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며 낯선 곳에서 아침을 맞는 것이다. 달빛 그윽한 밤에 홀로 걷는 것이다. 어느 낯선 포구 신 새벽에 플라스틱 통 속에서 펄펄 뛰는 생선을 보는 것이다. 매화향기 그윽한 강가에서 술을 한잔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 벚꽃 잎들이 눈처럼 날리는 그 찰나에 그리움으로 터져 버리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사람이 덮던 이불을 덮고 자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먹던 밥그릇과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 것이다.
온갖 사람들이 다녀간 낡은 여관방 벽지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것이다.
그리고 그 낡은 벽지가 기억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 자신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고 다른 사람을 자신 속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여행은 도피가 아니다. 우리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버리기 위해 떠나는 것이고 버린 후에 되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는 것은 없다. 오직 버리기 위해 떠난다. 소유한 것이 많으면 자유로울 수 없다. 매일 걸어야 하는 사람에게는 배낭 하나도 무거운 짐이다.
무엇을 더 담아 올 수 있겠는가?
'떠남과 만남'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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