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살던 88년부터 원고료·발명강의 하며 78명에 남몰래 선행
학생들의 인사말은 “아빠,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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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은 그 뒤 그 선물의 ‘진실’을 알고 두 번째 놀랐다. 장학금을 준 주인공이 바로 기술·가정 과목을 가르치는 서인철(56)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선생님이 어려운 제자에게 장학금을 준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김양은 “선생님이 아무 일 없다는 듯 ‘다음에 커서 누군가에게 은혜를 갚으면 된다’고 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양처럼 석포여중 학생 3~5명은 해마다 ‘선인장학금’을 받는다. 서 교사가 1988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개인 장학금이다. 장학금 규모는 연 평균 200여만원, 지금까지 장학금 수혜학생은 78명이다. 돈은 모두 서 교사의 개인 주머니에서 나왔다.
“실업계 고등학교에서 28년 동안 근무했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많았지요. 1980년대 초로 기억합니다. 준비물을 가져오지 못한 한 학생 집을 방문해 보니 부모는 안 계시고 이 학생이 여동생 도시락을 싸서 보내고 있더군요.”
서 교사는 당시 이 학생에게 버스 회수권 한 묶음을 선물했다고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결석만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격려와 함께. 행상하는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한 학생 집에는 약을 지어 보냈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돈을 구하러 다니셨거든요. 학창시절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는 제자 집을 방문하고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이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다섯 남매가 어렵게 사는 제자 집을 방문해서는 “과자 사먹으라”며 초등학교 여동생 손에 만원짜리를 쥐여준 기억도 있다.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사실 서 교사는 ‘제 코가 석자’인 상황이었다. 1980년대까지 그는 노모(老母)를 모시며 15평 월세방에서 다섯 가족이 생활했다.
장학회를 만든 것은 책을 발간한 것이 계기가 됐다. 1988년 그는 수필집 ‘보이는 마음’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인성(人性)교육을 실시하면서 아이들에게 써 준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 그는 이 책에서 나온 인세를 학생들을 위해 쓰기로 했다.
“아이들을 바르게 키우기 위해 쓴 책인데 학생들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죠. 아내가 동의해줬습니다.” ‘선인장학회’라는 이름은 그의 아내 이름 김희(선)과 자신의 이름 서(인)철에서 따왔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는 인세로 장학금을 모두 감당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가 쓴 ‘고등학교기초제도실습’ 등 교재 원고료와 부산시교육청에서 ‘발명 영재반’을 운영하면서 받은 강의료를 모두 장학금으로 돌렸다. 보너스를 받는 달에는 일정금액을 공제했다.
석포여중에서 그는 ‘아빠 선생님’으로 통한다. 복도를 지나가는 학생들이 “아빠,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다. 서 교사는 “학기 초에 학생들에게 ‘아빠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아빠라고 부르라’고 말한다”고 했다. 2학년 신명민(14)양은 “친절하고 소탈한 분”이라며 “부모님이 주시는 것과 같은 사랑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 교사의 또 다른 별명은 ‘발명왕 선생님’이다. 자동차 자동 제어장치, 휴대용 위험표지판 등 50여종을 발명했고 이 중 12개 제품의 특허를 받았다. 그는 늘 학생들에게도 “창의적인 생각을 가지라”고 강조하고 있다.
‘선인 장학금’ 수여식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된다. 해당 학생들을 교장실로 불러 교장이 장학증서를 전달한다. 이 자리에 서 교사는 나타나지 않는다. 학생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으려는 배려가 담겨있다.
“아이들이 자존심 상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공부한다면 제 역할을 다 한 것이죠.” 서 교사는 12일 한국교직원공제회 주최(교육인적자원부 후원) 한국교육대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상금으로 2000만원을 받게 된 그는 “장학금 재원이 늘어나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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