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으로 떠난 당일치기 대천 여행

친구야, 여행 가자 제2탄
editor 최갑수 photographer 전은정

일요일, M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창문을 여니 따스한 봄 햇살이 창틀에 내려앉고 있다. 마당에 심긴 매화나무에는 봉오리가 맺혔다. 문득 ‘가는 청춘이 안타깝고 처량하다’는 생각이 든 M. K에게 전화를 건다(사실 전화할 친구가 K밖에 없다). “친구야, 여행 가자. 지난번 네가 안내한 소래포구 여행은 성공적이었지. 이번에는 내가 풀코스로 모시마.”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K의 목소리. “그러자꾸나, 친구야. 집에서 뒹굴어도, 밖을 쏘다녀도 봄날은 간단다. 청춘은 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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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9:55 출발
용산역에서 만난 M과 K. 장항선을 타고 청소역으로 떠나기로 했다. 청소역으로 가기로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지난번 지하철을 타고 소래 여행을 갈 때 제대로 된 기차여행을 해보지 못해 아쉬웠던 것이 첫 번째 이유요, 두 번째는 <프라이데이> 171호(12월 9일자)에 소개된 장항선 기사가 마음에 꼭 들어 한 번은 여행을 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보게, 친구. <프라이데이> 기사에 따르면 ‘장항선은 개량화 사업에 따라 구부러진 철길이 펴지는 올해 말이면 지금의 장항선 모습을 보기 힘들 것’이라는군.” M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K. “<프라이데이>가 ‘녹색 지붕과 갈색 외벽, 작은 출입구…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는 역’이라고 그랬지.”
용산-청소 무궁화호 9900원 용산-청소 1일 5회 운행 05:30(출발)/08:22(도착), 09:55/12:34, 12:55/15:32, 15:55/18:32, 19:55/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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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00 기차여행엔 역시 ‘삶은 달걀’과 ‘사이다’
기차는 덜컹거리며 철로를 따라간다. 어느새 봄이 왔다. 창밖 풍경도 연둣빛으로 물들었다. 오랜만에 타보는 무궁화호도 여행 기분을 돋운다. 고향으로 내려가는 아가씨도 보이고 가방을 껴안은 채 창틀에 기대 졸고 있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있다. ‘역시 여행은 기차여행이 제 맛이야. 하지만 뭔가 허전하군.’ K가 이런 생각을 한 순간, 배낭을 뒤적이며 뭔가 꺼내는 M. “삶은 달걀과 사이다라네.” “역시, 자네는 센스 있는 친구야. 기차여행에 삶은 달걀이랑 사이다가 빠지면 안 되지.”
집에서 삶아온 삶은 달걀 4개 400원, 사이다 2캔 1000원

# 12:34 청소역, 녹색 지붕이 예쁜 간이역
청소역에 도착했다. 아담한 역사가 반긴다. 녹색 지붕과 갈색 외벽이 정겹다. 대합실은 한산하다. 벽에는 장항선 열차시간표가 덩그러니 붙어 있다. 역 주변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는데 화물열차가 ‘삐익’ 하며 들어와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M과 K는 열차 주변을 서성이며 이렇게 저렇게 사진을 찍는다. 철로와 ‘멈춤’이라는 글씨가 쓰인 차단기, 붉은 신호등…. 참 오랜만에 마주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이런 풍경도 곧 사라지겠지.
청소역 041-931-27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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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15 간이역 앞 중국집
슬슬 배가 고파온다. 뭔가 먹기는 먹어야 하는데, 뭘 먹나? M과 K, 역 앞 거리를 걸어본다. ‘명동미용실’, ‘우리정육점’… 흰 아크릴판에 검고 붉은 페인트로 글씨를 쓴 간판이 보인다. 거리 이쪽에서 저쪽까지 왔다 갔다 하는 데 채 10분이 걸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마을이다. 그런데 고맙게도 청소역 앞에 ‘중화요리’라는 입간판이 보인다. ‘청무관’. 정통 중국 요리를 맛볼 수 있단다. “중국집 이름이 합기도 도장 같지 않냐?” 하며 걱정하는 M. 하지만 K는 “원래 자장면은 역 앞이 맛있다”며 M의 손을 잡아끈다. K의 말대로 맛이 썩 괜찮은 편이다. 값도 싸다.
청무관 041-932-9920 자장면 3000원

# 13:50 털털거리는 시골 버스를 타고
배가 부른 M과 K,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이다. 일단 역무원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저, 여기 여행 왔는데요….”
“뭐 볼 게 있다고 이런 델 와유. 저기 오천항으로 가봐유. 바다도 있고 옛날 성벽도 있응께.”
“고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가야….”
“역 앞에서 버스 타고 가유. 자주 다녀유.”
“저, 몇 번 버스를 타야….”
“오천항이라고 써진 거 타면 돼유. 시골 버스에 딱히 번호가 있남?”
“감사합니다.”
때맞춰 버스가 온다. 짙은 선글라스를 쓴 기사 아저씨가 멋있다. 버스 안에는 노인 몇 분이 앉아 계신다. 젊은이들을 보자 서울에서 왔느냐며 관심을 보인다.
“저기, 오천항 가면 키조개 먹어봐, 맛있어. 주말이면 서울에서 키조개 먹으러 많이 와. 그리고 성도 있으니까 한번 돌아보고.”
청소역-오천항 버스비 9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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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20 오천항 그리고 오천성
오천항은 자그마한 포구다. 포구라고 해도 눈앞에 넓은 바다가 펼쳐지는 곳은 아니다. 배들은 깊게 팬 오목한 만을 따라 포구로 들어온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인지 배들이 포구에 묶여 있다. 오천항에서는 키조개가 많이 난다. 값도 싸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키조개 12개에 1만원. 어른 둘이 소주를 곁들여 먹을 수 있을 정도다. 포구를 돌아본 M과 K, 오천항 바로 옆에 있는 오천성으로 향한다. 계단 몇 개만 올라가면 된다. 별것 있겠나 싶었지만 의외다. 아치형의 아담한 성문이 반긴다. 성문 앞에는 기묘하게 뒤틀린 팽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디지털 카메라로 앵글을 잡아보니 꽤 근사한 그림이 된다. 오천성은 왜구를 막기 위해 만든 성으로, 조선시대에는 충청수군절도사영이 설치되기도 했던 곳. 돌로 쌓은 성벽이 산을 두르고 있다. 20분 정도면 성을 돌아볼 수 있는데 성벽에 올라서면 오천항 전경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바람에 서걱거리는 댓잎 소리가 운치 있다.
오천항엔 키조개 파는 집이 몰려 있다. 회와 전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한다. 키조개(12개) 1만원, 회·전골 2만~3만원, 오천성 입장료 무료

# 15:00 대천역으로, 다시 대천항으로
오천항에서 서성이던 M과 K, 어디로 갈까 망설이는데 때마침 ‘대천역’이라고 적힌 버스가 들어온다. 오호! 대천. 서해안에서 가장 물 좋은 해수욕장이 있는 곳. 순간 K의 눈이 빛나기 시작한다. “친구야, 우리처럼 잘생긴 싱글은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 아니겠니?” 그러고는 M이 대답하기도 전에 성큼 차에 올라탄다. 오천항에서 대천역까지는 버스로 30분, 대천역에서 다시 대천항까지 30분 정도 걸린다.
오천항-대천역 버스비 950원, 대천역-대천항 버스비 9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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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20 낭만의 바다, 대천해수욕장
M과 K, 드디어 대천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소문대로 물이 좋다.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모래밭을 거니는 연인들, 봄나들이 나온 가족, 친구들과 함께 온 어여쁜 여인들이 해수욕장을 점령했다. 대천해수욕장 백사장은 조개껍데기가 부서져 만들어졌다. 길이 3.5km, 폭이 100m에 달한다. 분위기 좋은 카페와 레스토랑도 해변을 따라 늘어서 있다. M과 K, 자판기 커피를 뽑아들고 해변에 놓인 벤치에 않는다. 여자친구는 없지만, 뭐 그럭저럭 분위기는 난다.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 K와 M의 눈에 ‘포장 점집’이 들어온다. ‘사주, 신수, 궁합, 관상’이라고 적혀 있다. ‘점이나 볼까’ 하는 생각이 든 K. “재미삼아 한번 보자. 까짓 거 나중에 돈 많이 벌 팔자면 내일 당장 사표 내고 놀고.”
자판기 커피 300원

# 17:00 그냥 열심히 회사 다녀
“돈 많이 벌 팔자는 아니고 그냥 열심히 회사 다녀. 헛바람 들지 말고. 결혼은 늦게 할수록 좋고.” “네”라고 대답하는 K. M이 슬그머니 복채를 대신 내준다. “친구, 내가 돈 많이 벌어서 같이 놀자.” 점을 보고 나오니 오후 5시 30분. 곧 노을이 질 모양이다. 수평선 너머가 어둑어둑해진다. 이제 대천항으로 가서 싱싱한 회에 소주 한잔 걸칠 시간. “친구, 오늘은 각자 한 병씩만 마셔보세.” 대천항은 대천해수욕장과 이웃해 있다.
복채 1만원, 대천해수욕장-대천항 택시비 1900원

# 17:40 조개구이를 먹을까, 회를 먹을까
대천항 어시장은 시끌벅적하다. 커다란 고무대야에 광어와 우럭, 농어, 멍게, 해삼 등이 가득하다. 횟감을 사면 즉석에서 회를 떠준다. 양념값을 따로 내면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 수 있다. 100m 정도 계속되는 어시장을 지나면 오른쪽으로 방파제 가는 길이 이어진다. 방파제 끝에는 붉은 등대가 서 있다. 방파제에는 조개구이를 파는 포장마차 수십여 채가 다닥다닥 붙어 있다. 커다란 소쿠리에 담긴 조개는 모두 1만원.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양이다. 하지만 대천항에서는 회를 먹기로 했다. 서울보다 훨씬 싸다. 대천항을 이리저리 둘러보고 나니 6시. 그 사이 회 가격도 내렸다. 처음 도착했을 때 2만원이던 먹음직한 농어가 6시쯤 되자 1만5,000원. 아줌마가 M의 팔을 잡는다. “2만원만 줘. 큰 놈으로 주께.” 멍게며 주꾸미를 함께 담는다. 회를 이 가격에 먹는 것, 서울에서는 힘들다.
회 2만원

# 18:10 붉은 바다 바라보며 소주 한잔
방파제 반대편에는 횟집이 늘어서 있다. 어시장에서 산 횟감을 양념값만 받고 회를 떠준다. 양념값은 1kg에 7,000원. 채소와 양념, 매운탕, 공깃밥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바다 앞에 천막을 치고 간이 건물을 만들어놓았는데 바다를 바라보며 소주 한잔을 기울일 수 있다. 인심 좋은 횟집 아주머니가 양념값 1만원에 다 해주겠단다. 회는 푸짐하다. 6시 30분쯤 되자 바다가 붉게 물든다. K와 M의 얼굴도 술기운으로 붉게 물들었다. 파도소리가 밀려온다.
7시 40분쯤 K와 M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천역행 버스를 탄다. 대천발 서울행 마지막 열차는 오후 8시 36분. 돌아오는 기차 안. K는 어느새 잠이 들었다. 나름대로 오늘 여행이 괜찮았다고 자평하는 M. 간이역도 봤고 봄 바다도 거닐었다. 친구와 함께 파도소리를 들으며 소주도 한잔 즐겼다. “친구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지 않겠니?”
양념값 1만원, 소주 2병 6000원, 대천-서울 무궁화호 1만600원 대천-서울 15:49(출발)/18:58(도착), 17:50/20:43, 18:43/21:31, 20:36/23:37

Budget(1인기준)
용산-청소 무궁화호 9900원
삶은 달걀 2개 200원
사이다 500원
자장면 3000원
청소역-오천항 버스비 950원
오천항-대천역 버스비 950원
대천역-대천항 버스비 950원
자판기 커피 300원
대천해수욕장-대천항 택시비
1900원÷2=950원
회 2만원÷2=1만원
양념값 1만원÷2=5000원
소주 1병 3000원
대천-서울 무궁화호 1만600원
합계 4만6300원
(복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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