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의 허전한 인터넷 대화 노무현 대통령은 어제 ‘국민과의 인터넷 대화’를 통해 양극화 문제를 비롯한 국정 전반에 대해 입장을 밝혔지만 솔직히 실망스럽다. 제대로 된 현실 인식, 새로운 국정 어젠다와 비전, 하다못해 솔직함도 자성(自省)도 찾아보기 힘든 변명과 말장난 수준의 ‘채팅’이었다.
대통령은 국민이 가장 힘들어하는 경제에 대해 이번에도 신용불량자 감소와 주가 상승을 근거 삼아 “경제가 언제 좋아진다고 말할 수 없지만 위기는 없을 테니 이제 돈 좀 쓰라”고 했다.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성장률과 일자리 부족, 제조업 해외 이전 등 민생을 불안하게 하는 문제는 입에 올리지도 않았다. 감성에 호소하는 바로 그 말솜씨로 난제(難題)를 피해 간 것인가, 아니면 정말로 그렇게 낙관하고 있는 것인가.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는 정부의 호언(豪言)을 비웃듯 부동산시장이 요동치고 있지만 노 대통령은 “8·31대책을 우습게 보지 말라”고 으름장만 놓았다. 시장논리를 거스르는 대책의 잘못을 인정하고 부동산 공급을 대폭 늘려야 한다는 사실을 대통령만 모르는 듯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다주택 투기꾼들과 정부 간의 싸움으로 봐서는 문제를 풀 수 없다고 한결같이 지적한다. 대통령이 “(양극화 해소를 위해) 세금을 올려도 소득 상위 20%가 내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은 전형적인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행태다. 효율적인 재정 운용을 전제로 한 ‘소득에 걸맞은 적정한 세금 부담’이라는 개념은 아예 없는 듯했다. 대통령은 ‘양극화 해소’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우리 사회를 ‘20 대 80’으로 몰아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지적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공무원 증원에 대해서도 자기 합리화에 바빴다. ‘작은 정부를 만들고 거기서 남는 재원으로 양극화를 해소하라’는 주문에 “이게 무슨 큰 정부냐, (다른 나라의) 절반도 안 되는 정부 갖고…”라고 되받아치니 놀라울 뿐이다. 공무원 숫자 타령에 앞서 예산 낭비, 중복 행정, 공기업 방만 운영 등에 대한 구조조정부터 하는 게 순서가 아닌가. 대통령은 언론과 반대세력 탓도 빼놓지 않았다. 8·31 대책이 효과를 못 보는 데 대해서도 “언론이 어떻게든 무력화(無力化)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 인식이다. 노 대통령은 남 탓을 하기 전에 이날 ‘국민과의 대화’에서 국민이 과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읽었는지, 잃었는지부터 살펴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