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2. 16:33 건강,생활상식

담쟁이

담쟁이
작은 물방울이 바위에 구멍을 내듯 식물 중에서도 바위를 ‘뚫는’ 것이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담쟁이가 그것이다.

최근 광화문 동대문 신무문 등 석조문화재의 돌이 담쟁이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단지 시달리는 차원이 아니라 석재가 심하게 훼손돼 석조문화재 보호를 위해 모두 뽑아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인간 등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편하게 ‘수평’의 길을 걷기 바라는데 유독 남들이 가지 않는 ‘수직’을 걷는 담쟁이. 일종의 보조뿌리인 부정근(不定根)이 있기에 수직으로의 도전이 가능하다. 줄기의 마디에서 나오는 이 부정근은 그 흡착력이 매우 강해 담쟁이를 사람이 붙잡고 올라가도 벽에서 떨어지지 않을 정도다.

보통 10m 정도 자라는 담쟁이가 나무를 휘감을 때는 부정근으로 나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심하면 나무를 고사시키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땅 위의 비단’의미로 지금(地錦)이라는 약재로 사용한다. 어혈과 근육의 통증을 풀어준다.

담쟁이가 무성하면 습기가 높아지고 이끼가 자라면서 돌의 부식도 빨라진다. 이 과정에서 석재문화재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생겨 부식을 촉진시킨다. 이같은 현상으로 현재 남한산성 등 지방 성곽문화재 보수공사의 절반 이상이 담쟁이 등의 뿌리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보기에 운치가 있다고 담쟁이를 방치하면 심각한 결과를 빚을 수 있어 문화재 전문가들이 담쟁이 없애기를 권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동대문 등에는 지난해 담쟁이를 제거하기도 했다. 고색창연한 문화재의 한 상징으로, 마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듯 돌담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가 머잖아 눈 앞에서 사라질 판이다. 아쉽기만 하다.

문화재청이 18일 고향의 옛 정취가 물씬 풍기는 영·호남지역 10개 마을 돌담길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추억의 돌담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돌과 흙담을 타고 넘는 담쟁이다. 이 담쟁이를 문화재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할지, 아니면 발본색원의 대상인 흉물로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스럽다.

담쟁이는 작고 연약하지만 수많은 뿌리의 흡착력으로 돌에 구멍을 뚫는다. 과거와는 달리 문화재 주변에서는 미움을 받는다지만 단단한 돌에 도전하면서 수직 상승을 향한 그 끈기와 인내력, 그 ‘담쟁이 정신’은 오늘날 세상만사의 훌륭한 ‘스승’일 수 있다.

김영호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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