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긋한 가을의 진미 송이버섯. 아직 철이 이르지만 서울시내 특급호텔 식당들은 미처 찬바람이 불기도 전에 일찌감치 송이요리 메뉴를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송이요리야말로 특급호텔 식당가의 ‘효자’메뉴다. 제철이라지만 송이버섯이 워낙 비싼 탓에 송이메뉴를 내놓는 일반 식당들이 드문 데다, 각 호텔들이 대량구매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송이를 확보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른 음식보다 호텔식당의 송이요리에 대한 손님들의 비용대비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대부분의 호텔 식당가에서는 사계절 모두 송이요리를 내놓지만, 가을철을 제외한 다른 계절에는 보통 냉동송이를 쓰게 마련이다. 냉동보관된 송이는 향이 덜한 편. 따라서 같은 값이라면 가을철에 갓 채취한 진한 향의 송이요리를 맛보는 것이 좋다. 특히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송이가 한창 채취될 무렵을 택하면 좋다. 더 좁혀보자면 송이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추석명절 전보다는 추석 이후에 상대적으로 푸짐하게 송이요리를 즐길 수 있다.
호텔의 송이요리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이 바로 송이 소금구이. 미식가들은 다른 조리과정 없이 송이버섯을 정성스럽게 닦아내 소금만 살짝 뿌린 뒤 구워낸 송이를 최고의 요리로 꼽는다. 열을 오래 가하거나 조미료 등을 사용하면 송이 고유의 향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 구워 먹는 것은 내놓는 송이의 양이 많은 데다 냉동송이를 섞어 사용할 수 없는 탓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보통 1인분에 15만원 안팎. 1인분이래야 송이 맛을 보는 정도의 양이라 젓가락을 빠르게 놀리지 못한다. 호되게 비싸지만 산지에서도 매년 추석명절을 코앞에 두고는 1kg당 70만원을 훌쩍 넘어서는 송이가격을 감안하면 터무니없지는 않다.
박경일기자
parking@munhwa.com1. 전복·바닷장어 일품 요리와 함께특급호텔에서 값비싼 송이요리로만 배를 채우겠다는 것은 무리. 송이향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전복이나 바닷장어 등 식감이 느껴지는 해산물을 곁들이는 것이 좋다. 송이향이 살짝 밴 해산물 요리는 상승작용을 일으켜 미각을 자극한다.
JW메리어트 호텔 중식당 ‘만호’(02-6282-6741)는 송이버섯에다 전복이나 가리비, 킹크랩 등를 곁들여 조리한 송이 특선요리를 선보인다. 10만∼15만원(이하 세금·봉사료 별도).
일식당 ‘미카도’(02-6282-6751)에서도 바닷장어, 새우, 전복, 스시 등 일품요리를 송이버섯과 조리해 세트메뉴로 내놓는다. 13만~15만원.
리츠칼튼 서울의 중식당 ‘취홍’(02-3451-8239)도 송이와 함께 조리한 바닷가재, 상어지느러미찜, 생선수프 등의 메뉴를 세트로 구성해 내놓는다. 11만5000∼17만원.
2. 샐러드·튀김·찜 색다르고 다양하게다채로운 송이요리를 즐기려면 정식메뉴를 택하는 것이 좋다. 송이의 향은 각각의 조리법에 따라 깊이와 느낌이 달라진다. 정식메뉴를 택하면 쪄내고 튀겨내고 볶아냈을 때의 다양한 향과 맛을 찬찬히 음미하며 즐길 수 있다.
임피리얼 팰리스호텔 일식당 ‘만요’(02-3440-8150~2)에서는 자연송이로 만든 샐러드와 송이구이, 송이튀김, 송이버섯 밥 등을 내오는 자연송이 정식 메뉴를 선보인다. 15만원.
서울프라자호텔 일식당 ‘도원’도 송이 코스요리를 선보인다. 송이 샥스핀찜, 송이게살요리, 송이볶음 등을 함께 내놓는다. 15만원.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일식당 ‘슌미’(02-531-6492)는 송이를 이용한 샐러드와 튀김, 주전자찜, 초밥 등 송이요리의 정수만을 내놓는 코스메뉴를 16만원에 선보인다.
3. 갈비·된장찌개 전통 한식과 함께송이요리는 주로 일식과 중식요리에 쓰인다. 한식 송이요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된장찌개에 송이를 조금만 썰어넣어도 향긋한 맛을 낸다. 갈비와 함께 곁들여도 새로운 맛을 낸다. 송이를 한식과 함께 내놓는 요리는 은은한 향을 즐기는 것이 대부분이다.
롯데호텔서울의 한식당 ‘무궁화’(02-771-1000)는 송이반상차림과 자연송이 영양돌솥밥을 선보인다. 3만9000~5만50000원.
르네상스서울호텔의 한식당 ‘사비루’(02-222-8655)도 돌솥밥과 갈비구이를 곁들인 메뉴를 선보인다. 5만5000원.
코엑스인터컨티넨탈호텔의 ‘아시안라이브’(02-3430-8623)에서는 송이된장찌개, 일본식 송이구이, 중국식 송이볶음요리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다. 4만5000~9만원.
4. 세트·코스 메뉴 푸짐하고 저렴하게송이요리의 높은 가격이 부담스럽다면 점심용 세트메뉴를 즐기는 것도 요령. 세트메뉴라도 가격이 만만치는 않지만 제철 송이향을 느껴보는 정도로는 족하다. 일품요리에 비해 송이의 함량은 적겠지만, 품질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그랜드 힐튼호텔의 중식당 ‘여향’(02-2287-8787)은 송이버섯과 해삼, 새우찜, 쇠고기 안심 등으로 구성된 점심 세트메뉴를 5만2000원에 내놓았다. 여기에다 메로찜 등이 추가된 저녁코스메뉴는 8만2000원.
일식당 ‘미쯔모모’도 자연송이 샐러드와 송이참치초밥 등의 점심 코스요리를 6만5000원에 선보인다.
르네상스 서울호텔의 한식당 ‘사비루’(02-222-8655)는 송이와 돌솥밥, 갈비구이를 곁들인 메뉴를 5만5000원에, 중식당 ‘가빈’(02-222-8657)에서는 송이 불도장을 7만원에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