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오지여행... 아침가리골 (계곡 트래킹)
2006/09/04 13:05
김신묵 조회37 추천0

조선시대의 예언서 <정감록>에는 십승지지(十勝之地) 이야기가 나오는데

전쟁(亂)이나 전염병, 흉년등에도 끄덕없이 견딜 수 있는 명당으로 추천하는 전국의 吉地를 말하며

그밖에 피난처로강원도 인제 산골짜기의 '삼둔 오가리'이야기가 나온다.


삼(3)둔은 홍천군 내면의 살둔 월둔 달둔이고,
오(5)가리는 인제군 기린면의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명가리 적가리인데,

연가리, 명지가리, 아침가리, 적가리로 해서 사(4)가리 라고도 하며

'둔' (평평한 땅)이나 '가리' (밭을 가는 일)은 밭을 일구는 곳(것)을 말한다.

예로부터 전해지기를, 난(亂)과 포악한 군주를 피해 숨어 들었던 사람들이 이곳에서 살았다고 하는데 사방에 險山들이 둘러쳐져 견고한 자연성곽을 이루어 바깥 세상에 노출이 안 된 데다 그 안에는 경작할 땅과 물이 있어 자급자족이 가능해 온 세상에 난리가 나도 능히 숨어살 수 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이를 믿고 평안도나 함경도의 사람들이 찾아 들어 한때는 아침가리골 안에 수백 명의 화전민이 살았다고 하나1960년대울진, 삼척 무장공비사건 뒤로 모두 소개(疏開)되고 이제는 두어 가구만 남아 있는 곳이다.

'아침가리'란 아침에 밭을 갈 정도의 해만 비치고 금새 져버릴 만큼 첩첩산중이라서, 또는 밭뙈기가 하도 작아 아침 나절에 다 갈 수 있다고 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하며 아침가리골은 오가리 가운데서도 가장 깊은 골짜기이다.

그아침가리 골을 다녀온 이야기이다.

■ 오지 트래킹 (아침가리골)

아침가리골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의 방태산(1435m) 과 주억봉(1443m), 구룡덕봉(1388m), 가칠봉(1240m)으로 이어지는 험준한 산맥의 북쪽에 형성된 깊디 깊은 계곡으로서 약 12~3Km에 이르는 물줄기는 방동리 갈터까지 흘러가는데 이곳에서 점봉산에서 흘러온 진동계곡과 합류되어 흘러가다가 기린면(현리)에서 내린천과 만나 소양강이 되어 인제를 지나 소양댐까지 이르는 물줄기를 형성한다.

서울에서 출발하여 양평을 지나 홍천을 경유(44번국도) 인제로 향하다가 철정검문소에서 451번 도로를 타고 우회전후 내촌면을 지나 상남면에 이르면 잠시 31번국도를 만나는데 우리가 통상 현리라고 부르는 기린면에서 다시 418번 도로를 타고 우회전하면 방동리-진동리에 이르게 된다.

방동리방동초등학교를 지나 아롱가지 삼거리에서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직진하면 진동리로 간다) 여기서 길은 다시 두갈래로 나뉘어 오른편은 방태산 휴양림으로 들어가는 길이며, 왼편은 방동약수로 가는 길인데 그 길로 약수를 지나 포장도로와 비포장도로를 따라 힘든 오르막 고갯길, 산길을 따라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

예전에는 여기부터 길이 없어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중의 오지였으나 지금은 약수터를 지나 조경동 다리를 건너 한, 두채의 민가를 지나면 지금은 폐교가 된 조경동분교를 지나게 되며 다시 구룡덕봉까지... 그리고 산 너머 월둔을 지나 홍천군 내면까지 산악도로가 이어진다.

아침가리골 트래킹은 이중에서 조경동橋부터 약 4Km 남짓한 계곡을 따라 갈터까지 내려가는 과정이며 계곡물이 굽이굽이 흐르는 까닭에 실제 걷는 거리는 7Km 남짓 되지 않나 싶고, 그 소요시간은 중간에 쉬거나 식사시간을 고려한다면 약 3~4시간은 잡아야 할 것이다.

<아침가리골....>

아무튼 아침가리골 트래킹은 조경동다리에서 시작했는데, 방동약수터에서 조경동다리까지만 해도5Km가 넘을듯~

좁고 험한 산길이 때로는 시멘트 포장으로, 때로는 비포장에 움푹 파인 길로 나타나면서 일반적인 차량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데 이 진입코스를 걸어 가는데만도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위 지도에서 방동약수터를 지나 조경동橋까지....)

4륜구동 차량은 끝까지 갈 수 있겠지만 일반 차량은 중간쯤 오르면 힘에 부쳐서 더는 오르지 못한다.

대략 약수터를 지나 중간지점쯤... 오르막 고갯마루까지는 차 타고 갈수 있지만 그 이후는 내리막 길에다 비포장으로 노면상태가 불량해서 걸어 내려가는게 좋다.

다만 트래킹을 마친후 갈터에 도착하면 고갯마루에 세워놓은 빈 차는 애물단지(?)가 되며, 이 차를 운전 할 사람이 다시 그자리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진동리 동네 사람들에게 잘 부탁하면 트럭으로 데려다 준다.

물론약간의 수고료를 드려서 인사를 하는게 타당하다.

<고갯마루를지나 내리막 산길을 걸어간다....30분 남짓 걸어내려가면 조경동 다리가 나타난다.>

<트래킹 시작점인 조경동 다리......>

계곡 트래킹에애초부터 길이란 없다.... 내가 가는곳이 곧 길이다.

수량(水量)에 따라서 내가 갈 길이 보이기도 하고 안보이기도 하는데 비가 많이 온 뒤가 아니라면 허벅지이상 물이 차지는 않는다.

따라서 흐름이 완만하고 얕은곳을 찾아 수 차례 건너가고 건너와야 한다.

그러면서 때로는 계곡물가 돌멩이를 밟으며...때로는 약간 숲속길로 올라가서 오붓하게... 때로는 물속으로 첨벙첨벙~

그렇게 가야만 한다.

<물가를 따라서 트래킹 시작...>

<땅만 찾아서,,, 흙과 돌만 밟고 지나 갈 수는 없다. 할 수 없이 물 속으로 入水... 첨벙~~~>

<한쪽으로만 가다보면 도저히 길이 없다. 이럴때는 반대편으로 건너가야 하는데.... 어쩔까 망설이는 중~~>

<할 수 없이 물을건너야 하는데 계곡물 흐름이 만만치 않다. 서로 스틱을 잡고 건너기도 하고....>

<때로는 급류에 도전하여 인간 울타리를 연결후한 사람씩 건네 주기도 한다.>

<등산용 로프를 이용하여 물을 건너기도 한다>

강원도 깊은 계곡 아침가리골의 물 흐름은 결코 방심할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콸콸거리는 급류의 형태로 우리를 위협하면서 아무곳이나 쉽게 건너기에는 만만치 않았다.

잠시의 두려움과 만나기도 했지만 함께 하는 동료들과 협력으로... 도움으로... 계곡 트래킹의 재미를 이어 간다.

8월까지는 수량이나 유속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9월쯤 되면 수량이 현저하게 줄어들어서 차라리 물줄기를 따라서 텀벙텀벙 걸어가는게 시원하기도 하고 재미있다.

<위 사진들은 8월 중순경 사진이고, 아래사진은 9월초순 사진임.... 물이 많이 줄어서 위험하지 않았다>

<급류로 흘러내리는 모습...8월 중순경이다>

이렇게 길도 없는 계곡에서물골을 따라 걷기를 3 ~ 4시간 남짓...

더운 여름날에 시원함으로 부딪치는 계곡물에 풍덩거리기도 하고, 불어오는 바람에 서늘함을 느끼면서 높은 하늘을 바라다 보면 자연의 아름다움, 그것도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그모습 그대로의 산과 계곡은 정녕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바위마다 가득한 이끼와 수생식물들은 물론 제각각으로 생긴 크고 작은 바윗돌과 물 웅덩이는 도시인들의 발걸음을 잠시 멈추게도 하고 훼방을 놓기도 하지만 이내 친근함으로 다가와 걸터 앉거나 어루만지거나...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사실을 무언으로 알려준다.

<계곡 물흐름 가운데 바위와 소나무가 멋스럽다....>

<물가의 커다란 바위에는 싱그런 이끼와 수생식물이 자라난다.... 바위를 뒤덮은 돌단풍 이파리들...>

계곡물을 따라 내려가노라면 두어개의 沼를 만나게 되는데

제법 작은 폭포처럼 落差를 두고 떨어지는 물줄기 아래 시퍼렇게 깊어보이는 연못이 멋스럽다.

<때로는 굽이처 흐르며 떨어져 내리며... 급류로 흐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잔잔한 호수처럼 明鏡止水의 모습으로 멈추어 있기도 한다.>

<지도상에 나와 있는 뚝발소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멋진 곳이다....>

계곡이 너무 깊고 인적이 드물어 오히려 조용한 곳... 아침가리 골

사람의 흔적이나 인공적인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다.

그저 좌우로 솟아오른 높은 산의 능선들 사이로 푹 파묻힌 계곡... 그 계곡을 따라 흐르는 청정수~

물 흐름을 따라 철벅이면서 하류로 내려가노라면

내가 산인지? 내가 물인지? 내가 나인지???

비가 많이 내린 여름철에 아침가리골 물살은 깊고 빨라서 우리를 위협하곤 하였지만

가을철 청명한 날 다시찾은 그 자리는 유순한 시골아이처럼 그렇게 조용히 우리를 반겨주었다.

滿山紅葉의 깊은 가을날

다시한번 찾아와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만나 보고도 싶고....

백설이 난분분하고 세상을 하얗게 집어 삼킨 한겨울에 다시 찾아와서

내 자신을 철저한 고독속에 방치한 채 사색에 잠겨 한없이 걸어 보고도 싶었다.

아침가리골은 그야말로

아래 싯귀와 같았다.

別有天地非人間(별유천지비인간)

별천지 따로 있어 인간 세상 아니네......

<끝>


Tip : 주변에 둘러 볼 만 한 곳

- 방동약수 (1670~)
- 방태산 휴양림
- 진동 계곡, 쇠나드리(바람불이) 억새, 설피밭
- 점봉산 곰배령 (유전자보호림 : 출입금지)
- 조침령 백두대간
- 양수발전소

☞ 필자 홈-페이지 : http://club.nate.com/100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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