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30. 13:41 여행,레저

옥천장가는길

 
[스크랩]옥천 장 가는 길. 2006/06/14 21:09추천0스크랩0
원문출처 : 꿈꾸는 장꾼.

올해는 장마가 일찍 시작된다고 라디오에서 들었어요.

해마다 오는 장마이니 걱정한다고 오지않을것도 아니고 장마준비를 해야겠다 마음속으로 생각했지요.

오후에 비내릴 확률이 팔십프로라는 말을 듣고 오전장사라도 해 보려고

꾸물꾸물 잔뜩흐린하늘을 이고 새벽에 장엘 나갔어요.

시골사람들은 참 부지런해요.

새벽같이 장을 보러 나오는 사람들이 그래도 꽤 있었어요.

주머니가 제법 차 오르게 반나절 장사를 했는데 정오가 지나니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전을 접고 장구경을 했습니다.

늘 다니는 장이지만 장구경하는 일은 참 재미있어요.

비오는_장날.jpg

평생을 그렇게 살아오신 하루라도 일을 하지 않고 쉬면 안되는 줄 아시는 당신.

그 어머니들께서 장을 지키고 앉았습니다.

앵두아줌마.jpg

비를 피해 가계처마밑에 자리를 잘 잡으신 아주머니는 농사지은것을 들고나와 신발도 벗어놓고 완두콩을 까고 계셨어요.

아주머니께 완두콩을 사고 앵두를 샀는데 감자도 사가지고 가라고 제 눈동자를 잡고 놓치않아서 사가지고 왔습니다.

<아주머니 저도 오늘 못팔았어요. 하려다가 말았어요. 헤헤>

지금 감자 삶고 있습니다.^^ 맛있는 냄새납니다.

오돌개와_앵두[1].jpg

오돌개(오디)를 몇개 집어먹었더니 입술과 혀가 까매졌어요. 달고 맛있어요.

빗줄기가 점점 굵어져 장터 한바퀴를 돌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옥천장 가는 길.>

밤마실 나와 잡혀 온 올갱이가

몸을 비틀며 팔려 나간다.

"가을 올갱이는 어지럼병에 좋지요."소리치는

네 목소리에 내가 어지러워지는 가을 날.

장날마다 생기나게 춤추던 내 영혼은

삼양리교각부터 금구리까지 나풀거리며 마실간다.

"꼬리가 살랑살랑

눈깔이 말똥말똥한 생선이 왔어유

팔딱팔딱 뛰노는 오징어도 있슈"

"아줌마!

다섯켤레 천원하는 양말 신어봐.

질긴 것이 사람목숨보다 더햐'

삼양리 교각부터 금구리까지옥천장은 길기도 하지.

맵기가 시집살이보다 더하다는 고추앞에 놓고 앉은 아줌마

마늘농사 잘 지어온 아저씨의 검은 살갛위로 쏟아져 내리는

한나절 뙤약볕이 삶의 무게를 잰다.

시할머니 병수발 3년.

시어머니 병수방 5년에 떠나보내고

시아주머니 병수발한다는 두부장사 아주머니의

그렁그렁한 눈매에 노을은 지고

애미없는 손주녀석 과자값한다고

호박여섯개 들고온 할머니의 낙엽같은 손등에 파장은 시작되고

"새댁은 젊은디 왜 이짓을 하는겨

서방놓고 시집을 가도열두번은 갔겄는디..."

약장수 아주머니의 말에 분내나던 향기 훔쳐내고

쌀 두말 팔아가지고

돌아오는 옥천장.

2001년. 가을에 써놓은詩 입니다.





방랑자/박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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