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었을까
정성수  










내 어렸을 적 가장 큰 소원은
밥 한 번 배부르게 먹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하얀 쌀밥에 고깃국으로 실컷
배를 채우는 것이었습니다.

꿈이라도 잘꾼 날.

건너 뜸 잔치 집에 어머니의 치마끈을 잡고
쫄랑쫄랑 따라 갈 때는
세상에서 가장 신나는 날이었습니다.

보름달 보다 더 큰
배를 안고 돌아오는 길은
달빛도 내 배를 쓰다듭습니다.

지금은 배가 고파
슬픈 날이 하루도 없는 데도
배불러 행복한 날이 하루도 없습니다.

아, 지난 유월.
정말, 우리가 보릿고개를 넘었을까요.

가을꽃이 피고
풀벌레 울음소리 애잔한 들녘에 서면
오매, 올해도 풍년이랑게, 안 먹어도 배부르제이.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당신의 그 목소리가 그립습니다.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살며 감사하며  (0) 2006.10.03
아내의 브래지어  (0) 2006.10.03
할리를 타면 자유  (0) 2006.10.03
17년 경음기 떼고 운전  (0) 2006.10.03
왕탱이와 휴전협정  (0) 2006.10.03
Posted by ogfriend

블로그 이미지
오래된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가끔들러 쉬다 가는곳..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 중 게재됨을 원치 않으시거나,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게재한 내용을 삭제하겠으니 삭제요청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모닥불 올림. Any copyrighted material on these pages is used in noncomercial fair use only, and will be removed at the request of copyright owner.
ogfriend

태그목록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5.3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