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썩어버리면 어떻게 하려는가?/ 안희환 2006/05/25 07:17추천4스크랩7

같이 썩어버리면 어떻게 하려는가?/안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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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것들을 꼽으라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임과 동시에 내 자신 속에서도 늘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노골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고 은밀하게 안으로 감춘 채 표시를 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사실 사람이 거기서 거기라는 것을 쉽게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좋아하는 첫 순위는 돈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세상의 많은 사건과 문제들이 이 돈과 관련하여 일어납니다. 정치인들과 보통 백성들, 성직자와 신도들, 많이 가진 자들 적게 가진 자들, 남자와 여자, 어른들과 청소년들, 이 모든 사람들이 다 돈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더 많이 가지고 싶어합니다.


돈을 더 가지고 싶어하는 욕망 때문에 형제간에 의가 상하기도 합니다. 부모와 자식 간에 의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친구 사이의 우정이 쩍 하니 금이 가기도 합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기도 합니다. 정당한 방식으로 땀 흘려 돈 벌 생각을 하지 않고 일확천금의 허황된 사고에 잠겨 허우적거리기도 합니다. 돈은 그야말로 만인의 우상입니다.


또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인기 혹은 명예(감투)일 것입니다. 나는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이 선거운동을 하고 투표를 해서 학생회장이나 반장을 뽑는 말을 들으면서 시대가 변하긴 많이 변했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저마다 후보로 출마하여 공약을 발표하는 아이들을 보면 솔직히 말해서 기특하다는 생각보다 벌써부터 저래야 하는 건가 하는 우려가 듭니다.


지금 선거철이지만 여기저기에서 떠들썩합니다. 저마다 자신들이 최적의 후보이며 자신을 뽑으면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후보(자기 자신)를 뽑아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들을 액면 그대로 믿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그들이 원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의 행복이 아니라 자신들의 명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내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소명을 위해 세속적인 것에서 떠났다고 하는 목사님들이 인기와 명예(감투)에 집착하는 현상입니다. 뭐 이런 글을 쓰는 나 자신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 역시 돈을 좋아하고 있으며 인기와 명예를 싫어하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은밀하게 감추고 있는 헛된 욕망을 내 자신이 알고 있으며 하나님도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은 지금의 교회 상황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심각하다는 판단이 들기 때문입니다. 은밀한 차원도 아니고 노골적으로 인기와 명예를 추구하는 이들이 많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교회 지도자냐 아니냐는 둘째 치고 저 사람이 과연 예수님을 믿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것입니다.


꽤 오래전 일입니다. 한 교회 주보를 본적이 있습니다. 그 교회 주보에는 설교를 하는 이의 뒷부분에 목사라는 명칭이 붙어있지 않고 다른 명칭이 붙어 있었습니다. 바로 박사라는 명칭입니다. 박사라는 명칭이 붙은 채 설교를 하면 더 지성적이면서도 영감있는 설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몰라도 나는 그것이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주보에 자신의 명칭을 박사라고 달으신 분은 자신의 학식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는가 봅니다. 목사라는 명칭 하나만으로는 무언가 부족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도 아니면 박사라는 명칭을 달 때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고 설교를 들으러 모여들리라고 기대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영 이상하게 생각되었습니다.


박사라는 명칭 못지않게 우스운 명칭이 있는데 당회장이라는 명칭입니다. 이 명칭은 상당히 많이 사용되는데 회장이라는 말이 붙어 있어서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냥 목사라고 불리는 것보다 당회장 목사라고 불리기를 좋아하며 당회를 진행할 때 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목사라는 칭호보다 당회장이라는 칭호를 애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니면 두가지를 붙여서 사용합니다. 당회장 목사.


그럴 바엔 뭐 하러 목사가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회장 소리 들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 뛰어들어 실컷 회장 소리를 들으면 될 것을 말입니다. 사실 그런 칭호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인기와 명예욕에 사로잡혀 어리석은 행동을 하는 것 외에 아무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사실 사도 바울은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인기와 명예의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예수님을 만난 후 정작 그가 자랑스럽게 생각한 것은 예수님이 달려죽으신 십자가였습니다. 그 외의 자신의 그 어떤 것도 자랑하지 않는 바울의 모습을 보면서 오늘날의 껍데기뿐인 목사들과 큰 차이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연약한 인간의 본성상 돈 자체를 싫어하거나 명예와 인기 자체를 혐오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그런 것들의 노예가 되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가뜩이나 세상의 흐름이 이기적으로 흘러가며 자기중심적으로 움직여지는데 신앙을 지도하는 목사님들마저 똑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욕을 먹어도 더 이상 할 말이 없을 것입니다.


맡겨진 사람들을 잘 돌보고 그들의 행복을 우선으로 생각하며 자신이 전하고 가르치는 성경대로 살아가는 진정한 목사님들이 그립습니다. 박사니 당회장이니 하는 허울 좋은 명예가 아니라 자신에게 생명을 주고 또 수많은 사람들에게 생명을 줄 예수님의 십자가 하나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좋은 목사님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소망합니다. 세상이 썩는다고 신앙을 지도하는 목사님들마저 썩는다면 세상은 정말 볼 것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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