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4. 15:59 살아가는 이야기
중년남자가 이사갈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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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방과 잠깐 외출을 했습니다. 한가한 일요일, 주택가 우리집이 있는 곳에 주차전쟁이 일어날리 없는데 여전히 일요일엔 전쟁중이더군요. 성질급한 운전중의 박서방이 한마디 툭 내뱉었습니다. "집근처에 교회가 없어야 해..." "종교탄압이야. 그런말 하지마." "난 그런거 몰라. 교회를 지으려면 예배보러 오는 사람들의 차량을 어떻게 해결해 봐야 하는 것 아니야 ?" "그건 그렇지만.." "봐라. 우리 주차할 때 있냐 ? 우리 집 앞에 생판 모르는 남의 차가 떡커니 주차해 있는 것 보는데 화 안나냐 ?" "그렇다고 저 차가 저 교회에 온 사람 차라는 확신도 없잖아." "왜 없어. 저번주에도 주차해 놓았다가 가는 것 내가 봤다." 예민해졌습니다. 저러다가 싸움이라도 벌일까봐 걱정이 되었습니다. "여보 ! 그냥 너그럽게 넘어가라..저녁때 다시 우리가 차 옮기면 되는거야. 알았지 ?" "누가 싸운대 ? 주위를 둘러봐도 한산하던 이 동네에 웬놈의 차들이 저렇게 많이 주차되어 있느냐 말이야. 저기 봐라.. 이 차 주인 오신다." 애완견을 안고 오는 남자가 보였습니다. 옆에는 성경책을 가슴에 품은 부인도 보였습니다. "여보 ! 얼른 들어가자.. 마주치지 마." "담배나 한대 피우고 들어갈께.." "오늘은 용서해 줄테니까 그냥 거실에서 피워.. 얼른 들어가.." 휴 ~ 어렵습니다. 이놈의 주차전쟁이 언제쯤 끝나려나.. 거실에서 마음놓고 담배를 피우던 박서방이 피식 웃었습니다. "그집 강아지는 천국 확실히 가겠다." "비꼬기는.." "비꼬는 것이 아니라 요즘 세상이 좀 많이 변했냐 ? 웬만한 힘없는 남자 보다는 리본달고 귀여움 떠는 강아지가 더 행복하다는 거." "알지.." 그래서 생각났습니다. 얼마전 중년의 부부가 이사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박서방이 그런 말을 했습니다. "현지엄마 ! 저 남자 말이야.." "누구 ? 아, 저기 강아지 안고 있는 저 아저씨 ?" "응.." "강아지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것 같지 ?" "그러게.." "그게 아니야. 저 아저씨 말이야 .. 마누라가 자기 떼어놓고 갈까봐 강아지 끌어안고 있는거야." "장롱에 들어가 있으면 잘 데려간다면서..하하하." "요즘엔 붙박이가 많아서 장롱도 버리고 간대. 그래서 마누라가 제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 하나를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저 강아지 스타일 보아하니 아줌마가 무척 아끼는 보물인 것 같다." 웃어야 하는데 ..... 중년 남자의 슬픔이 보입니다. "저 남자도 한참동안은 마누라한테 큰소리 치면서 살았을텐데.. 지금은 포장이사 하는 아저씨들 틈에서 혹시나 버려질까봐 강아지만 열심히 쓰다듬고 있잖아.." "확인하지도 않고.." "확인해서 뭐하게 ?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야. 이 다음에 당신도 나 구박할거지 ?" 이다음은 무슨... 지금도 구박할 것 차곡차곡 쌓아놓고 대기중인데 웬놈의 착각을 저렇게 착하게 하고 있나 몰라요. 그러나, 지금 마누라는 상냥하게 미소만 짓고 있을 뿐입니다. 속마음은 그저 저 속 깊은 곳에 묻어 두고.. 으흐흐흐. 납량특집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한말씀. 세상은 어쩌면 이리도 아줌마를 사악하게 표현할까요 ? 정말 저러는 집이 몇집이나 된다고 ... 웃으라고 만들어 놓은 유머지만 정말 속이 상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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