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30. 16:39 여행,레저

투르판

가장 뜨거운 삶 '투루판'
실크로드에 가다

▲ 교하고성의 남은 유적들은 신비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우무루치에서 시작한 여정이 처음으로 투루판에 멈춘다. 고속도로와 함께 달리는 산은 이어졌다 끊어지고, 길에 가까이 왔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한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황무지 풍경에 광활한 신강에 왔음을 알겠다. 두렵다. 옛날 사람들은 이런 길을 어떻게, 왜 다녔을까. 종교가 무엇일까, 비단과 향료가 그렇게나 중요한 것일까.

▲ 여행객을 위한 낙타는 화염산의 기념사진을 찍기에 적당하다.
‘훅’ 하고 불어오는 바람은 일명 ‘히터 바람’. 마치 히터기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달구어진 공기가 불어온다. 해수면 보다 낮은 땅, 가장 더운 곳인 투루판에서 40도가 넘는 여름은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다. 그래서 더위를 피해 흙집을 짓고 옥상에 침대를 내놓고 자는 것은 투루판에서 누구나 하는 일이다. 하지만 뜨거운 햇살 덕에 과일은 당도를 더하고, 히터 바람에 포도와 살구는 몇 년 동안 보관해도 상하지 않는 말린 과일이 된다.

불을 뿜어내는 화염산

▲ 집 지붕으로 올린 포도덩쿨 아래 그늘은 먹고 자는 생활공간이다.
한 낮의 더위는 사람들을 밤으로 내 몰았다. 해가 지는 것은 9시가 넘어서이고 이때부터는 한적했던 거리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먹거리 판이 벌어진다. 작은 꼬마전구에 의지해 당구를 치고, 꼬치를 굽고 맥주를 마신다.

가장 더운 땅인 투루판에서도 화염산은 제일 뜨거운 곳이다. 풀 한 포기 없이 자갈과 바위만으로 이루어진 황량한 주변에선 그늘 한 점 찾을 수 없다. 지표의 온도를 나타내는 거대한 온도계는 60도를 가리킨다. 한 여름에는 이보다 더 올라간다고 하니 땅에 날계란을 잠시 묻어두면 금방 구운 계란이 되고 만다. 지표의 열기가 금세 얼굴까지 전해져 후끈하게 느껴졌던 투루판의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다. 멀리 이글거리는 화염산이 보인다. 한 면을 막은 화염산의 표면은 맹수가 할퀴고 지나간 것처럼 골이 심하게 패여 있고, 산을 통과할 만한 골짜기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한쪽을 완벽하게 막은 것이다. 건너편으로 가려면 돌아서 가든가 손오공처럼 거대한 부채를 구하고 군두운을 타야 할 듯 하다.

조금 걸었더니 화염산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걸으면 될 듯한데 어쩐 일인지 산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뒤 돌아보니 온도계와 여행객들이 멀어졌을 뿐 열을 토해내는 화염산은 조금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혹시 이것도 신기루일까. 다리를 타고 올라오는 열이 금세 머리까지 전해지지만 건조 기후인 탓에 숨이 막히진 않는다. 쩍쩍 갈라진 바닥엔 연 강수량 16mm라는 이곳에도 비가 내렸었는지 물이 흐른 자국이 남아있다. 비를 상상하기 힘든 화염산, 혹시라도 비가 내린다면 ‘치익~’ 고 요란한 소리를 낼 것 같다.

절벽 끝의 극락 베제크리크 천불동

▲ 베제크리크의 둥근 지붕은 이슬람과 인도의 영향인 듯하다.
가장 뜨거운 자연인 화염산을 지나면 뜨거운 종교애를 만날 수 있다. 황토 빛 절벽이 이어지고 그 사이로 난 길을 따라가다 멈춘 곳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사막 한 가운데이다. 하지만 절벽 아래로 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생각지도 못한 석굴군이 펼쳐진다. 위구르어로 '아름답게 꾸민 집'이란 뜻의 베제크리크는 9~10세기경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후 지속적으로 굴이 추가되고 내부 벽화가 그려져 지금은 약 80여 개의 석굴을 갖고 있다.

▲ 베제크리크 근처의 손오공과 삼장법사 상은 서유기의 분위기를 더한다.
하지만 내부의 프레스코 벽화와 불상은 1900년대 초반 들이닥친 약탈자들에게 거의 빼앗겨 버렸다. 심지어 벽화까지 뜯어갔고, 이제야 얼마 남지 않은 벽화와 관람객 사이에 철망이 쳐져 안타까울 뿐이다. 무심코 지나가기 쉬운 지형을, 아래서 올려다보지 않았다면 찾기 힘들었을 곳을 용케도 찾아낸 것이다. 이런 약탈의 흔적은 실크로드 여행 중 수없이 접하게 되니 이것도 실크로드의 역사라고 할 수 있을까. 둥근 돔의 지붕에서 이슬람과 인도의 흔적을 느낀다.

베제크리크로 들어가기 전 주차장 앞에는 손오공과 삼장법사의 상이 있고 그 옆으로 관광객을 위한 낙타가 있다. 낙타를 타고 가는 곳은 앞으로 펼쳐진 거대한 모래산, 바로 화염산의 뒤편이다. 굵은 골이 패인 앞면과 달리 뒷면은 고운 모래로 덮여있다.

사라져 버린 아름다움, 교하고성

▲ 중앙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서 교하고성을 구경한다.
비록 폐허가 되었을지언정 실크로드의 역사를 말해주는 유적지와 유물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투루판의 교하고성이다. 하나의 강이 갈라졌다가 다시 만나 중간에 만든 하중도의 섬에 만들어진 교하고성은 강물이 만든 절벽이 자연스럽게 장애물이 되어 요새가 되었다. 지금은 뜨거운 햇볕 아래 진흙을 이용한 건축물들이 흔적만 남아 있지만, 기원전에 건설되어 차사국의 도읍지로, 당 왕조에는 안서 도호부가 설치될 정도의 큰 도시였다. 하지만 13~14세기 경 전쟁으로 파괴된 이후 몰락하게 되었고, 덥고 건조한 날씨 덕에 보존상태가 좋은 유물들은 투루판 혹은 우루무치 등의 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교하고성이라고 쓴 간판을 지나 낮은 언덕을 올라가면 벽돌이 깔린 길이 이어지고 양쪽으로 사막인 듯 유적인 듯한 광경이 펼쳐진다. 짙은 황토빛 기둥, 땅을 파서 만든 스러지다 만 건물들이 오랜 역사를 말해준다. 관청가였던 곳 혹은 민가, 사원 등으로 사용된 곳을 확인할 수 있으며, 간혹 기괴한 모습으로 서 있는 곳에서는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한다. 교하고성을 걷는 일은 쨍한 햇볕아래 그대로 노출되는 것이지만, 건조해서 그늘로 들어가면 금세 시원해진다. 걷기에 좋도록 바닥에 벽돌을 죽 깔아 놓았지만 어쩐지 편리하다기 보다는 물 위에 기름이 떠 있는 느낌, 이 길 때문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했다고 한다.

투루판이 존재하는 힘, 카레즈

▲ 지하수로인 카레즈는 나무가 있는 곳은 그대로 나무를 살렸다.
강수량보다 증발량이 많은 투루판에서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아갈까. 게다가 수많은 포도밭의 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아무리 천산의 만년설이 무궁무진하게 녹아내린다 한들 투루판에 도착하기 전에 다 말라 버릴 텐데 말이다. 이러한 의문의 답은 카레즈라고 하는 지하수로에서 찾을 수 있다.

멀리 천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증발하지 않도록 인공의 지하 수로를 파서 투루판을 비롯한 여러 지역까지 끌어들이고 물이 필요한 지역에서는 카레즈의 수로가 지나가는 곳에 우물을 만들어 물을 길어 올렸다. 이러한 지하수로는 투루판에만 1천여 개가 있고, 전체의 길이는 5,000km가 넘는다고 한다. 카레즈는 생명의 줄이기 때문에 대를 이어 지속적으로 건설되었으며, 건설 기술자는 마을 사람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한다.

카레즈의 물은 세차게 흐르는데, 시원하고 맑다. 내부는 서서 다녀도 될 만큼 높고, 나무가 자라는 곳은 나무를 그대로 살려두었다. 중간에 지붕이 없는 구간도 있어 지하지만 자연 조명만으로도 충분하다. 인형으로 카레즈를 건설하는 모습, 우물에서 물을 퍼가는 모습 등을 만들어 놓았다. 이런 카레즈가 중동이나 북 아프리카에서는 카나트로 불리고 있다.

신비의 맛 포도를 만나다

▲ 여행객을 위해 개방된 포도원에서는 위구르족의 가무를 즐길 수 있다.
투루판에서 가장 흔한 과일은 포도와 메론, 수박 등이다. 건조한 기후라 당도가 높은데 특히 포도는 씨가 없는 최고의 특산품이다. 거리는 물론이고 주택이나 상점 등 작은 공간만 있어도 포도 넝쿨을 볼 수 있는데 열매는 먹고, 그늘은 휴식의 장소로 이용된다. 8월 말이면 투루판 전역에서 포도축제가 열리는데 금방 딴 포도를 저렴한 가격에 실컷 먹을 수 있다. 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2층의 벽돌 건물로 벽을 다 막지 않은 것이 있는데 이곳이 과일을 말리는 건조장이다. 바람과 열기, 건조한 공기로 이틀이면 마른다고 한다.

투루판의 포도는 의외의 장소에서 재배되는데 바로 황량한 사막의 산 아래 골짜기다. 이런 곳으로 물이 흐르는 것은 물론이고 지형적으로 다른 곳에 비해 기온이 높기 때문이다. 포도 농장들은 여행자를 위해 개방되는데, 주렁주렁 열린 포도송이들 사이를 시원한 산책할 수 있다. 신나는 음악과 춤을 선보이는 위구르인들은 여행자들이 들어서자 함께 춤을 추고 기념사진을 찍는다. 농장 주변으로는 멀리 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콸콸 흘러 울창한 포도 덩굴과 함께 사막 속의 오아시스를 실감하게 한다.

저녁의 은은한 정취가 풍기는 소공탑

▲ 소공탑은 진흙벽돌 건물이지만 그 정교함은 매우 아름답다.
투루판 시내에서조금 떨어진 소공탑은 37m의 거대한 탑이 솟아 있는 이슬람 사원이다. 진흙 벽돌로 지은 사원은 흙의 색과 질감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벽돌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지 싶다. 십자형으로 벽에 구멍을 내고 특히 첨탑에 만들어진 문양은 세심함이 돋보인다. 색이 없어도 이렇게 화려하고 정교할 수 있는지 목이 아프도록 올려다본다. 아쉽게도 내부는 들어가 볼 수 없었지만, 나선형의 계단으로 걸어 저 높은 첨탑에 오를 것을 생각하니 땀 꽤나 흘릴 것이 예상이 되긴 한다.

소공탑 진입로의 자연스럽게 조성된 마을, 입구의 잡화상에서 투루판 사람들의 생활상을 본다. 여러 갈래로 길게 머리를 땋고 오색이 선명한 원피스를 입은 위구르 여인들은 비록 건포도를 사라고 집요하게 요구할지언정, 카메라 앞에서만은 어떤 모델보다 자연스럽고 친절한 미소를 보여준다.

▲ 긴 머리를 여러 갈래로 따는 것은 위그르 아가씨들의 풍습이다.

'여행,레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명산보기  (0) 2006.09.30
산에 오르는것은 산품속에 안기는것  (0) 2006.09.30
아름다운 뉴질랜드  (0) 2006.09.30
제주여행경비  (0) 2006.09.30
물반고기반  (0) 2006.09.30
Posted by ogfriend

블로그 이미지
오래된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가끔들러 쉬다 가는곳..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 중 게재됨을 원치 않으시거나,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게재한 내용을 삭제하겠으니 삭제요청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모닥불 올림. Any copyrighted material on these pages is used in noncomercial fair use only, and will be removed at the request of copyright owner.
ogfriend

태그목록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4.10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