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좋은 술?…‘반쪽만의 진실’
외국에 나가보면 한국인은 술을 많이 마신다는 평판을 많이 듣게 된다. 한류열풍의 부산물인데, 드라마의 등장인물들이 늘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운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술 소비는 정상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의 결과를 보면 소주가 밥 다음으로 30대 이상 성인남자의 중요에너지원이다. 한국 남자는 ‘밥심’ 다음으로 ‘술힘’으로 사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사회에는 술, 특히 포도주가 건강에 좋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런 현상은, 고기를 많이 먹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사람들이 심장병이 적은 것은 포도주를 늘 마시기 때문이라는 ‘프랑스 역설(French paradox)’에서 시작되었다.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데, 요약하면 음주가 금주보다는 심장병예방에 좋고 많이 마실수록 좋다는 것이다. 포도주에는 강력한 항산화물질과 혈관확장물질이 있어 심장병과 노화의 진행을 억제하는 것이 그 이유라고 한다. 이런 영향으로 적당한 음주가 금주보다 건강에 좋다고 생각하는 술 권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반쪽만의 진실이다. 첫째는 우리가 심장병만으로 죽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뇌졸중과 간질환은 우리나라 사망원인 중 2위와 7위를 차지한다. 술을 많이 마실수록 뇌졸중과 간질환의 위험이 증가한다. 승냥이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불러오는 셈이다. 둘째는 위의 연구결과가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금주가 불리하게 나온 것은 연구에 포함되었던 금주자들이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술을 끊었기 때문이다. 건강하면서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은 이들과 경우가 전혀 다르다.

셋째, 항산화효과 등의 심장병 예방효과를 인정하더라도 음주는 다른 이유로 심장병의 위험을 높인다. 술은 다른 말로 ‘빈 열량’이라고 한다. 술 안에는 영양소는 없고 열량만이 존재한다. 소주 한잔은 70㎈인데 4잔만 마시면 밥 한 공기를 먹은 셈이다. 과도한 열량은 다름 아닌 뱃살이 된다. 뱃살은 거의 모든 병, 특히 당뇨병, 심장병의 중요 원인이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 금주를 결정할 것인가. 결정하기 전에 생각할 것이 있다. 건강은 삶의 목적이 아니라는 것이다. 건강은 단지 행복한 삶의 조건일 뿐이다. 금주가 친구 또는 이웃 등과의 친교와 같은 ‘행복’을 가로 막는다면 차선책으로 절주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에게 건강에 좋다는 이유로 술을 권하지는 말아야 한다.

/ 조홍근 연세대 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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