩 낮아지기에 조금 지루한 느낌을 준다.
과거 '구자국(龜玆國)성터'라는 곳에 와 보니 길이 10m, 높이 1m도 안되는 정말 '흔적'만 있다. 사람이 화가 너무나면 웃는 경우도 있는데 '리'와 함께 한참 웃었다.
'리'가 기사가 내준 50위안짜리가 가짜 같다고 안 받는다고 한다. 내가 대신 2위안 내줬다. 흠! '리'는 정말 경험 많은 '중국여행자'다. 잔돈 확인은 기본이지... '리'와 같이 식사. '리'는 양로우츄알이라는 신강요리의 얼굴격인 '양꼬치구이' 4개와 신강비빔면, 위구르 군만두 한개, 나는 닭고기비빔면으로. 이 집도 잘한다. 맥주만 팔면 금상첨화인데. 맥주를 안 판다. 거의 대부분 무슬림 식당에서는...
다른 곳으로 가서 가볍게 맥주 한 병씩. '리'와 같이 한 달만 같이 여행하면 '영어' 많이 늘 것 같다. 천천히 또박또박 쉬운 어휘로 말한다. 나랑 비슷한 여행 스타일이다. 흥정은 반드시 현지어로 하고, 현지 음식만 먹고, 현지인처럼 쓰는.. 샤워후 일기를 쓰고 있다. 내일 카스를 기차 타고 갈까? 아니면 버스를 타고 갈까? 내일 일어나서 고민하자. < 8월 17일 경비사용 내역 > ㅇ 이동비 : 없음 ㅇ 교통비 : 120 위안 - 택시대절 : 120위안 ('리'와 같이 총 240위안), 키질천불동, 소금강, 대협곡, 쿠처성터, 청진사 ㅇ 숙박비 : 25위안 - 교통빈관 : 2인실, 공동화장실, 공동샤워실(온수? 기억안남) ㅇ 식 비 : 14 위안 - 아침 : 커피한잔 - 점심 : 신강비빔면 8위안 (기사몫까지 냄) - 저녁 : 신강닭고기비빔면 6위안 ㅇ 관람비 : 85 위안 - 키질천불동 : 40위안 (에고 속쓰려라.) - 천산대협곡 : 35위안 - 청진사 : 10위안 ㅇ 잡 비 : 10위안 - 맥주 2병 6위안, 인터넷 한시간 2위안, 신강참외 2.4위안 ㅇ 총 계 : 254위안 * 계산 편의를 위해 사사오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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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ohmynews.com/articleview/article_view.asp?at_code=2963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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