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룡덕봉 등정 실패記

九 龍 德 峰 登 頂 失 敗 記

글 사진 / 오원

방태산(1345.6m) 줄기의 한 봉우리가 구룡덕봉(1338m)이다.

백두대간의 갈전곡봉(1204m)에서 서쪽으로 산줄기 하나가 뻗어

가칠봉(1240.4m)을 지나 월둔고개를 건너며 구룡덕봉이 이어진다.

국립공원으로 지정해 보호해야 할 '자연의 보고'가 방태산이다.

엄청난 크기의 산군으로 이뤄진, 해발 1000 고지가 넘는 산들로 둘러쌓인

이 산자락에, '3둔 4가리'라 일컫는 피난처가 전해지고 있다.

방태천을 끼고,

방태산자연휴양림이 조성된 골짜기가 적가리.

최상의 자연휴양림, 최고의 휴양지.

일설에 거대한 운석이 떨어진 자리로분지 형태를 이룬 곳이란 얘기도 있다.

지도를 펴놓고 등고선을 자세히 보라. 그럴싸한 '썰'이란 걸 느낄 것이다.

적가리골 동쪽에 나란히 흘러내리는골이 아침가리.

한자로 조경동(朝耕洞),

골짜기에 붙은 밭떼기가 아침 한나절 갈면 끝난다는뜻일 게다.

더 동쪽 쇠나드리에서 들어갈 수 있는 골이 연가리.

백두대간 종주 때 살펴 본 연가리골에는 산당귀가 엄청나게 많았던 기억이 있다.

사람 키를 넘게 자란 참당귀, 8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있을런지?

연가리골 북쪽에 귀둔리라는 산마을이 있다. 쉽게 말하면

야생화 천지인 곰배령 서쪽이 귀둔이다. 산나물이 지천인 곳.

내린천을 끼고,

살둔은 생둔. 내린천이 산태극수태극을 이루는 살둔은

임진왜란은 물론하고 육이오전쟁 때도 죽은 사람이 없다는 산골이다.

달둔은 월둔, 내린천 상류 칙소폭포 주변이다. 열목어가 춤추는

칙소폭포 윗쪽은 을수골이 오대산을 깊숙히 파고 들고.

아침가리 남쪽에 명지가리, 곁가리라 부르기도 한다. 삼봉약수와

삼봉휴양림이 자리한 동쪽 산 넘어 골짜기다. 국도 56호선 구룡령 방향

외청도교에서 오를 수 있다.

정감록에 나온다는 3둔 4가리는 모두 인제 땅에 있는 피난처다.

지금은 홍천군 내면이지만 옛적엔 인제군에 속해있던 산마을이었다.

3둔을 '생둔' '월둔' '달둔'이라 하는 설도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오원은 정감록을 읽어본 일은 없으니....

각설하고.

구룡덕봉을 오르기로 했다.

수 년 전 월둔교에서 개인산을 끼고 월둔고개를 오르다가

승용차는 도저히 오를 수 없는 길이라 포기한 적이 있었다.

벼르고 벼르다가,

사륜구동차로 조경동을 거슬러 구룡덕봉을 오르기로 한 것이다.

지도에는 분명히 구룡덕봉까지 찻길이 나 있다.

듣기로는 閔 기자가 짚차로 오르다가 차가 굴러

집에 못 돌아올뻔 했다기도 하는 구룡덕봉을 차로 오르기로 했다.

들머리는 방동약수.

'한국의 명수'에 드는 참물,

육구만달(산삼)을 캔 자리에서 약수가 솟았다는 곳이다.

시멘트 포장길 2km를 오르면 고개마루다. 공터가 있다.

더 이상 나간다는 것은 모험. 모험을 즐기려면 모르지만.

먼지를 내며 내려오는 길에서 땡볕을 걷는 두 분의 '트레커'를 봤다.

다음날에야

그중 한 분은 김신묵(아침가리 트레킹 기사를 쓴)님이었다는

추측이 오원의 뇌리를 스치고 지났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ㅎㅎㅎ

(이 허접한 글은 지난 목요일에 올릴 뜻이었는데.....ㅎ)

비포장길을 덜덜거려 6km 내려오면 조경동교.

이 다리에서 아랫쪽으로 계곡따라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진동계곡 갈터까지.

계곡 트레킹은 단풍 드는 가을철이 좋다.

비내리는 여름철에 들어간다는 건 생명보험회사에서 좋아하지 않는 일.

조경동교 상류 10km가 오늘 올라가야 할 길.

한 때는 초등학교 분교가 있던 마을에 사람사는 집이라고는 없다.

비닐하우스 한 채가 있고 고추와 피망을따는 아낙네들이 있을 뿐.

빈 집에 딸린 뒷간이 '여기는 사람 사는 곳이 아니다'라고 눈짓하는가.

분교 자리에 카페 비스름한 집 앞에 차가 몇 대 있을 뿐.

쓰러진 은수원사시나무, 땔감으로나 쓸, 쓸모없는 나무.

조경동은 올 여름에 엄청난 수해를 입은 것이 틀림없다. 성한 다리가 없다.

끊어진 다리를 피해 갯바닥을 건너고 또 건넜다.

인간이 머리쓴다고 해봐야 자연 앞에선 옹색할 따름이다.

자연속에서 인간은 미미한 생명체일 뿐이다. 아주 微微한 존재!

어쩌란 말이냐. 이 다릴 어떻게 건너? 저 건너편 차는 우째 건넜노? 허 !

조경동교에서 쉬던 차들이 몰려왔다.

리더가 시범을 보이는데, 다음과 같이 보이는 것이렸다.

왔다갔다. 갔다왔다. 왔다갔다.

꽁지로 다리 구멍을 빠져나오는디.

신통방통 방통신통 운전한번 잘도한다

한바탕 요란법석 시끌벅끌 왁자지껄

노는사람놀고먹는사람먹고놀고먹고먹고놀고히덕히덕끼들끼들히덕끼들끼들히덕히히덕덕

차체를 높이고, 바퀴를 크게 달고,돈들여 개조한 차로 요술을 부리는가.

울 나라 임금님도, 요 사람들처럼, 나라 운전 좀 잘했으면 좋겠다. 아주 좋것따.

더 오르기를 포기하고 산행에 나섰다. 정숙보행이다.

지골로 들어섰다. 모르기는 해도, 등산을 목적으로

이 골짜기로 든 것은

권금안방 탐승객들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그날,

조경동에서 '심봤다' 소리치는 심마니는 없었다.

흔하지 않다는 산청목, 즉벌나무 군락을 본 것 밖에는.

누가 알았으랴.

조경동의 다리가 다 부서지고 끊긴 줄을.

지도에 그어진 두 줄은 사람이 다니는 길인가.

차가 다니는 길이라는 선(線)인가.

조경동 길은 차 다니는 길이 아니다.

사람 다니는 길로 차가 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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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금수강원 인제군 기린면 현리에서 418번 지방도를 타고

방태천 따라가다가 방동교에서 우회전. 직진하면 진동리.

다리 건너자마자 오른쪽은 방태산휴양림 가는 길이고,

왼쪽 방동약수쪽 언덕길로 들어서면 된다.

<주의>

사륜구동도 차체가 작은 것이나 다리를 빠져나갈 수 있다.

경신 구월 초사흘, 아침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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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새 / 번개 / 행사용 / 동자마니 / 오원

oh, 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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