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아마시는 '건강' 한 잔


알람 소리에 놀라 깨서 콩 튀듯 팥 튀듯 뛰어다녀도 아침 시간은 손가락 사이로 모래 빠지듯 스르르 지나간다. 밥 먹을 시간은 없고 굶자니 섭섭할 때 가볍게 ‘한 잔’ 마시고 출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엔 ‘드르륵 드르륵’ 금세 갈아 마시는 한 잔의 음료는 주부에게도 효자. 누구에게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살펴본다.

청국장 가루, 태음인과 소양인에게 딱! 30대 후반의 직장인 이혜정씨는 나이가 들어도 여드름과 잔병치레가 잦아 고민이었다. 청국장 가루가 변비와 여드름에 효과적이라는 얘기를 듣고 요즘은 아침마다 청국장 가루 1큰술, 사과 반쪽, 우유 1컵을 갈아서 마신다. “가루는 냄새도 약하고 사과를 넣고 갈면 맛도 훨씬 좋아져요. 두 달 꾸준히 마셨더니 몸이 가벼워지고 피부도 좋아졌어요.”

맞벌이 주부 김혜옥씨는 매일 아침 남편에게 우유 1컵, 청국장 가루 1큰술, 꿀 2큰술을 잘 섞어서 건넨다. 당근이나 찐 양배추 등을 더해 믹서에 갈아주기도 한다. 한의사 최현씨는 “소음인이 청국장을 먹으려면 찌개를 끓여먹는 것이 낫다”고 한다. 청국장 가루에는 콩의 찬 기운이 남아 있기 때문에 태음인이나 소양인에게는 좋지만, 소음인이 먹을 경우 입맛이 더 떨어지거나 소화가 안 돼 트림이 자꾸 나올 수 있다는 것.

소음인은 생식이나 선식 피해야 탤런트 옥소리씨는 가끔 선식을 우유나 두유에 타서 아침을 대신한다. 건강보조식품에 관심이 많은 남편 박철씨는 로얄제리, 홍삼액, 클로렐라, 비타민 등을 골고루 챙기는 편.

최현씨는 “건강을 위해 먹는 식사 대용식이라도 자신의 체질에 맞는 것이 아니면 해롭다”고 단언한다. “속이 찬 소음인은 다른 체질에 비해 우유의 소화 흡수를 잘 못하기 때문에 우유에 타 먹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 태음인에게는 우유가 잘 맞지만, 기타 체질에는 두유나 요구르트가 낫다고 한다. 특히 “선식이나 생식 등 가루 음식은 위벽을 자극하고 위산을 많이 분비시키기 때문에, 트림을 자주 하거나 배탈이 쉽게 나는 사람은 피하는 게 좋다”고 경고한다. 가루를 섞어 만드는 음료는 태음인이나 소양인에게 적합하며 태양인도 양만 적게 먹으면 괜찮다. 소음인은 같은 재료로 차라리 죽을 끓이는 게 낫다고 한다.

소화기 약한 사람에게는 마 건강에 관심이 많은 주부 김은경씨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생식, 수삼, 청국장, 요구르트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그 중 가장 만족스러운 건 마를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 마시는 것. “마가 몸에 좋다고 해서 남편과 먹기 시작했는데, 다른 음료보다 속이 편안하면서도 든든해요. 껍질을 벗기고 작게 토막 내 믹서기에 넣고 요구르트 한 병 넣어 갈면 돼요.” 마는 소화흡수가 잘되는 따뜻한 성질의 식품으로 소음인에게 잘 맞는다. 위가 약한 사람도 마를 갈아먹으면 증상이 완화된다. 단, 변비에는 좋지 않으므로 주의.

잘 익은 토마토는 여름 보약 ‘빨리쿡닷컴’ 운영자 김혜경씨는 어른 주먹 크기의 잘 익은 토마토 한 개나 좀 작은 토마토 두 개를 냉장고에 시원하게 두었다가 물 1/4컵과 함께 소형믹서기에 갈아 먹는다. 토마토는 체내의 과도한 나트륨을 제거하는 칼륨과 섬유질이 풍부해 시어머니께도 갈아 드린다. “다른 과일이나 야채보다 훨씬 포만감이 있고 맛도 좋다”는 게 김씨 얘기. 한방에서 볼 때 토마토는 약간 따뜻한 성질을 갖고 있어 체질에 상관없이 모든 이에게 좋다. 파랗거나 덜 익은 것보다 빨갛게 잘 익은 상태에서 먹는 것이 영양면에 좋다.

찬 과일은 소양인과 태음인에게 제격 주부 권수영씨는 아침마다 플레인 요구르트에 바나나와 계절 과일을 넣어서 간 스무디를 남편과 한 잔씩 마신다. “우유만 마실 때보다 훨씬 든든하고 소화도 잘 되는 데다 비타민까지 섭취할 수 있어 좋아요. 딸기가 흔한 철에 많이 사서 밀폐용기에 담아 냉동시키고, 쉽게 무르는 바나나도 껍질 벗겨 랩을 씌워 냉동시키면 사시사철 만들 수 있어요. 전문점에서 파는 스무디는 시럽을 넣어 단맛이 강한데, 집에서는 건강을 생각해 과일만 갈아요. 딸기 10개, 바나나 작은 것 1개, 플레인 요구르트 1병이 기본이고 가끔 꿀을 1큰술 넣기도 하는데, 여름에는 여기에 수박을 더해도 맛있어요.”

수박이나 참외를 먹고 배가 아팠던 기억이 있다면 소음인일 가능성이 높다. 따뜻한 성질의 바나나는 소음인에게 알맞은 몇 안 되는 과일 중 하나. 열 많은 소양인이나 땀 많은 태음인이라면 여름에 수박이나 참외를 먹어야 더위와 열사병을 피할 수 있다.

홍삼은 몸이 찬 소음인에게 좋아 홍삼액으로 아침을 시작하는 집도 많다. 이정선씨 가족은 아침마다 홍삼 농축액을 따뜻한 물에 풀어 한 잔 마시고 구운 마늘 7알과 은행 7알을 영양제처럼 먹는다. 사시사철 꾸준히 먹으니 가족 중 감기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최현씨는 “인삼이나 홍삼을 꾸준히 먹으면 몸이 따뜻해지므로 소음인에게는 알맞지만, 열 많은 소양인이나 혈압 높거나 다혈질인 사람은 더덕이나 마를 먹는 게 낫다”고 한다.

더덕은 성질이 서늘하고 기관지와 폐에 좋아 태음인에게 가장 좋고 열 많은 소양인에게도 좋다. 마처럼 요구르트와 함께 갈면 먹기 편하다. 수삼은 인삼보다 열이 적기 때문에 태음인의 피로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열 많은 소양인이 수삼을 많이 먹으면 머리가 아프거나 가슴이 답답하거나 열이 나는 등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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