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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안어느 외국인 노동자의 외침

요즘 광화문으로 출퇴근을 하다보니 정기적으로 전철을 하루에 2시간은 이용하게 된다. 출 퇴근 전쟁을 치르며 참 다양한 사람들과 부데끼며 2시간이라는 짧지 않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있는 것이다. 지하철 잡상인들은 쉬지 않고 자신만의 공연(?)을 하고 다음 무대로 옮겨간다. 종목과 수단도 참으로 다양해졌다. 처음엔 전에 못보던 상품과 판매 방식에 귀를 기울이며 보는 재미도 은근히 솔솔했는데 이제는 시도때도 없이 이어지는 전철쇼핑 생방송에 질리기 직전이다. 책이나 뭔가에 집중하고 있을때나 조용히 눈을 붙이고 싶을때는 짜증이 날 정도다.

이 틀전 퇴근 길에 팝송 CD판매 방송이 끝나고 나서 연약하고 떨리는목소리가 바통을 이어 받는게 아닌가. "저기요...여러분..." 이런식으로 하면 되겠나 싶어 짜증스런 눈길로 쳐다보니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어느 한 외국인청년이 한 손에는 작은 종이 박스를 들고 울상을 하고 서 있는게 아닌가..

이제는 외국인도 지하철 잡상인 대열에 합류했나 싶어 도데체 뭘 어떻게 팔까 호기심으로 채널을 고정했다.하지만 흰 붕대가 감긴 다른 한 손을 보는 순간 나의 호기심은 상심(傷心)으로 바뀌었다. 그의 왼손은 아무리 봐도 없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다르게 키도 크고 말쑥하게 생긴 젊은 청년이었다. 얼마전 한 개그 프로에 나왔던 블랑카의 어눌한 말투로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한국에 돈 벌러 왔어요..근데 일을 하다 손을 다쳤어요. 치료비도 없어요.. 사장님이 월급도 안줘서 돈도 없어요. 여러분 좀 도와주세요..부탁합니다..도와주세요.."

그는 승객들에게 몇 백만원하는 수술비는 커녕 집으로 돌아갈 돈도 없는 자신의 딱한 처지를 알렸다. 월급도 안주는 사장을 그는 님자까지 붙여가는 그의 절박한 모습에 어떤 잡상인이 와도 쉽게모습을 보이지 않던1000원 짜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먼 타국까지돈벌러 와서노동 착취나 당하고 손 까지 잃고서 사람들 앞에 서서 그 잘려나간 손을 내밀어야만 하는 절박한 청년의 모습에안쓰런 마음이 나도 절로 들었다.지갑을 열었는데 현금이라곤 만 원짜리 한 장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그 청년이 사람들이 내민 돈을 받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앞을 지나치는 순간까지 고민이 되었다. 나도 먼길을 출퇴근해야 하기 때문에항상 교통비가 빠듯했던지라 만원짜리를 선뜻내 주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그 청년은 사람들 틈 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저울먹이는 외침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그 순간 내마음과 행동이 함께 할 수 없는 입장에 놓여 있는 내 자신에 한 숨이 절로 나왔다.그토록 많이 접했던전철판 '사랑의 리퀘스트'중 가장 마음이 와닿아 처음으로 도와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내 사정. 순간 많은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그청년의부모와 가족들은 귀한 아들이기회의 땅이라 믿고 간 한국에서이 지경에 놓인사실을 알고 있을까..월급도 떼먹고노동을 착취한 사장은 자신을 님이라 부르는 줄 알고 있을까...유명무실한 고용허가제를 만들어 놓고수십만에 이르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무대책으로일관하는 정부는뭐하고 있는 것일까...'

기대도 않했던 전철 안 어느 한 외국인 노동자의 외로운 외침에 모처럼서운한 퇴근길이 된 하루가 되고 말았다.

Posted by ogfri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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