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괴르네리 델 제수 1738 바이올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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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씨가 최근 주로 사용하고 있는 악기는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에서 만들어진 ‘과르네리 델 제수’다. 연주자에게 악기 소리가 가장 중요하겠지만 일반인의 시각으로 악기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지난해 서울바로크 합주단과 협연 때 사용했던 1734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는 33년 전 25만달러를 주고 구입했지만 현재는 최소한 600만달러 이상 호가할 것으로 보여진다. 한 투자자는 같은 제작자가 만든 1743년산 과르네리 델 제수를 1980년 22만5000달러에 구입해서 1998년 600만달러에 되팔아 연평균 20%의 수익률을 올렸다.이런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그 가치를 짐작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악기가 이런 수익률을 올리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명기(名器)로서의 요건을 갖춘 악기라고 보면 최소한 연평균 10~14%의 수익을 보이고 있음이 증명되고 있다. 명기의 대명사인 스트라드바리우스 바이올린의 경우도 1970년경 15만달러에 불과했는데 현재 300만달러 수준으로 올라 매년 약 14%의 수익을 기록하고 있고 그 외 모든 악기가 가치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적 경매회사인 소더비나 크리스티의 경매자료에서도 읽을 수 있다.
그림이나 조각, 가구 같은 예술품의 가치가 지난 반세기 동안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등 현악기의 가치상승이 상대적으로 훨씬 높아졌다는 점은 잘 모르고 있다. 특히 현악기 전공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선 더욱 더 그러하다. 단순히 말해 음악이 있는 한 명기에 대한 수요와 가치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안정된 수요기반이 항상 충족되어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200~300년 전에 만들어진 명기의 수는 분명 한정되어 있기에 세월의 흐름과 함께 희소성가치는 매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연주자는 물론 수집가, 애호가, 투자자 등 현악기에 대한 관심은 날로 증가하면서 그 가치는 혼자서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솟구치고 있는 실정이다. 기본적으로 음악인이 악기를 구입하여 연주라는 기능과 함께 투자적 이익을 올리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일반인이나 은행, 기업에서 악기를 구입하여 소기의 목적을 올릴 수도 있다.
위대한 미술 작품이기도 한 바이올린은 다른 미술품과 달리 보기만을 위한 대상을 넘어 소리가 아름다울수록 악기의 가치는 더한다. 즉 최고의 명기는 음질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데 일반적으로 최고로 치는 악기는 이탈리아 크레모나 지역을 중심으로 제작된 악기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수많은 제작자들이 있지만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바이올린은 1566년 제작된 아마티를 비롯하여 17~18세기 스트라디바리우스, 과르네리 루제리, 테스토레, 토노니, 과다니니, 그란치노, 스토리오니, 갈리아노, 고프릴러 등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대략 20만달러 이상에서 거래되고 있다. 19세기의 체루티, 프레젠다, 로카, 안토니아치 등도 10만~30만달러 이상에서 거래되는 명기다. 20세기에 제작된 파뇰라, 비쟉, 가림베르티, 스가라보토 등 10만달러 이하의 악기도 상당한 가격상승을 보이고 있어 투자대상으로도 적합하다. 뿐만 아니라 당시 프랑스나 영국 등지에서 제작된 악기 중에도 비욤이나 루포 같은 명장들의 악기는 이탈리아산 악기 못지않은 명기들이 많다. 최소한 10만달러 정도 이상인 명기를 구입할 경우 투자대상으로선 적합하다고 보여진다. 일반인이 악기를 구입할 경우 믿을 수 있는 전문회사나 기관에 의뢰하면 된다. 위탁관리를 할 수도 있는데 이때에는 임대수익과 함께 장기적인 투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최상의 품질을 가진 엄선된 악기를 구입해야 한다는 전제가 수반되어야 하는데 신뢰할 수 있는 보증서나 상태를 면밀히 점검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의뢰하면 충분히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