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땅에서 깨닫는 것/안희환
2006-04-27_AM_07_32_35.jpg


주님
마른 땅에 비가 필요합니다
갈라져 깊이 파인 채
갈수록 굳어져가는 땅
두 손 모아 붙여보지만
모아지지를 않습니다.


주님
수고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개울물을 끌어들이려
땅을 파 골을 내었지만
개울은 땅을 살리기도 전에
제풀에 말라버렸습니다.


주님
파내려가도 솟지 않는 샘
땀이 다 말라버릴 때까지
괭이질을 해도 그대로
축축해지지조차 않는 절망
부질없는 삶이었을 뿐입니다.


주님
다만 당신이 내리시는
한줄기 빗줄기가 필요합니다.
조건없이 부어주던 물줄기
그것이 생명줄기였음을
메마른 땅에서 깨닫습니다.


이 척박한 땅에서

Posted by og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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