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우환(識者憂患)
한문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닌데, 이 폴더에 고전을 올리다 보니, 한계에 부딛칠 때가 자주 발생한다.
이것 저것 찾다가 문득 '지첨지 사위의 고함소리'가 생각나 적어 본다.
'식자우환'의 유래로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다.
호랑이가 사람을 물어가던 때의 일이다.
호랑이에게 화를 당하는 일이 빈번하고 보니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는 산촌에서는 해 지기가 무섭게
통행이 금지되고 적막한 공포감이 마을을 뒤덮곤 했다.
이 같은 산촌에 하루는 지첨지네 사위가 처가에 왔다.
지첨지와 사위는 문자쓰기를 좋아하여 일상 쓰는 말도 문자를 많이 썼다. 이렇게 문자를 쓰는 것은
마을 사람들에게 유식한 사위를 두었다는 유세를 부리기 위함이었다.
그날 밤 그 산촌에는 이상한 고함소리가 몹시 다급하게 울려 퍼지고 수 없이 반복되었다.
놀란 마을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몹시 다급한 것은 분명한데, 무슨 말인지 도
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원산지호(遠山之虎)가 자근산래(自近山來)하여
오지장인(吾之丈人)을 착거(捉去)하니
유창자(有槍者)는 창지이래(槍之以來)하고
유궁자(有弓者)는 궁지이래(弓之以來)하고
무창무궁자(無槍無弓者)는 봉지이래(棒之以來)하여
오지장인(吾之丈人)을 구지(求之)하라."
(먼 산의 호랑이가 가까운 산으로 와서 우리 장인을 물고 갔으니 창을 가진 자는 창을, 활을 가진 자
는 활을, 창도 활도 없는 자는 몽둥이를 가지고 와서 우리 장인을 구하여라.)
고 외쳐 댔으니, 산골 사람들이 알아 들을 수가 없을 수 밖에.....
궁금히 여긴 마을 사람들이 다음 날 아침 지첨지댁을 찾아가 보니 집안이 온통 울음바다였다.
간 밤, 집으로 뛰어든 호랑이를 보고 기절을 했다가 아침에 정신을 차려보니 아버지가 안 계신다는
것이다.
화가 치민 주민들이 사위를 묶어 관가에 끌고 가 고발을 했다. 자초지종을 들은 원님은 사위를 꿇어
앉히고 파륜(破倫)을 꾸짖었다.
"이 놈아 문자를 쓸데가 따로 있지 처부모도 부모이거늘 호랑이에게 물려가는 장인을 구해야 할 위급
한 때에 촌민들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어려운 문자를 써서 구출을 못하게 하다니, 너 같은 놈은 죽어 마
땅 하렸다. 네놈도 오늘 밤 산중에 묶어두어 호랑이 밥이 되게 할 것이다." 하였다.
그러나 이 사위는 아무 표정도 한마디 대답도 없었다. 슬그머니 화가 치민 원님은 우선 태형으로 다
스리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 어찌된 일인가?. 형틀에 묶인 채 볼기를 맞던 사위가 대답 반, 애원하기를,
"아야, 둔야 갱불용문자호아(我也, 臀也 更不用文字乎)아
(아이구, 내 엉덩이야, 다시는 문자를 못쓰겠네) 하지를 않는가.
이 광경을 보고 있던 원님도 하도 기가 막혀,
"어허 불쌍한 놈 같으니, 그만 풀어줘라, 식자(識者)가 우환(憂患)이로고... 하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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