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5. 21:12 살아가는 이야기
한국인 노총각 장씨의 베트남 신부찾기
한국인 노총각 장씨의 베트남 신부찾기 6박 7일 [조인스]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장가간다는 실감이 안나요.” 신부를 찾아 베트남 6박 7일 여정에 나선지 나흘째. 결혼식장으로 향하는 승합차 안에서 장영석(41. 가명)씨는 잔뜩 긴장한 채 흐르는 땀을 닦고 있다.
신부후보 백여 명은 이미 맞선 장소에 새벽 다섯 시에 도착해 있었다. 이들 대부분은 하노이로부터 차량으로 다섯 시간 이상 걸리는 시골에서 올라온 처녀들이다. 1차 맞선에 나선 장씨는 한국 결혼중개업체사장과 베트남 현지 중개업자, 이른바 ‘마담’· 통역 등과 함께 백 여 명의 신부후보를 살펴본 후 10명의 후보를 선택했다. 다음은 베트남 처녀들의 선택순간. 장씨의 가족관계와 수입, 학력사항 등을 듣고 베트남 처녀 두 명이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방을 나갔다. 2차 맞선. 장씨와 8명의 신부후보들이 짧은 눈인사를 나누며 일일이 악수를 했다. 잠시 후 두 명의 여성이 최종 후보로 선택됐다. 장씨는 두 명의 후보와 십 여분의 이야기를 나눈 후,“ 외모가 한국사람과 비슷하고 인상이 착해 보인다.”며 레 티 부(23. 가명)씨의 손을 움켜 잡았다.
장씨의 배우자로 선택된 레씨는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중학교 3학년을 중퇴했다. 하이퐁 인근의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아홉 명의 가족과 함께 살며 가사일을 해온 그녀는 “평소 신문과 방송 등 각종 매체를 통해 한국을 잘 알고 있다. 한국남자와 결혼을 결심하고 두 달 전부터 매주 두세 번씩 맞선을 봐왔다.”고 했다. 맞선 다음날 장씨는 시골에서 올라온 레씨 부모와 상견례를 한 후 1천 불 가량의 지참금을 건넸다. 지참금은 통상 신부부모와 베트남처녀들을 모집하고 관리해온 베트남 대마담이 나눠 갖는다. 오후 건강검진을 마친 장씨와 레씨는 결혼중개업체에서 나눠 준 한국-베트남 기본 어휘 책과 서툰 몸짓으로 이야기를 나누며 첫 데이트를 즐겼다.
‘짧은 만남, 긴 이별’ 신혼여행에서 하노이로 돌아온 이튿날 밤. 일사천리로 맞선, 결혼, 신혼여행을 마친 장씨와 레씨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석 달 후의 만남을 기약했다. 레씨가 한국행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석 달 가량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레씨는 결혼정보업체가 마련한 기숙사에서 베트남 신부들과 함께 한국어, 문화, 요리법 등을 배우게 된다. 6박 7일의 신부찾기 여정을 마친 장씨는 새벽 1시 발 한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승합차에 올랐다. 레씨가 차창 밖에서 울먹이며 손을 흔들었다. 부부의 연은 이미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베트남 하노이=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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