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셋이서 두부를 만들고 있었다. 콩을 갈고 소금을 친다.
그것이 엉키면 보자기를 씌우고 널을 깔아 맷돌만 얹으면
두부는 다 될 판이다.

시어머니는 손자 녀석을 업고 마을로 놀러 가고 영감이 혼자
사랑방에 누워 두부가 다 되기를 이제나저제나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한참 후에 삐거덕 문이 열리더니 큰아들이 나무를 한 짐 지고 들어왔다.
큰며느리는 나는 듯 달려가서 바가지에 순두부를 가득 담아서 양념간장을 맛있게 쳐서 냉큼 남편 앞에 갖다놓았다.

"구수한 게 제법 맛있게 되었네요."

하는 말소리가 방안에까지 들렸다.
그러더니 아들이 마당에 선 채 후루룩 후루룩 두부를 먹는 소리가 들렸다.
영감은 입에 침이 절로 괴었다.

'뭘하고 있나, 나도 한 그릇 안 주고......'

영감은 그 소리가 목구멍까지 기어 나왔지만 차마 시아버지 된 체면에
그럴 수도 없었다.
그러자 또 대문 소리가 나더니 이번에는 둘째 아들이 들어왔다.
둘째 며느리가 쪼르르 달려가서 두부를 한 대접 떠나 남편 앞에 내놓았다.
아들의 두부 먹는 소리가 영감의 귀를 간지럽혔다.

"나도 뭣 좀 주지, 배고파 죽겠는데."

이번에는 작은 아들이 돌아온 모양이었다.
갓 시집 온 새색시가 수줍음도 없이 남편에게 두부 한 뚝배기를 내놓는다.
영감은 심통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배에서는 쪼르륵 소리가 났다.

그 때 할멈이 손자를 업고 대문안으로 들어섰다.
작은 아들이 순두부를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는,

"벌써 다 됐구나. 너희들 시아버지께 드렸느냐?" 한다.
세 며느리가 모두 꿀 먹은 벙어리처럼 대답이 없자 할멈의 안색이 변했다.

"망할 것들 같으니라구! 너희 시아버지가 순두부를 얼마나 좋아하시는데
여태 갖다 드리지 않다니,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할멈은 대접에 두부를 듬뿍 떠서 양념을 쳐서 쟁반에 받쳐들고 사랑으로
들어갔다.
영감은 너무나 감격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
.
.
.
.
.
"나도 마누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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