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금식기도는 죽어도 못하겠다
안희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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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기도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예수님은 여러모로 기도의 모범을 보여주셨고 또 기도에 대한 많은 가르침도 주셨습니다. 또 다양한 기도의 모델도 친히 보여주셨습니다. 새벽기도, 금식기도, 철야기도, 목적기도 등등. 그런데 여러 가지 기도 중에서 내게 참으로 힘든 기도가 있는데 그것은 새벽기도와 금식기도입니다.

먼저 새벽기도인데 매일같이 새벽기도를 하면서도 몸에 베지 않는 것이 새벽기도입니다. 따라서 새벽마다 알람을 세 개씩이나 해놓고 잡니다. 그런데도 소리를 듣지 못해 못 일어나곤 하는데 그때마다 혜정이(교회 청년)가 전화를 걸어줍니다. 그런 날이면 다른 날들과 달리 예배 시간이 임박해서야 교회에 도착을 합니다. 그래도 빼먹지 않으니 다행인 셈이지요.

내게 새벽기도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는데 그것은 금식기도입니다. 음식 먹는 것을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내게 음식을 먹지 않으며 기도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고문처럼 여겨집니다. 세상에 맛있는 것이 얼마나 많은데. ^0^. 정말 중요하고 때로 꼭 필요한 금식기도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솔직하게 참 힘이 듭니다.

내 경우 한 끼를 굶으면 벌써 손과 발에서 힘이 빠집니다(하루 세끼를 꼬박 먹음. 제때 못먹으면 늦게라도 먹음). 두 끼를 굶으면 지구가 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정말 지구는 빠른 속도로 돌고 있으며 그 때문에 어지러워집니다. 세 끼를 굶으면 방바닥과 친구가 됩니다. 얼마나 친한지 꼭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습니다.

이번에 사순절을 맞아 독한 마음을 먹고 기도원에 갔습니다. 적어도 삼일금식이라도 하면서 열심히 기도할 생각이었습니다. 한 끼를 굶었습니다. 힘이 빠집니다. 두 끼를 굶었습니다. 역시 지구는 돕니다. 세 끼를 굶었습니다. 기도한다고 앉았다가 몸이 옆으로 픽 쓰러집니다. 그래서 다른 곳에 안 가고 기도원의 방에만 콕 틀어박혀 있었습니다.

드디어 네 끼를 굶었습니다. 기도고 뭐고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누드 통닭이 날아다니고 밥알이 방바닥을 돌아다니며 어디선가 김치찌개 냄새가 납니다. 깊은(?) 금식기도 속에서 환청이 들리고 환상이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주님이 안 보이고 음식만 보입니다. 정신이 이럴진대 몸은 두말 할 것도 없습니다. 방바닥에 강력 접착제로 붙인듯이 꼼짝을 못하겠습니다.

결국 다섯 끼 째에 금식을 포기하고 기도원 식당에 가서 죽을 사먹었습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 비틀거리듯이 걸어왔건만 죽이 목구멍을 타고 위를 통과하여 장에 자리잡고 앉는 순간 몸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꼼짝 못하던 내가 죽의 힘으로 40분간 산책을 할 수가 있었습니다. 아~ 위대한 밥의 힘이여. 아니 죽의 힘이여~

산책 후에 촐촐해진 나는 매점에 들려서 빵과 과자를 산 후 숙소에 들어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 후부터입니다. 방바닥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 것은...이제 앉아서 기도도 할 수 있었고 글을 읽을 수도 있었고 노트북으로 글을 쓸 수도 있었습니다. 방바닥은 배신감을 느낄 지 모르지만 나는 삶의 의욕이 넘치고 감사가 솟아나기 시작합니다. 변덕맞아라~

그러다 문득 자발적인 금식이 아니라 먹을 것이 없어서 먹을 수 없는 아프리카의 많은 아이들이 생각납니다. 북한의 굶주린 우리 동포들이 생각납니다. 남미의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이 생각납니다. 아~ 난 정말이지 배부르게 살면서 배고픈 이들에 대해 무심하게 살았구나 하는 자책이 생깁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사람을 돕기도 하고 교회적으로는 지난 성탄절헌금 전액을 불우한 학생들에게 나눠주었지만 그 이상의 행동을 해야겠습니다.

비록 금식은 또 다시 실패하였지만, 그래서 자격이 없는 기독교인인지 모르지만 그래도 하나님은 내게 좋은 깨달음을 주셨으니 그것으로 만족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중단한 것 다시 시작할 맘도 없고 자책만 하고 있어봐야 유익이 하나도 없으니 말끔하게 떨어버리고 기운내서 기도할 생각입니다. 이 사순절 주님께 더 가까기 가기를 소망하면서...

참 20일 넘게 금식하는 분들. 솔직하게 말합니다. 사람으로 안 보입니다~~ 그게 어디 사람입니까?

덧붙이는 글>> 저녁은 뼈에 붙은 고기를 많이 넣어주는 뼈해장국집에서 실컷 먹었는데 결국 배탈이 나고 말았습니다. 미련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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