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30. 15:39 여행,레저

은빛갈치

은빛 갈치, 칠흑 같은 밤바다를 수놓다
갈치 계절이 왔다, 목포 갈치잡이 떠나자!
목포·영암=글·김성윤기자 gourmet@chosun.com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 adamszone@chosun.com
입력 : 2006.08.24 09:22 17'

“갈치낚시 정말 쉬워요. 애들도 해요.”

“낚시는 태어나서 처음 해본다”며 걱정하자, 목포낚시가이드’ 정현균씨가 안심하라며 건넨 말이었다.

정씨의 배는 오후 6시 30분쯤 전남 영암 삼호방조제 앞바다에 떠있는 낚싯배 ‘만득호’에 닿았다.

만득호 선주 배행채씨가 낚싯바늘과 케미라이트, 봉돌을 꿴 릴낚싯대를 건넸다. 미끼로 쓰는 빙어가 잔뜩 담긴 1㎏짜리 비닐팩도 줬다. 한눈에 봐도 비닐팩에 든 빙어가 100마리는 넘어 보였다.

“이 많은 빙어를 오늘 다 쓸 수 있나요?”

“그럼요. 갈치가 얼마나 많이 잡히는데요.”

영암 삼호방조제와 목포 영산강하구둑 인근 평화광장 앞바다에는 8월 말부터 11월까지 갈치낚시를 하려는 사람들이 전국에서 몰려든다. 영암과 목포가 갈치낚시 명소가 된 건 2~3년 전부터. 영산강하구둑과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민물에서 흘러 들어오는 붕어, 잉어, 피라미 등 풍부한 먹이를 따라 갈치떼가 몰려든 것으로 추정된다. 항구 깊숙이 있기 때문에 파도가 잔잔해 위험하지도 않다.

낚싯바늘에 빙어를 끼우고 낚싯대를 드리웠다. 배행채씨는 “갈치낚시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했다. “갈치는 미끼를 바로 먹지 않아요. 톡톡 건드리면서 조금씩 갉아먹죠. 먹어도 안전한지 확인해보는 거죠. 이때 낚싯대를 낚아 채면 절대 갈치 못 잡아요. 낚싯대가 ‘까딱까딱’ 움직이면 그대로 놔둬요. 갈치는 조심성이 많아서 먹다가도 가버리는 수가 있어요. 조금 기다리면 낚싯대 끝이 아래로 쑥 내려가요. 갈치가 미끼를 완전히 물었다는 신호죠. 이 때, 낚아채야합니다.”

낚싯대를 드리우고 얼마나 지났을까. 정말로 낚싯대 끝이 까딱까딱 아래위로 움직였다. 참지 못하고 낚싯줄을 감아 올렸다. 갈치에게 꼬리만 뜯어 먹힌 빙어가 낚싯바늘 끝에서 대롱거렸다. 수면 밑에서 갈치가 초보 낚시꾼을 비웃는 듯 했다.

▲ 목포에 사는 '갈치낚시 베터랑', 또 낚았다! 남편과 함께 만득호에 탄 이 여성은 이날 갈치를 적어도 30마리는 잡았다.
그렇게 미끼만 갈치에게 빼앗기기를 서너번. 다시 낚싯대가 까딱거렸다. 속으로 참을 인(忍)자를 쓰고 또 썼다. 드디어 낚싯대 끝이 물속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려 했다. 낚싯대를 끌어당기며 낚싯줄을 있는 힘껏 감았다. 길이 35㎝쯤 되는 은빛 갈치가 낚싯바늘에 걸려 있었다. 날렵하고 납작한 몸통 위 아래 붙은 지느러미가 구불구불 움직이는 갈치는 바람에 휘날리는 은색 리본처럼 반짝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낚싯배에 불이 환하게 켜졌다. 야행성인 갈치는 오징어처럼 불빛을 보고 배로 다가오기 때문에 밤에 더 잘 잡힌다.

이날 잡은 갈치는 모두 크기가 35~40㎝ 정도로 작은 편이었다. 정씨는 “갈치는 하루가 다르게 큰다”고 했다. “잡히기는 요즘부터 9월까지 많이 잡히죠. 10월부터는 마릿수가 떨어지는 대신 크기가 커져요. 11월이 되면 엄청난 ‘대물’(大物)이 되요. 폭이 남자 어른 손바닥만하죠.”

“맛은 크기가 작은 갈치가 낫다”는 배씨가 수세미로 몸통에 붙은 은빛 가루를 깨끗이 제거한 뒤, 갈치를 뼈째로 가늘게 잘라 ‘세꼬시회’로 준비했다. 파도에 흔들리는 배 위에서 먹는 갈치회 맛이 기막혔다. 비린내 전혀 없이 담백하고 떡처럼 쫄깃했다. 초보 낚시꾼이 갈치낚시에 ‘낚인’ 순간이었다.

▲ 만득호 서주 배행채씨(왼쪽)와 '갈치낚시 베테랑' 부부
여행수첩

갈치 선상낚시 가이드

낚싯배는 ‘목포갈치낚시어선협회’(017-645-1757)나 ‘영암갈치낚시어선협회’(061-461-2939, 018-646-2939)로 연락하면 소개해준다. 목포 평화광장이나 영암방조제 낚시점에서 소개받을 수도 있다. 정현균씨가 운영하는 ‘목포낚시가이드’(061-282-7727, 011-9609-2437)나 배행채씨의 ‘북항만득수산’(011-623-3016)로 직접 전화해도 된다.

낚싯배에서는 어른 2만5000원, 아동 1만5000원을 받는다. 낚싯대(5000원)와 낚싯바늘·케미라이트·봉돌(6000원), 빙어(1㎏ 1만원)를 따로 계산해야 한다. 갈치를 넣을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채워가면 좋다. 밤에는 기온이 떨어지므로 점퍼나 재킷을 챙겨가야 한다.

맛집

목포 평화광장 옆 갈치낚시터 주변에 갈치요리집이 모여있다. ‘하당고기잡이’(061-282-2092), ‘서울식당’(061-282-5227) 등이 잘 한다. 갈치구이가 대개 1인분 1만원. 2인분 이상 주문해야 한다. ‘한보식당’(061-244-1267)은 백반(5000원)에 갈치찌개가 딸려 나온다.

▲ 배 위에서 바로 떠먹는 갈치 세꼬시회
가는 길

목포 평화광장: 목포 나들목을 빠져 나와 목포검문소에서 영암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영산강 하구둑 가기 전 우회전하면 평화광장이 나온다. ‘갓바위공원 앞 평화광장’을 물으면 다 안다.

영암방조제: 목포 나들목을 나와 목포검문소에서 영암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영산강 하구 둑을 지나 해남 방면으로 우회전한다. 대불국가도로를 거쳐 목포공항 방향으로 15분쯤 달리면 삼호조선소 입구다. 조선소를 지나 조금만 더 가면 영암호방조제가 나온다. 해남공원에 차를 세우면 된다.

행사

9월 9일~10일 ‘제4회 목포사랑 은빛 갈치축제’가 목포 평화광장 앞바다에서 열린다. 갈치낚시대회와 카누·보트·윈드서핑 등 해상레저스포츠체험, 해양경찰 해난 구조시범, 마당극, 가족가요제, 갈치 무료시식회 등이 마련된다. 참가하고 싶으면 호남방송(061-270-1521)으로 9월 4일까지 접수한다.

서울 갈치맛집

서울에서 갈치요리로는 역시 남대문시장 갈치조림 골목이 가장 유명하다. 양은냄비나 뚝배기에 갈치, 무, 파 등을 넣고 국물이 자박자박 하도록 끓여낸다. 부드럽고 담백한 갈치살에 매콤 짭짤 달콤한 국물이 폭 배었다. 이 국물이 담뿍 밴 무가 갈치보다 더 맛나다는 사람도 많다. 국물에 밥 비벼 먹어도 기막히다. ‘희락’(02-755-3449), ‘왕성식당’(02-752-9476), ‘중앙식당’(02-752-2892)에 특히 손님이 많다. 2인분 1만원. 이밖에 서울 시내 유명한 갈치 맛집은 강서구 내발산동 ‘제주어람’(02-3661-2999), 여의도 ‘제주나라’(02-780-3210), 성북동 ‘섭지코지’(02-3673-5600), 송파구 방이동 ‘제주뚝배기’(02-2203-5353) 등 대개 제주향토식당이다. 갈치구이는 1만2000~3만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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