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속고 남도 속이고
필자의 친구 중의 한 사람인데 만사를 제치고 산에 들어가서 사는 친구가 있다. 바로 얼마 전 그 친구를 만나서 그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그 친구의 이야기는 이랬다. 술과 여자로 흥청망청 한참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술을 보면 토할 것 같고 여자를 봐도 닭살이 돋고 그래서 어느 날 갑자지 동해바다로 가서 한바탕 울고 싶더라고, 그래서 동해바다로 갔다가 설악산에 들리게 되었는데 세상에 이런 데가 다 있는가 싶어서 그길로 산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이야기 도중에 거듭 ‘다 버렸다’는 대목에 힘을 주었다. ‘재산도 다 날리고 처자식도 다 버렸다’고 이혼장에 도장을 찍지 않는 아내에게는 ‘살아서 다시 보지말자’고 떠났고 자식들도 다시는 보지 않았다고. 어떻든 자기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산이 좋고 세상 사람들이 모르는 오묘한 이치를 산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이런 말을 했다. ‘목탁은 들지 않았어도 마음은 출발했다’고

그러나 필자로서는 듣기가 거북했다. 한때는 술과 여자에 취했다가 지금은 산에 취했다는 것인데, 한때는 술과 여자 때문에 가정을 버렸다가 이제는 산 때문에 가정을 버렸다는 것인데 그게 뭐가 다른가도 의문이었다.

정말 버려야할 것은, 제 기분 내키는 대로, 제 하나 마음 편히 살자는 욕심일터인데 그것은 하나도 버리지 않고 가정과 처자식에 대한 자신의 도리를 저버리고 ‘버렸다’는 시늉을 하니 납득할 수 없었다. 버려야할 것은 버리지 않고 버리지 말아야할 것은 버리고, 그러면서도 ‘마음은 출발했다’고 우기는 데야 달리 할 말도 없었다. 자신도 속이고 남도 속인다는 것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일 것 같다.

옛날 선생들이 공부를 가르칠 때, 버려야할 것들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남기고 있다. 그러나 사람을 버리고 사람의 도리를 버리라고 말한 적은 없었다. 사람답게 살고 사람의 도리를 다 하기 위해서 응당 버려야할 것들을 말한 것뿐이었다.

/배영순(영남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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