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봄인데도 많은 비가 내리는 날 저녁이다.
다행히 전화를 받으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맑았다.
우선 안심이다.
언제부터인가 목소리만 들어도 부모님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
그 때부터는 전화 벨이 울리는 동안에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혹여 어디 편찮으시지는 않으실까 해서다.
어머니의 안부를 여쭈었다.
'어제 새벽에 느그 엄마 한바터면 돌아가실 뻔했다.' 남의 소식을 전하듯 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였지만 다행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안도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몰라야, 갑자기 새벽에 허리가 끊어지듯 아프시다고 하시더라. 몸을 움직이도 못하드니만, 이제 조금 나은가보다. 지금 주방에서 식사하고 계신다.'
그래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바꾸어 주실 수 있는가하고 물었지만
곧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 하고 끊었다.
전화를 받으시려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시고하는 번거러움을 드릴 것 같아서다.
자식으로서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눈물을 보는 것일게다.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이 내게도 몇 번있었다.
첫번째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기억하기도 싶지 않는 일이다. 바로 추석날이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분들이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 둘러앉아 윷놀이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정말 우리의 명절, 바로 그날이었다.
내게는 아래로 남동생이 넷이었다. 막내는 그 때 당시 네살 쯤 되었었다.
아주 귀엽고 잘생긴 막내녀석은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귀염을 받고 있었다.
.
거북이 모양의 몸통아래 실타래같은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끌고 다니며
놀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명절은 부모님에게는 부담스러운 날이지만 어린 우리들에게는
언제고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이며 멀리 집을 떠났던 친척들이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벌써 옛날 이야기이다.
30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우리 형제 중에 넷이서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마을 형들과 배구를 하고 있었고
바로 밑 동생은 공을 차고, 그 밑에 동생은 담에 올라가서 놀았고, 그리고 막내는 담 밑에서
그 장난감을 끌고서 놀았다.
그런데 그 때 사고가 났다.
담이 무너지면서 셋째가 밑으로 떨어지고 밑에서 놀던 동생이 무너진 담벽에 깔리게 된 것이다.
사고를 먼저 발견한 둘째가 부서진 벽돌을 치우고 동생을 찾아냈다.
그리고 울부짖듯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운동에 열중애 있던 나는 정신없이 뛰어갔다.
막내의 허연 뇌가 보였다.
나는 이미 축 늘어져 버린 동생을 안고서 집으로 달렸다. 그리고 어머니를 불렀다.
안고 있던 나의 온 몸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모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고 계시던 어머니가 내 품에 안긴 동생을 보셨다. 그리고 동생을 받아들고는 ......
난 이제껏 그만큼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어머니의 울부짖는 울음을 잊을 수 없다.
동생의 얼굴을 깨끗이 씻었다.
얼마나 예쁘고 개끗한지 몰랐다.
너무나 평온하게 보이는 그 하얗던 얼굴......
자식으로서 어머니의 눈물을 보는 것은
크나큰 불효이리라
그 일이 무엇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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