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일 오래된 편지라 처음으로 올린다.
우표에 찍힌 날짜가 94.8.31.이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갑둔 1리 1반.
고향주소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안 잊어 먹는다.
내 고향집 주소.
강원도 인제군 남년 신남 1리 1반.
갑둔리에서 온 단 하나 남은 편지라서 더 특별했다.
사진 속 편지지는 하얗게 나왔는데 실지로는 조금 누렇다.
요즘도 이런 편지지가 있을라나 모르겠다.
종이가 아주 얇다.
이 편지지에서도 고향이라는 그리움이 묻어 났다.
내용을 읽어보니
날짜가 팔월.여름인것을 보니 숙희 생일이라서 내가 자외선 차단제를 선물로 보냈던
모양이다.
그 답장으로 숙희가 보낸 편지다.
확인을 해보니 선물 준 나나 받은 숙희나 전혀기억이 없다.
#.편지 내용.
보시게.
날마다 화려한 별들의 축제를 기다리고,밤마다 화장실에
내가 앉아 배변의 쾌감과 맞바로 보이는 북두칠성의 반짝임과
먹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에 서걱이는 옥수수대의 몸짓을.
그리고 가끔씩은 풀밭은 날으는 반딧불을 빱.빱.빱.하며
불러보는 즐거움으로 나의 밤은 온톧 잔 칫날이라네.
%.자고로
잔치란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겨야 제 맛.
"자네를 이 화려한 별들의 잔치에 초대하네"
가끔씩 다녀가는 친구들이나,후배들만 아니라면 (결혼한)
더 이상 좋을수 없을 만치 좋네.
가끔여름이라 휴가 왓거나 놀러 왔다가 들르는
친구들은 마누라며 새끼들을 달고 와서는 괜히 내 기를
죽이고 심사만 사납게 하고는 훌쩍들 떠나 버리네.
오늘은 해숙이가 왔었고 해용이가 왔었고,
난 왠지 초라해져서 주눅이 들었었네.
이럴땐 자네가 왜 그리 그리운지.
웬수지?
오늘 자네 선물 받았네.
요즘 하얘지려고 아니 더 이상 까매지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내 노력을 어찌 알았는가 자네.
꼭 요즘 한창인 u.v 란 화장품만 쓰고,기미 낄까봐 에소테리카 까지 거금 조고 사다가
매일 바르고 있다네.
수세미로 하얘지고 예뻐지려네.
고맙다는 말은 자네와 나 사이니까 안하겠네.당연한거니까.
소포를 가지고 우체부가 고추밭까지 왔었는데 풀어보니까
편지 한줄 없어서 속으로 욕을 욕을 하면서 집에 와 보니
편지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네.
편지는 고맙네.
오늘 편지 봉투에 붙여지 우표를 보고서야 우표요금이 130원 인것도 알았네.
얼마만에 써 보는 편지 인지.....
오래 사용치 않아 녹슨 머리 굴려 오랜만에 적어보는 편지 재미있게 읽어주게.
선물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헤아려주시게.
요즘은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을 읽고 있다네.
4권 짜린데 첫번째권에서 진도가 영 안나가네.
시간이 모자란 탓.
이만 적으려네.
팔월 열엿새 날에.
갑둔리 귀신.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할머니의 텃밭 (0) | 2006.09.25 |
---|---|
가장깊은 감동 (0) | 2006.09.25 |
어머니의 눈물 (0) | 2006.09.23 |
부모님들 이혼하기전에 한번 생각해주세요 (1) | 2006.09.23 |
4.5톤 트럭안의 부부 (0) | 2006.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