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영글어가는 마을 '공주 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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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인근으로는 단연 충남 공주시 정안면을 꼽을 법하다. 공주시 밤 생산량의 50%, 전국 생산량의 10%(연간 3000톤)가 정안면에서 나온다. 1100여 농가 중 절반이 넘는 670여 가구가 밤농사를 짓는다.
정안면 야산엔 올해도 탐스런 밤송이가 주렁주렁 열렸다. 코스모스 피어난 들녘을 달려 밤농사로 유명한 정안면 초입에 들어서자 부드러운 능선을 그리는 야산과 산들이 포개지는 골짜기 비탈마다 어김없이 밤 나무숲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정안면은 차령 산줄기의 남쪽, 금강 물줄기의 북쪽 지역으로 밤나무 생육에 좋은 사질 양토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기후가 맞아떨어져 40여년전 부터 밤농사의 주산지로 자리 잡았다. 단택, 이치 등 조생종은 물론 중생-만생종 밤도 고루 나온다. '정안 밤'의 유명세는 대량생산지라기보다는 그 품질 때문이다. 육질이 단단해 저장성도 좋은데다, 당도가 높아 국내 최고로 친다.
▶'밤'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정안 밤 생산자협회 박상만회장이 "알고 먹으면 덧 맛있는 게 밤"이라며 운을 뗀다.
"왜, 밤 한 송이에 세 톨의 밤알이 들어 있는지 아세요? 가운데 있는 밤은 '영의정', 오른쪽 밤은 '우의정', 왼쪽 밤은 '좌의정' 이라는 뜻이 담겨 있답니다. 제사상에 밤을 빼놓지 않고 올리는 것도 후대에 정승이 나오길 기원해서 이지요."
▶갈색 추억 담아내는 '밤 줍기'
정안면 내촌리 궁둥말산 자락 1만8000평 규모 형제농원(대표 양기환ㆍ정안 밤 생산자협회 부회장). 가을을 잔뜩 짊어진 비탈의 밤나무들이 힘겨워만 보인다. 주렁주렁 매달린 밤송이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축 늘어진 가지가 이곳저곳에서 아우성이다. 여름이 지나고 동네 꼬마 녀석들의 고사리 손이 분주히 움직였건만 역부족 이었나보다. 밤나무 아래는 으레 굵은 밤알들이 수북하다. 이슬 머금은 초록의 풀섶에도, 이리저리 흩어진 갈색 밤송이 사이에도 매끈하고 토실한 밤알들이 보석처럼 빛난다. 한소끔 불어오는 가을바람은 고마운 바람이다. 그 새를 놓칠세라 '후드득~', 탐스러운 가을을 털어내기에 여념 없다. 밤나무 위에서 갑자기 밤송이가 떨어지자 정신없이 밤을 줍던 아이들 사이 비상이 걸렸다. "야! 밤 송이다! 피해!"
요리조리 밤 가시를 피해가며 밤 줍기 재미에 푹 빠진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이 골골이 메아리친다.
"야! 내 밤이 더 크다!" "나는 벌써 한 봉지 다 주웠어."
보물찾기하듯 가을을 줍다보면 어느새 밤 봉투에도, 아이들 웃옷자락에도 알밤이 가득하다.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는 김병섭씨(38ㆍ서울 노원구)는 "토실한 알밤을 주워가며 가을을 느끼게 해줄 수 있어 좋다"면서 "어린시절 고향 마을에서의 추억이 되살아나는 기분"이라고 흡족해 했다.
밤 줍기 체험은 별다른 장비가 필요 없다. 농장 입구에서 입장료 1만원을 내고 3㎏를 담을 수 있는 자루와 장갑, 도구 등을 받은 뒤 산에 올라가 밤을 주우면 된다. 주운 밤은 가져 가고, 더 구입할 수도 있다. 단 나눠 준 자루 외에 주머니에 밤을 넣어오는 것은 금지사항. 흥겨운 밤 줍기 체험에도 주의사항이 있다. 자칫 밤 가시에 찔릴 수 있어 긴 바지와 긴 소매옷, 챙이 있는 모자를 쓰는 게 좋다. 특히 샌들 종류의 신발은 피하는 게 좋다. 정안면에는 금정관광농원, 인풍농원 등에서 밤 줍기 체험을 할 수 있다.
▶가는 길=천안∼논산고속도로 정안IC~직진후 좌회전 500m 우측~정안밤생산자협회. ▶밤줍기 체험 문의=정안밤생산자협회(041-858-9046)에서 금정농원, 인풍농원 등 정안면 지역 밤줍기체험 현장을 소개해주며, 밤도 택배로 판매한다. 4kg 1만8000원. ▶그밖의 수도권 주요 밤줍기 체험 장소 ◇경기 용인시 원삼면 서전농원(031-332-8037) ◇경기 가평 건영농원(031-582-4057) ◇충남 천안 유성농장(041-55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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