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30. 16:01 여행,레저

여인국

천상천하 유일의 여인국 탐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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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 여행 감상록|2005/05/30 (월)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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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벳의 서남부인 중국 사천성과 운남성의 경계에는 노고호(瀘沽湖)라는 신비한 호수가 있다. 이 호수는 해발 2, 688미터의 고원 산악지대에 자리 잡고 있는데, 호수의 크기가 동서로 52평방킬로이고, 평균 수심이 45여 미터지만 물이 맑아 바닥까지 훤히 들여다보인다. 호수 안에 기암괴석으로 가득한 여섯 개의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아름다운 호반이다. 마치 우리나라의 백두산 천지를 연상케 하지만, 워낙 남방의 고원지대에 위치하여 사계절이 분명하고 날씨도 좋을 뿐만 아니라 주변의 수려한 심산유곡도 천하일품, 가히 용들과 신선의 고향으로 칭해도 손색이 없는 곳이다.
 
더욱 신비한 것은 이곳에는 지구상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모씨사회의 부족이 있다. 이 부족은 중국 소수민족 중의 하나인 납서족(納西族) 계통인 마사인(摩梭人)으로, 약 2만여인이 호반 주변의 20여개 촌락에서 수 천동안 원시 모계사회를 고수하면서 평화롭게 살고 있다.
모계사회의 가장 큰 특징은 한마디로 아버지보다 어머니를 존중하고, 남자보다 여인을 귀하게 여기는 여인천국이다. 바로 남존여비(男尊女卑)가 아니 여존남비(女尊男卑)의 세계가 실천되는 곳이다. 이 곳에 사는 마사인들은 이 원칙을 철저히 준수한다. 예컨대 아이가 태어나면 그 양육권과 소유권도 여인이 책임지고, 아이들의 성도 아버지의 성을 따르지 않고 어머니의 성을 따르며, 집안의 재산상속권도 물론 여인의 몫이다. 또 어머니 위주의 사회이기 때문에 친가보다 외가 친척이 더 가까운 것은 당연지사.
 
이 모계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 마사인들은 남녀 모두 종신 결혼을 하지 않는다. 다만 아초(阿肖)라는 특수하고 한시적인 남녀 성관계만을 유지한다. 즉 아초란 남녀 공히 성관계를 유지하는 상대방을 부르는 이름인데, 이 제도의 기본 규칙은 남자는 반드시 여자의 집에서 밤만 보내고, 낮에는 본가로 귀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래서 일명 주혼(走婚)이라고 한다. 아초관계를 맺는 것은 비교적 간단하고 자유롭다. 남녀 모두 일정한 성인이 되면 밭일과 등산, 축제 등 일상 생활에서 만난 친구 중에서 서로 감정이 맞으면 서로 의복이나 꽃두건 등 간단한 정표를 표시할 수 있는 선물을 주고받으면 그 관계는 성립된다. 심지어 호수 서북쪽의 자리 잡은 천연온천에서 남녀가 술과 음식을 준비하고 서로 마주보는 가운데 목욕을 하고, 건강한 몸매를 과시하여 미래의 아초를 점찍기도 한다. 이때 남자보다 여자가 더 자유롭게 의사를 표시해도 아무런 허물이 되지 않는다. 또 남녀 모두 아초관계를 맺기 위해 집안 가장의 동의도 필요 없고, 친척 등의 간섭과 강요를 일체 받지 않는다. 물론 상대방의 신분과 지위 등도 그리 중요한 작용을 하지 않는다. 단지 근친간의 혼인만 삼간다.
아초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부의 자유의사, 첫날 밤 남자가 여자의 집에 찾아오기 직전에 어머니가 다시 한번 딸에게 선택한 남자가 마음에 드는 가를 묻는데, 이 때 딸이 어머니에게 동의한다고 고백하면 남자는 동방의 자격이 생긴다. 또 남녀가 성숙되고 원만한 아초관계를 유지하기까지 여자 집안의 모든 남자들은 신랑을 만나지 않는다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 아초관계는 일정기간이 지난 후 쌍방 중 일방이 원하지 않을 시, 수시로 그 관계를 폐기하는 것도 가능하다. 오늘날 말하는 합의이혼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 아초의 관계는 늘 고정적일 수 없고 자유롭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 평생 동안 몇 사람, 심할 경우 몇 십 명까지 바뀔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한 어머니의 배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 일지라도 그 아버지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니, 아이들은 직계 아버지와 번잡한 계부(繼父)들에게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오로지 어머니만 존경하고, 어머니 말에만 순종한다. 어머니도 아이들 개개인에게 그 아버지를 일일이 밝히길 꺼려한다. 이 방법이 모계사회를 유지하는 비법인 셈이다. 외면상 여성 일변도의 불평등 조약인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마사인의 연인은 그 외모가 수려할 뿐 아니라 생활력이 강하고 부지런하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여인들은 일상 집안의 음식조리에서 힘든 밭일까지, 자녀교육에서 집안 자금관리까지, 집안의 대소사를 모두 책임을 진다. 또 자매끼리 사유재산을 인정하지 않고 공동 생산과 공동 소유를 통해 집안의 화목을 다진다. 남자들은 이런 유능하고 평화로운 여성세계에서 아무런 근심 걱정없이 그저 큰 말썽을 부리지 않고 여자에게 순종하며 인생을 즐기면 된다. 역설적으로 무능하고 책임감이 없는 실업자 남자들과 여성 우월론자에게는 그야말로 현존하는 지상낙원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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