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학년 엄마에겐 가슴 설레는 큰 숙제 하나가 있다.
6월에 있는 아이들의 댄스파티이다.
아이들에게도 졸업을 앞두고가장 설레이는게 있다면
바로 11학년과 12학년에 한 번씩 있는 댄스파티 일 것이다.
특히나 여자애들은 어찌나기다림으로들뜨고
기대로 마음을 졸이는지...
학교 헤드 마스터는 한 달 전에 부모들에게 편지를 한 장씩 보냈다.
작년에 머리와 화장을 하기 위해 브리스번에서 멜번까지 비행기를
타고 갔다온 학생을 예로 들며, 부디 필요 이상의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이번 댄스파티에 오픈 미니쿠퍼를 몰고 온 11학년 학생들
몇 달 전 부터 파트너를 정했다. 5개월 이라는 긴 시간동안 커플들이
깨질 수도 있고 친구들끼리 사이가 나빠져서 파트너를 바꿔버리는
일이있을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선생님들의 주의를 들어가며,
일주일에 한 시간씩 댄스 연습을 했다.
겨우 세 곡의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의 잛은 댄스이기 때문에 고작
15분 밖에 안되는 이시간을위해 두 텀 동안 연습을 하는것이다.
댄스나잇 직전에는 파트너의 팔짱을 끼고 입장하는 자세부터
높은 사람에게 인사하는 방법까지도연습했다.
우리나라 같으면 고2, 고3 수험생 나이인데 그 시간에 공부를 해야지
무슨 짓들인가---
싶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파티를 즐기는 서양문화에서는
이것이 더 중요한 필수 교양수업인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학교의 12학년 댄스파티는 시티에 있는 멋진 파티장이나
호텔 클럽을 빌려 하지만,
11학년의 파티는 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파티가 열리는 강당은 선생님들의 정성으로 아주 멋진 연회장이
되어있었다.
각각의 테이블엔 학생 하나 하나의 이름표도 만들어 놓고,
아름다운 촛불과 조명과 꽃장식까지...
예비 신사숙녀들을 맞기 위한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는 것이었다.
엄마들의 노고도 못지 않았다.
딸애는 미리 마련했던 드레스가 좀 미흡했는지 며칠 전에 새로
천을 떠서 드레스를 고쳐 입겠다고 했다.
천뜨러 쇼핑몰 헤매고, 재봉틀도 없는데 손바느질로
생전 처음 해보는 드레스 수선까지 하고, 색맞춘 악세서리에 숄에
핸드백까지...
시험치느라 바쁜 애 대신 엄마가 발로 뛰며 모든걸 준비
해야했다.
그래도 마냥 고마왔다. 파티는 잊어버리고
시험공부에만 신경 쓰는 아이가.
서양애들은 이미 너무나 익숙한지도 모르겠지만 놀 줄 모르는
순진한 한국학생들에게는 이 댄스파티가 너무나 새롭고 즐거운
경험임에 틀림없다.
젊어서 댄스파티는 커녕 그냥 파티도 파티답게 해 본 적이 없는
엄마에겐 더 가슴 두근거리는 큰 행사다.
호주의 남자 파트너들은 여자파트너의 드레스 색에 맞춰
넥타이와 양복도 골라 입고, 꽃다발을 준비해서 파티전에
여학생을 모시러간다.
11학년엔 이미 운전면허를 받은 아이들도 있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는 부모가 태우고 간다.
여자 아이의 부모는 이 때 남자아이 차에 딸을 태워보내며
꼭 시집 보내는것 같은 이상야릇한 심정을 느끼게 되는데,
벌써 아이들 결혼시키기 연습이라도 하는것 같다.
신부화장 처럼 꽃 단장을 한 아이가 내 딸 맞아? 어찌나 예쁜지...
문 앞에라도 서서 엿보고 싶은 3시간이 훌딱 지나가고,
밤 11시, 그렇게 기대하고 준비했던 댄스파티도 끝이났다.
주차장 가득 아이들을 데릴러 온 부모의 차들이 즐비하고
정장을 차려입은고운 아이들이 손에 손에 꽃이며 풍선들을
들고 나왔다.
하이힐을 신어서 더 훌쩍 큰 키에화사한 드레스를 입고
단정한 남학생과 함께 걸어 나오는 딸 아이를 보니,
정말 시집 보내도 되겠네...
내가 못해 본 이 아름다운 경험을 딸아이가 해봤다는 것 만으로
너무나 행복한 순간이었다.
남편도 저 아이들의 예쁜 장면을 함께 볼 수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1년 후에 다시 드레스 구하고 한바탕 법썩을 떨 댄스파티 준비가
벌써 부터또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