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안좋은 상태인 남편과의 관계
집에 왔을때 좋은 얼굴로 대하자고 다짐을 하건만
늘 뭔가 일이 생기고, 건수가 생기고...
말을 해도 도무지 자기가 잘못한게 뭔지 모르고
또 혹 잘못했다 해도 그걸 인정하지도 못하고
내속만 문드러지고...
속에 커다란 덩어리가 들어간것 같다.


어제는 며칠만에 인터넷에 접속해 카드사용내역을 정리하다가
며칠전에 결재된 60만원짜리 카드사용을 발견했다.
아무 얘기도 없었는데, 이게 무엇이지?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전화했다.

물어보니, 회사 직원들과 회식을 했단다.
몇명이서? 4명이서...
그런데, 왜 60만원을 네가 긁었냐구 했다.
과장 1명, 대리(신랑) 1명, 사원 2명...
과장이랑 대리가 20만원씩 나머지 사원 10만원씩 내기로 했단다.
그런데, 과장이 카드가 안된다며, 긁으라 했단다.
4명이서 60만원어치 술을 먹었슴 단란주점같은 곳이겠지.


그렇게 카드 긁고, 따지는 내가 이해가 안되는 모양이다.
자기가 쓰는 내역 하나하나 다 따져야 하냐구 한다.
나두... 하나하나 안따지구 우아하게 살림하구 싶다.
자기가 마치 펑펑 쓰는것이 아닌양, 오히려 희생양인듯 얘기하지만...
결혼전 남편 빚을 갚으려고 아둥바둥하는 처지에
시댁들어오기 전엔 아침마다 늦어서 출근을 택시로 하는 남편을,
또, 외국에서 온 바이어와 함께 출장을 다니고서
회사에서 출장비도 제대로 못받아 오는 남편을,
이렇게 몇십, 저렇게 몇십 깨지는거 좋아라 하는 부인이 어디 있겠는가.


난... 애기낳고 들어온 시댁 생활 두달째...
첫달에 50만원 드리니까 적다고 타박.
그냥 직설적인 성격이라 말 툭 해놓구
나중에 내 성격이 어떠니 저떠니 그래도 이미 터진 말...
줏어 담지도 못하는 말에 내가슴은 멍들고, 피맺히고...

내딴엔 재주껏 이리저리 쥐어짜서 만들어 드린 돈인데...
맞벌이해도, 둘이서 월급 받자마자 이리저리...
다 쪼개지고 나니 우리 각자 용돈겸 생활비로 10만원씩도 안떨어진다.

정말로 싫지만, 결혼전에 가져왔던 통장에
남은 마지막 몇십만원을 또 야금야금...

우리 애기 백일 지난지 한달이지만, 아직 사진도 안찍었다.
찍어야 하는데... 찍어야 하는데...
못난 엄마 자꾸 가계부 생각하면서
좀더 뒤에 찍으면, 돈이 그만큼 늦게 나가니까...
미루다 미루다 이러다 돐 사진 될라 싶어
부랴부랴 그저께 예약했다.


월급날은 아직도 멀었는데, 벌써 통장엔 잔고가 없다.
너무 싫다.

결혼전에는 직장생활 10년에 제법 돈두 저축했었는데
결혼하구 1년만에 내가 이렇게 돈타령을 하면서 살아야 하다니...
무에 그리 벌려놓구, 질질거려 나가는 돈두 많은건지...
쓰임에 규모가 없구, 계획두 없구, 대출할 계획은 세우면서,
어떻게 상환할지 계획은 꿈처럼 대출받아 산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란다.
그럼 그동안 계획(?)대로 집값이 오르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동안 대출받은 돈에 대한 이자내느라 나만 또 악다구니???할텐데...


그냥 내가 버는월급으로 우리 준아데리고 나혼자 못살까?
어제 화가 나서 지갑하나 들고 반팔에 반바지차림으로
12시 넘어 뛰쳐나가 온동네를 세바퀴 돌았다.
갈곳이 하나도 없었따.
막 무조건 걷고 또 걷고...
뒤돌아 다시 왔던 길 걷고...

노래방을 갈까? 혼자 가는게 넘 무섭고...
곳곳에 문연 호프집, 술집들... 사람들 웃고 떠드는데...
내가 만일 들어가면 왠 반팔에 반바지차림의 여자가... 하고
혹 미친여자처럼 보지는 않을까...?


갈 곳없는 마음에 다시 집앞에 왔지만,
대문을 보자 또 답답한 마음에 그냥 근처 마트로 갔다.

소주 한병 사서 들고, 집에 갔더니만, 문이 걸려 있다.
나오면서 달랑 지갑만 들고 나왔더니...
막 두드리니까, "열쇠 안가지고 갔었냐"며 문열어주더니 들어가 잔다.
맘은 답답해도, 술은 마시고 싶어도,
마시면 다음날 못 일어나는건 아닐까...
사온 술병만 부여잡고, 한참을 노려봤다.


그러다 옆에 놓여 있는 남편의 가방...
문득 생각이 나서, 앞의 지퍼를 여니까... 역시나...
딸이 태어나고서 끊었다던 담배...를 다시 피나보다.
나랑 몇번 싸우고, 다시 피나보다.
눈치가 그런것 같았지만, 애써 모른척 안물어봤었는데
어제는 혹시나 해서 가방을 열어본건데...
이건 얇고 조그만 담배네... 그옆에 라이터도...

그 술병이 눈에 띤다.
뚜껑을 열어 한모금 물었지만, 도저히 목에 안넘어간다.
그냥 뱉어내고, 계속 술병만 노려봤다.
내가 너를 먹어야 하는데... 그래야 속이 풀리는데...
그럼서, 싱크대로 가서 그 술을 들이부었다.
시꺼먼 하수구 구멍이 내 목구멍인양...
그렇게 술을 들이부었다...


그냥 나 혼자 살면 좋겠다.

나혼자, 그냥 깨끗한 방 하나, 욕실, 부엌있는 집에
우리 준아 데리고, 혼자서 깔끔하게 살면 좋겠다.
나 직장 나가면 준아 돌봐줄 아줌마 100만원에 하나 구하고
100만원 저축하면서, 나머지 70만원으로 한달 둘이 같이 못살까?

그냥 내딸 데리고서, 단촐하게 살았슴 좋겠다...

남편이 긁은 카드 명세서 안봐서 좋고
꼴에 조카들 챙긴다구 없는 돈 찾아 나눠주는 꼴 안봐서 좋고
주말마다 정오까지 늘어져 자는 꼴 안봐서 좋고
퇴근한 뒤에 지친 몸 이끌고 집에 와서 먹기 싫은 눈칫밥 안먹어서 좋고
밥 먹은 뒤 산더미같은 설겆이 할 필요없어서 좋고
주말에 나보다 더 잔뜩 벗어놓은 옷가지들 세탁해 널지 않아 좋고
나 혼자 애보느라 쩔쩔맬때, 항상 늦게 들어오는 남편 안봐서 좋고
나 잘 먹지도 않는 국, 찌게 맨날 끓여주지 않아서 좋고
조금 먹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것 맛있게 먹을수 있어 좋고
주말시간 내맘대로 내가 쓸수 있어서 좋고
쉬는 휴일까지도 남의 밥 안차려 줘서 좋고

그렇게 나 혼자 챙기면서, 우리 딸이랑 둘이 살고 싶다.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둘이서 그렇게 살면서, 시간내 교회도 가고
공원도 데리고 다니면서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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