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0. 16:28 살아가는 이야기
귀가 얇지 않았더라면..
스크랩] 귀가 얇지 않았더라면...첫번째 이야기 2006/07/29 07:32 | 추천0스크랩0 |
원문출처 : 내 마음에 집 | |
이 이야기를 어디서부터 써야 할까... 2년 남짓 고통에 시달렸던 세월들이 느린 속도의 필름으로 흘러갑니다. 언제나 내 마음대로 다닐 수 있고 내 마음대로 부려먹어도될 것 같았던내 몸의 뼈들이 독립선언을 외치며 제 마음대로 반란을 일으켰을 때 나는 그 심각성을 몰랐었습니다. 반란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시작이 되었습니다. 2004년 여름.. 앉아 있으면 허리서부터 묵직하게 전해져 오는 엉덩이의 통증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하였습니다. 통증은 날로 심해져서 엉덩이 양쪽에 있는 뼈가 아파서 방바닥에는 앉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군에 보낸 아들이 휴가를 나온다고 해서 가을에 한국에 아들을 보러 갔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걸음을 걸으면 다리가 내 마음대로 따라오지를 않으며 언덕을 올라가기가 너무 힘들었고 보폭이 아주 짧게 줄어든 것을 깨달았습니다. 종합병원에 가려면 그 절차가 복잡해서 분당에 있는 큰 척추전문 병원에 갔더니 아무런 이상도 없고 그저 과로이라고 걱정하지 말라고X-Ray도 찍을 필요가 없다고 의사가 자신 있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그 해에 크고 작은 일들과 성당일로 너무 몸을 혹사 시켰던 터라 그럼 그렇지!하고 자카르타로 돌아왔습니다.그리고 돌아온 다음날 캄보디아와 베트남으로 5박 6일의 여행을 떠났습니다. 여행 길은 앙꼬르 왓의 유적지를 보려면 정말로 많이 걸어야 했는데 밤에는 화장실에서 일어나기가 힘이 들 정도로 고통이었습니다. 일행들은 그것도 모르고 계단을 오를 때마다 등 뒤에서 밀어주거나 앞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남편을 보고 놀리고, 짐을 남편이 다 들어주고 편하게 다닌다며 부러워 했습니다. 여행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짐을 정리하며 갑자기 허리가 너무 아파서 꼼짝도 못하고 누어야만 했습니다. 한국의 큰 병원에서 "과로"라고 했던 터라 정말로 "과로" 이구나 생각을 하고 한국인이 경영하는 한의원으로 갔습니다. 그 한의사는 한국에서 척추전문이라고 했었는데 그 역시 "과로"라고 했습니다. 약도 먹고 침을 맞고 척추 교정을 하며 여러 번을 다녀도 별 효과가 없어서 다른 한의원으로 갔더니 거기서도 역시 "과로"라고 했습니다. 한데 그곳의 치료를 받고 나니 좀 나은 듯하여 3개월을 그곳에 다녔습니다. 아파서 고통스러웠지만 뼈가 아픈 것이니 겉으로는 아무 표시도 나지 않았고 아무 표시도 나지 않으니 맡고 있던 일들을 다 내려 놓을 수가 없었습니다. 통증은 전혀 줄어들지가 않았고 나중에는 골반의 통증까지 너무 심해서 혹시 암에 걸린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가 되었습니다. 다시 자카르타의 뼈 전문 병원에 갔는데 척추 전문의가 보고는 또 "과로"라고 했습니다. 2주일 동안이나 약을 먹고 치료를 해도 낫지가 않자 그제서야 MRI를 찍어 보아야 알겠다고 했습니다. 자카르타는 후진국이어서 의료진의 수준도 아주 낮습니다. 자카르타에서 가장 좋은 병원들에서 한국인들에게 내린 오진의 결과는 너무 엄청난 것들이 많아서 그 예를 다 들 수도 없습니다. 저는 제대로 검사를 받기 위해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3월 중순 저는 한국으로 가서 종합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했습니다. 결과는 4,5번에디스크가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얼마나 억울하고 화가 나던지요! 신경외과에서는 2주 예후를 보고 수술을 해야겠다고 했습니다. 디스크를 인공 디스크로 갈아 끼워야 한다고... 기가 막혔습니다. 다시 정형외과로 가서 의견을 물으니 시키는 운동을 꾸준히 하며 그냥 두고 보자고 했습니다. 저는 당연히 그냥 두고 보자는 쪽을 택했습니다. 시키는 대로 운동도 열심히했지만 약을 먹을 때만 잠시 괜찮았지 견디기 힘든 고통이 엄습하곤 했습니다. 그 때 귀가 얇아져서 어떤 분이 알려주신 봉독요법을 한다는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강남에 있는 그 병원은 병원 시설도 굉장히 좋고 환자도 많았습니다. 봉독 요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듣고 치료를 시작하였는데 비용도 굉장히 비쌌지만 봉독치료후의 통증 또한 어머 어마했습니다. 그 고통을 없애기 위해 타이레놀을 먹으라고 병원에서 이야기를 했으니까요. 8번 치료 후 한 발자국도 걸을 수 없고 의자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통증에 시달려 그 병원에 가는 것을 포기했습니다. 봉독을 2.0mg까지 맞아야 제 힘을 발휘한다는데 1.2mg까지 맞고는 포기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귀가 얇아져서 유명한 운동 선수들의 주치의이신 분에게 갔습니다. 그 분은 약 침과 물리치료를 병행했는데 엄청난예상 치료비를 실장이라는 분이 설명을 하며 그렇게 치료를 해야한다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미 봉독 요법을 하면서 먹은 약과 치료비도 너무 많이 들었는데 또 다시 엄청난 돈을 들여야 한다니 이 병원들이 강남 한 복판에 있으며 폭리를 취하나 싶었지만 어쩔 수가 없이 그 병원의 치료를 따르기로 했습니다. 그 병원에서는 치료 과정이 고통스러웠지만 조금씩 차도가 보였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엉덩방아를 찧은 적이 있냐고 수차에 걸쳐서 물었지만 나는 엉덩방아를 찧은 적은 없다고 잘라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선생님은 엉덩방아를 찧지 않으면 절대로 이렇게 아플 수가 없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한번 치료를 받으면 이틀은 고통스럽고 사흘째 되는 날은 조금 나이지고 하는 날들이 반복이 되며 점점 더 나아졌습니다. 장 세척, 고압산소, 탕약, 추나 요법, 약 침 요법(봉독 요법 포함)이 동원되어 한달 반 만에 통증이 사라져 저는 치료받으러 한국에 간지 4개월만에 웃으면서 자카르타로 돌아왔습니다. 한달 보름치 탕약을 싸 들고요. 자카르타로 돌아온 어느 날 나는 갑자기 몇 년 전에 거실의 성탄절 장식을 달다가 사다리가 미끄러져서 엉덩방이를 크게 찧었던 일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 머리가 어떻게 되었구먼! 어떻게 그 일을 없다고 시치미를 뗄 만큼 잊어버리나... 그 선생님은 정말 용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후까지도 엉덩방아에 대한 확신을 버리지 않으셨었으니까요. 자카르타로 돌아와 열심히 걷고 운동을 하며 잘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꼬리뼈의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꼬리뼈의 통증 또한 굉장했습니다. 의자에 앉을 수도 침대에 누울 수도 없었습니다. 서 있는 것 외에는 꼬리뼈가 닿아서 일상적인 행동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을 잘 때는 꼬리뼈 부위에 손을 깔고 잠이 들 정도로 통증이 심해져서 자카르타의 동인당 한의원에 가서 骨科의사에게 다니며 전통 중국식 추나요법으로 치료를 받았으나 크게 나아지지 않아 11월에 다시 한국으로 갔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일곱시간 동안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 말로 표현을 할 수도 없었답니다. 종합병원에 가서 MRI를 찍었더니 꼬리뼈가 왼쪽으로 휘었다며 잘라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간단합니다. 수술시간은 세시간 가량 걸리고 꼬리뼈는 인간의 진화 과정 중에 남은 퇴화하여야 할 뼈이기 때문에 잘라내도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정말로 간단하고 명쾌한 의사의 이야기였지만 뼈를 깎는 고통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절대로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MRI복사 CD를 들고 허리를 치료해 준 선생님께 다시 갔습니다. 엉덩방아를 찧었던 사실을 인정하니 선생님도 무척 좋아 했습니다. 한달 동안의 정성어린 치료를 받고 통증이 사라져서 자카르타로 돌아왔습니다. 그 뒤에 다시 골프도 치고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듯하였습니다. 그러던 지난 3월 자카르타 대 성당에 성 목요일 미사를 갔는데 등나무로 만든 성당의 의자가 너무 맑아 옴폭 패어 있었습니다. 그 날은 미사도 오래하고 기다리는 시간도 길어서 거의 세시간을 그 의자에 앉아 있었는데 꼬리뼈의 통증이 서서히되살아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처음보다는 덜했지만 다시 고통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어제 밤 늦게 도착해서 고단한데 장을 보아야 한다고 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어제 아무런 고통 없이 잘 도착하였습니다. 다음편에 이번 치료 이야기를 쓰겠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구차하게 쓰는 것은 혹시 저처럼 아프신 분들이 계시면 참고로 하셨으면 해서입니다. 자카르타는 흐리고 그리 덥지 않은 날씨입니다. 물론 에어컨은 틀었지만요. 쉬지않고 내리는 비 피해가 없으시길 바라며... 인터넷이 느려서 제대로 올라가려나 모르겠습니다.^^* Just When I Needed You Most / Randy Van Warm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