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만하진 마세요, 이런 교사도 있답니다
2006-03-23 14:36 | VIEW : 1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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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들에게 부끄러운 교사가 되기 싫다”
매년 신학기가 되면 학부모는 촉각을 곤두세운다. 다름 아닌 ‘촌지’때문이다. ‘갖다 줘야하나 말아야 하나. 촌지의 적정가는 얼마인가’. 일부 학부모는 담임교사의 성향과 촌지수수 전력을 파악하기 위해 애를 쓴다. 교사가 촌지를 밝히는지, 백화점 상품권과 현금 중 어느 것을 선호하는지와 같은 사소한 정보도 수집한다.

담임교사가 촌지에 대해 어떤 주관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학부모 모임이 잦아지는 것도 이때다. 심지어 교사의 가정형편과 배우자의 직업이 무엇인지도 학부모의 관심대상이다. 새 학기가 신경 쓰이기는 교사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최근 일부 교사들 사이에 “촌지를거절 한다”고 공개 선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난 3월 20일. 서울 강남구 D중학교 1학년 담임 이모 교사는 학부모총회에 참석한 학부모에게 “촌지를 줄 생각도 하지마라. 학생 상담 등을 이유로 학교에 방문할 때 음료수나 케이크를 들고 오는 학부모가 있는데 그조차도 원치 않는다. 만약 이렇게 당부하는데도 불구하고 사 온다면 그 자리에서 ‘박스’를 뜯어 돈 봉투가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것이다. 서로가 얼굴 붉히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교사가 촌지를 바란다고 생각하지 마라. 제자들에게 부끄러운 교사가 되기 싫다. 교사를 믿고 자녀를 맡겨 달라.”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런 이야기를 학부모 앞에서 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면서 “학부모가 교사를 욕되게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서울 마포구 S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지난 20일 열린 학부모총회에서 “촌지를 건네야 내 아이에게 교사가 관심을 갖고 잘 가르칠 것 이라는 환상은 버리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D 초등학교 6학년 이모 교사도 학부모총회에 참석한 학부모에게 “나는 우리 반 35명의 학생들을 똑같이 아끼고 사랑 한다”면서 “교사와 상담이 필요해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 올 경우 ‘빈손’으로 오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 중랑구 묵동의 W중학교 2학년 담임 김모 교사도 학부모에게 “촌지를 받지 않는다”고 공포했다.

이처럼 촌지를 적극적으로 거절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촌지는 학부모와 교사의 관계를 어렵게 만든다. 교사와 학부모의 인격적 만남을 저해하는 잘못된 교육풍토의 주범이 촌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촌지가 도덕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이라는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교사들이 사명감을 갖고 참교육을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촌지가 근절되지 않는 데는 내 아이만을 특별히 보살펴 주고 관심 가져 주기를 바라는 학부모와 이를 거절하지 않는 교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인천시 부평구 최모씨(40)는 “학부모가 봉투를 준비하는 이유는 촌지를 건넨 학부모의 아이에 대해 교사가 눈에 띄지 않게 ‘특별대우’하기 때문”이라면서 “은근히 촌지를 밝히는 교사가 있기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촌지를 건넨다”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H초등학교 박모 교사(42)는 “학부모에게 자녀의 수업태도와 교우관계 등 잘못된 점을 지적하고 싶어도 ‘촌지를 달라는 것’으로 곡해하기 때문에 학부모에게 하고 싶은 말을 꾹 참는 경우가 다반사”라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보다 학부모를 상대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오랜 지병 중 하나인 촌지. 그러나 의외로 촌지근절에 대한 해결책은 간단하다. 주는 사람이 있어도 받는 사람이 거절하면 그만이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받는 사람이 있어도 주는 사람이 없으면 문제될 게 없다. 일부 교사들이 촌지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이제 학부모들이 “주지 않겠다”고 나설 차례다.

기사제공= 흥국생명 세상엿보기 / 김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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