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의 땅 티베트로…’ 꿈을 싣고 달린다
2006-08-27 16:19 | VIEW : 6,136
호자이의 중국 칭짱철도 탑승기 2편
중국인들의 ‘서부개척시대’는 시작되었다
중국대륙을 기차로 횡단하는 여정은 매력적이다. 50여 년간 '죽의 장막'에 가려있던 중국은 현대 한국인에게 어쩌면 아메리카 대륙보다도 낯설다. 대륙적인 풍광을 질릴 정도로 구경할 수 있는 것 외에 철도여행의 또 다른 장점이란 가깝게 접근하기 힘든 중국인민들과 친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T27열차의 일반석 모습. 꼬박 2박3일을 여행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일반석을 타기에는 부담스럽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이 같은 장거리 기차여행에 익숙한 모습인지 48시간 동안 큰 불평 없이 기차여행을 즐기는 듯 보였다.

표가 없던 불안한 신분에서 벗어났으니, 기차의 맨 앞부터 뒤까지 차근차근 순례했다. 15칸으로 구성된 T27열차(중국인들은 '칭1호'라 부른다)는 2량의 1등칸, 8량의 2등칸, 3량의 3등칸, 그리고 1량의 식당칸으로 구성됐다(다 합치면 15칸이 아니라 14칸인데?). 800명에 달하는 승객 가운데 서구인은 4~5명에 불과하다. 한국인과 일본인도 몇 명은 있을 텐데 중국인과 닮아서인지 분간이 되질 않는다. 중국인들은 긴 기차여행에 익숙한 듯 가방 가득 음식을 싸왔고, 3등칸에선 언제나 그랬다는 듯 열차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누워있는 승객들도 있다.

48시간을 꼬박 좁은 기차에서, 그것도 말동무 없이 지낸다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한시라도 옆 좌석의 중국인들과 친해질 필요가 있었다. 4인 1실의 침대칸에는 두 가족이 탑승 중이었는데, 양쪽 모두 어머니와 아들로 구성된 점이 특이했다. 모두 칭짱철도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었다.

먼저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는 황위(黃羽ㆍ21)씨. 베이징 인근의 자그만 도시가 고향이라는 그는 50대의 어머니와 함께 티베트로 가는 중이다.
"아버지가 칭짱철도 공사 일을 하셔서 티베트에 오래 계셨어요. 그래서 오랜만에 아버님을 뵈러 가는 길이에요."
이들 모자는 서울에서 왔다는 필자가 무척이나 신기했던지 먹을 것을 권하며 호의를 베풀었다. 그러나 짧은 한자 실력으로 속 깊은 대화를 나누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두 번째 가족은 칭짱철도의 후폭풍을 짐작하게 했다. 중국 남부의 우한(武漢)에서 베이징을 거쳐 왔다는 40대 여성과 아들 유웨이팅(20)씨. 이들은 커다란 가방을 무려 3개씩이나 안고 있어 한눈에도 평범한 관광객으로 보이지 않았다.
"티베트에서 장사를 해볼까 해요. 사실은 한국에 가서 일하고 싶었는데, 신천지인 티베트로 방향을 돌렸어요. 혹시 티베트가 맘에 들지 않으면 한국에 갈지도 모르니까, 연락처를 좀 주세요. 호호…"

 
T27 열차 1등석 내부. 한 방에 4개의 침대가 설치됐다.
장기간 여행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인들과 친해질 수 있다.

젊은 모자는 집요하게 필자의 연락처를 요구했다. 특히 한창 혈기왕성한 아들은 끊임없이 나와의 소통을 원했는데, 자신의 영어가 부족하다고 느끼자 급기야는 우한에 살고 있다는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통역을 부탁하는 투지까지 보였다. 그의 여자친구가 통역해준 정황은 이렇다.
"한국은 내게 꿈의 신천지에요. 제 휴대전화는 삼성 제품이고, 음악은 한국가수 것만 들어요. 특히 이효리와 장나라가 좋아요. 이번 월드컵에서도 한국을 응원했다니까요. 나중에 한국에서 살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가능할까요?"
이 두 모자와의 대화에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중국인의 티베트 이주가 본격화했다는 것. 티베트는 중국인에게 거대한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다. 막대한 지하자원의 존재는 차치하더라도 사시사철 엄청난 수의 관광객이 몰리고 있다. 특히 중국인에게 티베트는 값 싼 노동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이제 중국은 칭짱철도를 활용해 본격적인 ‘식민경영’에 들어가는 것으로 비친다. 마치 1930년대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철로가 놓여질 때처럼.

“56년간 중국땅이었지만…”
유웨이팅 모자의 집요한 등쌀에 잠시 식당칸으로 몸을 피했다. 한 젊은 미국인 관광객이 중국인과 함께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티베트에 대한 서구인의 생각이 궁금해 말을 걸어봤다. 그런데 조금은 귀찮다는 표정이다. 그는 히말라야 트레킹을 위해 중국인 친구와 함께 티베트로 가는 길이라도 했다.
"글쎄…중국인들이 심혈을 기울여 건설했다고 하는데 아직까진 별 차이를 못 느끼겠다. 비행기의 반값이긴 한데 지겹다. 앞으로 또 티베트에 갈 기회가 있다면 비행기로 가야 할 것 같다."
미국인과 동행한 중국인 여성에게 “어째서 중국인들이 칭짱철도에 이처럼 열광하고 티베트로 몰리는 것이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는 예를 들어 답한다.
"만약 북한으로 철길이 뚫려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면 한국인들은 북한으로 안 갈 건가? 중국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티베트는 56년간 중국 땅이었지만 접근하기 힘든 곳이었다."
유사 이래 단 한번도 역사와 문화가 겹치지 않았던 티베트를 자연스럽게 중국 영토라고 말하는 중국인의 대담함이 무섭게 다가왔다.


 
시닝역에 설치된 칭짱철도 개통 환영 간판

간쑤성(甘肅省) 란저우(蘭州)에 닿은 것은 오후 4시. 바깥 풍광은 점차 대륙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산세가 깊어지지는 것은 물론, 하천 또한 깊은 침식작용으로 위협적인 협곡의 모습을 드러냈다. 시뻘건 흙탕물과 대비되는 회색빛 풍광이 음울하다.
기차 여행을 하게 되면 매 순간 허기를 느낀다. 그런데 같은 도시락을 여러 번 사먹고 보니 또 다시 식당칸으로 향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정차역에서 파는 과일과 옥수수에 손이 갔다.

 
T27열차에서 제공하는 도시락.

이 기차는 48시간 동안 6번 정차하는데, 란저우는 거리나 시간상으로 꼭 중간쯤에 위치한다. 란저우는 시안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바로 철길 실크로드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간쑤성의 수도인 란저우에서 서북쪽으로 향하면 우루무치가 나오고 곧장 서쪽으로 향하면 칭하이성(靑海省)의 시닝에 도달한다. 언론에 크게 보도되진 않았지만 2001년에도 칭짱선의 개통과 비슷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 있었다. 신장성(新疆省)의 수도인 우루무치와 최서단 국경도시인 카슈가르를 잇는 1500㎞의 남신강철도가 완공된 것이다. 신장 지역 역시 독립운동이 활발했기 때문에 이 때도 중국은 떠들썩하게 승리를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호자이의 중국 칭짱철도 탑승기▼
中 ‘칭짱철도’ 고공 인해전술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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