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9. 25. 16:23 살아가는 이야기
몇년전 죽은 동창녀석이 생각났습니다.
'너 목사 맞아' 대답은 못하고 그냥 눈물만 흘려습니다. | ||||||||||||
허종 paulhuh@naver.com">paulhuh@naver.com [조회수 : 168] | ||||||||||||
몇 년 전에 죽은 동창 녀석이 생각났습니다. 우연히 가곡 ‘산유화’를 듣게 되었는데 문득 몇 년 전에 죽은 동창 녀석이 생각났습니다. 대학시절 동창 녀석이 여름날 바다낚시를 가자고 했습니다. 몇 명이 의기투합하여 호기 좋게 돈을 모아서 돛단배를 빌려서 인천 앞 바다에서 망둥어 낚시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가 신이 났는지 산유화를 목청 높여 불렀습니다.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그 녀석은 한참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때 나는 속으로 ‘저 녀석 저런 면이 있네.’하고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망둥어 낚시를 즐기며 잡은 망둥어로 매움탕을 끓여 먹으며 하루를 즐겁게 놀았습니다. 신선놀음 같은 하루였습니다. 서로 생각이 많이 달랐기 때문에 깊은 정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대학 4년을 함께 어울려 다니며 보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1년에 한두 번 정도는 만나며 지냈습니다. 때로는 몇 년 동안 만나지 못하기도 했지만 소식은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습니다. 나는 목사가 되고 그 동창 녀석은 건설회사 차장이 되었을 때 여천에서 만나 적도 있었습니다. 고흥에서 목회할 때는 교회로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한창 돈을 잘 벌 때였습니다. 나를 만나면 돈 잘 버는 이야기를 했으니까... 압구정동 00아파트에 살면서 고급 승용차가 두 대 씩이나 있었으니까. 딸 둘을 미국에 유학을 보냈는데 ‘1년에 1억은 보내야 한다.’고 자랑을 했으니까 돈을 많이 버는 모양이었습니다. 만날 때 마다 신앙생활을 하라고 권했지만 귀찮아 할 뿐이었습니다. 술을 마시는 데는 백 만 원도 쓴다고 하면서도 교회에 와서는 헌금은 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또 몇 년이 흘렀을까? 일산에서 목회할 때 아주 초라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 왔습니다. 회사를 퇴직하고 회사를 차렸는데 그만 망하게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내가 집을 나가고 딸들하고도 소식이 끊어졌다고 했습니다. 그 때 내가 그 녀석에게 어떤 힘이라도 되어 주었어야 했습니다. 집에서 같이 식사를 하고 그 동창 녀석은 갔습니다. 며칠 후 그 녀석이 죽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혼자 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새벽에 죽었다는 것입니다. 가곡 산유화를 듣는데 문득 그 녀석 생각이 났습니다. 그의 장례식은 너무 초라했습니다. 40대 후반에 죽었고 그가 남긴 것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산유화를 들으며 꽃처럼 살지 못하고 간 그 녀석이 생각난 것입니다. 자기와 생각이 많이 다른 나를 그 녀석은 좋아했습니다. 술 먹고 개처럼 놀기도 했지만 내 곁을 떠나지 않았던 친구였습니다. 그 녀석을 생각하며 나의 불성실함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생각하지 못하는 나의 어리석음을 보았습니다. ‘너 목사 맞아?’ 산유화를 들으며 스스로 물어 보았습니다. 대답은 못하고 그냥 눈물만 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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