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당시 서울예고 음악교사였던 지휘자 금난새씨가 독일에 갔을때의 일이다.

베를린 음악 대학에서 라벤스타인 선생을 만나게 된 그는 본격적인 지휘공부를 하기위해

베를린 음대에 진학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회의차 독일에 갔다가 갑작스레 체류하기로 결정한지라,

입학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나마 서울에 있을 때 독일어 공부를 조금 했던 것이 도움이 되어

이론 과목은 그럭저럭 답안을 써냈지만,

실기 과목은 쉽지 않았다.다른 응시자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그는 몹시 불안해 했다.

시험을 치른 뒤, 초조한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리던 금난새씨는 예상대로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다행이 베를린 음악 대학에서는 한국에서 전공했던 것을 고려해

작곡과 청강생으로 받아 주겠다는 연락이 왔지만

지휘공부를 하기 위해 베를린까지 와서 시험에 떨어지자 그는 맥이 풀렸다.

실망한 그는 하루종일 방안에만 박혀 고민을 하다가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때 금난새씨의 불합격 소식을 들은 라벤스타인 선생이 그를 불렀다.

자신에게 음악에 대한 희망을 준 라벤스타인 선생 앞에서

금난새씨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는 자신의 각오를 얘기하며 조용히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선생은 청강생으로 입학해 다시 도전해 보라고 그를 달래며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네가 훌륭한 지휘자가 되었을 때를 기억할 뿐,

아무도 자네가 실패한 1974년을 기억하지 않을것이네."

Posted by og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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