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초반 L씨. 요즘... 1년 정도 사귄 여자 친구 때문에 괴롭다. 워낙에 이쁘고 상냥한 여자친구는 L씨를 행복하게도 했다가 금방 좌절(?)스럽게도 한다. 문제는 여자친구를 만난 뒤로 카드 고지서를 보면 괴롭기 그지 없다. L씨 입장에서야 당연히 결혼 준비도 해야하고 이렇게 저렇게 목돈을 더 모아야 하는데 여자친구를 만난 뒤 부터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되는 카드 계산에 이제는 어찌 해야 하나 겁이 난다. 그렇다고 여자친구와 헤어지는 것은 상상하고 싶지도 않다. 이젠 결혼 얘기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여자친구는 그런 여지를 주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보내는 문자나 전화에 퉁 한 것 같고 그런 불안한 기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뭘 사주면 괜찮아질까... 또, 한편 이렇게 생각하는 자신이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게 아닌데... 잘못 되도 한참 잘못 된거다 싶다가도 결혼 하면 괜찮아 질꺼야... 등등으로 합리화만 하고 있다. L씨의 여자친구는 L씨가 아닌 L씨의 지갑을 사랑하는 것 같다. 심리적 투자(?)는 일방적으로 L씨가 하고 있으니 마음앓이 하는 건 당연 L씨가 되지 않겠나... L씨만 상담실에와서 여자친구 분의 얘기를 직접 듣진 않았다. 하지만, 난 여자친구가 어떻게 얘기 할지알것 같다. “뭐... 그냥 만난 거죠. 내가 원하는 대로 비교적 잘 해주고 잘 사주고, 그러니까 만나는 거죠. 결혼요? 그런 건 얘기 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어요. 그냥 착하고 좋은 오빠 동생 사이에요. 편하죠. 그리고 저는 며칠 전 소개팅 했어요...” 미쳤다, 왜 저러고 사냐... 싶겠지만 실제 우리 주변엔 소위 사랑에 눈이 가려, 이런 맘 고생을 하는 남녀가 제법 있다. 누가 봐도 당연하겠지만, 절대 오래가지 않는다. 서로의 파트너에게 솔직한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믿고 인정해주고 기다려줄 수 있는... 지금 당장 떡볶이와 오뎅을 먹으며 있더라도 서로의 속심지를 헤아리고 볼 줄 아는 커플이 아름답다. 만약 있는 그대로의 내가 아니라 숨겨야 인정 받을 것 같고 그래야 나를 좋아할것 같다면, 또, 파트너의 문제가 아닌 당신의 문제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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