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젖을 날려주마 조회(1863) / 추천(3) /  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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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6-04-11 19:39:16

혹시, 남편에게 자다가 맞아본 적 있으신가 모르겠습니다.

웬만한 부부사이엔 서로 끌어안고 자지는 않더라도 때리지는 않는다고요 ?

그럼 전 뭐에요 ?


며칠전에 박서방은 얌전히 잠자는 저를 발로 콱 밀어 버리더라구요.

그럼 저는 악소리 한번 못하고 침대 밑으로 굴러 떨어져야지 별수 있나요.


이왕 굴러 떨어진 것 내쳐 잘수도 있었지만, 평소의 저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상황이었지만 그때의 상황은 저 혼자 굴러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 남자가

밀어서 떨어진 거잖아요. 왜 밀었는지 얘기는 들어봐야 할 것 같았습니다.

혹시 평소의 억하심정을 잠버릇이라고 밀어부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말은
아예
입밖으로 못나오게 해야 할텐데 급하게 생각나는 대책이 없습니다.


“일어나봐.”

“자는 사람 왜 깨우고 난리야 ?”

“자는 사람 먼저 깨운사람은 당신이잖아. 빨리 일어나봐.”

“나 내일 바쁘단 말이야 좀 더 자게 내버려 둬. 아침에 하자.”

“뭘 아침에 해 ?”

“지금 놀자고 깨우는 거 아니야 ?”

“진짜 놀고 있네. 당신이 지금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아 ?”

“뭘 어떻게 해 ? 곤히 자는 사람 붙들고 왜 시비야 ? 이리와 안아줄께.

요즘 바빠서 소홀히 했더니 삐졌군. 이리와..“

“삐진거 좋아하네. 당신 발로 내 얼굴 밀고 내가 엎어지니까 등짝 밀어서
침대
밑으로 내려 놓았잖아.“

“그래 ? 어이쿠 우리 마누라 안다쳤어 ?”

“다쳤다. 그러니까 일어나 똑바로 앉아.”

“피나 ?”

“솔직히 말해. 당신 일부러 그랬지 ? 평소에 나한테 불만 있던 것 지금 이렇게
푸는거지 ?“

“불만 없어. 나 요즘 바빠서 당신한테 불만이 있나 없나 생각할 겨를도 없어.

그건 정말 오해야. 미안해..“

"듣고보니 더 기분 나쁘네. 아예 나한테 관심이 없단 얘기잖아."

"환장하겠네."


정말 그런가 긴가민가 고개만 갸웃거렸습니다.

분명히 저 남자가 얼마전 사건 때문에 이 마누라에게 앙심을 품었을 것이
분명한데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전에는 몰랐는데 그남자 잠버릇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견디기
힘든
버릇이 코고는 소리였습니다.


한밤중에 천둥번개 치듯이 코고는 소리가 들리면 옆에 누워있던 저는 경기

하듯이발딱 일어나 벌벌 떨어대곤 했으니 그 소리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은

하실겁니다. 규칙적인 소리이기나 한가요. 들이 마신지가 한참 지났는데도

내 뱉는 숨소리가 안들리면 숨쉬나 안쉬나 확인도 하는 긴장되는 잠자리.


그래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 다른방에는 못가고 그 옆에 억지로 잠을 청하면서

가끔은 코를 비틀기도 하고 흔들어 깨워보기도 했지만 잠시동안의 행복일 뿐
또다시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애가 아파서 이비인후과에 갔을 때 열심히 아이 치료를 하시는

선생님에게 넌지시 여쭈었습니다. 정말 지나가는 말로 여쭈었던 거랍니다.


“저기요 선생님 ! 코고는 사람 코골이 병 고치는 방법 없을까요 ?”

“있죠. 남편이 코를 심하게 고나요 ?”

“네, 정말 고칠 수 있어요 ?”

“그럼요. 한방이면 끝나지요.”

“한방, 비싼가요 ?”

“아니요, 생각보다 많이 안드니까 얼른 데려 오세요.”

“아, 네.”


내 생각을 어떻게 알고 계셨는지 그것은 알 수 없지만 저렴한 가격이라는 말에

퇴근하고 돌아온 박서방을 붙들고 협상에 들어갔습니다.


“여보 ! 아주 기똥찬 소식이 있다.”

“뭔데 ?”

“응, 아까 현지 아파서 병원 다녀 왔는데 거기 의사 선생님이 코고는 것

고칠 수 있대. 병원에 한번 가보자. 아주 간단하다고 그러더라고.“

“그래 ? 코고는 것 나도 힘든데 잘됐다. 거기서 고친사람 많대 ?”

“얘기 들어보니까 우리 아파트에도 몇집 되나봐..갈거지 ? 나 예약한다.”


확인은 안했지만 아마 많이 고쳤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우리 서방님을

그병원에 데리고 가서 수술을 받게 하였습니다.

병원에 갈때도 언제나 마누라를 동행시키던 박서방이 그날은 웬일인지

선심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이깐것에 뭐 몇 사람씩 와 있냐. 당신은 애 데리고 가라.”

“그래도 수술인데 그냥 있을게.”

“에잇씨 가라니까 쪽팔리게.. 여기 몇사람씩 있을 필요 없어, 얼른 가.

애기도 아프잖아.“


그래서 그냥 집에 돌아왔습니다. 저녁때 집에 들어온 남편은 코만 벌렁 거릴뿐

아무말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야 ! 당신 많이 아팠어 ?”

“야 ! 말 똑바로 해. 아팠어가 아니라 현재도 뒈지게 아프단 말이야. 우이씨.

내가 코고는 게 그렇게 죽겠더랬냐 엉 ?“

“말이야 바른 말이지, 솔직히 편하게 잠잔다고는 말 못하지..”

“이제 좋겠다. 서방 잡아서 코 안골게 해놔서 좋겠다.”

“그렇게 아파 ?”

“시끄러워 말시키지마.”


뜨끈한 콩나물국에 밥 말아 먹으면 좀 나을까 싶어서 아주 펄펄 끓는 콩나물국을

대령해서 훌훌 마시라고 내밀었습니다.


“이런 확그냥. 나보고 지금 죽으란거야 뭐야 ? 목 지지고 왔는데 또 뜨거운 걸
내 놓으면 어떻게 먹으라는 거야 ?“

“어머나 미안해. 난 당신 생각해서 펄펄 끓여 왔는데. 당신 목이 감기증상하고

틀린거지..정말 미안해. 내가 후 불어서 식혀줄께..“


그래도 그렇지, 세상에 자기를 나만큼 위하는 사람이 어디 또 있다고 내 마음도
몰라주고. 아프기는 정말 많이 아픈가 봅니다.


다음날은 퇴근하고 돌아와서 점심메뉴가 부대찌개라서 남들 먹는 것 구경만

했다고 궁시렁 궁시렁, 그 다음날은 일찍 돌아온 서방님께 따끈한 밥 급하게

대령했더니 입천장 다 벗겨졌다고 생난리..아무리 그래도 애 낳는 것 보다는

덜 아플텐데 엄살이 참 대단합니다.


며칠이 지나도 여전히 그 남자는 수술한 효과를 못보고 코를 열심히 골고,

아픔만큼 효과 없다고 또 마누라를 쥐잡듯 잡아대니 의사선생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저기요 선생님, 우리 남편 코골이 수술한 것 효과가 없는데요.”

“그래요 ? 며칠 더두고 보셨다가 계속 그러면 병원에 다시 보내세요.

조금 더 손을 보죠 뭐. 치료비는 에프터 서비스 차원에서 공짜로

해드릴게요.“

“어머나 친절도 하셔라 감사합니다 선생님.”


전화기를 들고 보이지도 않는 선생님께 열심히 절을 했습니다.

며칠을 지켜봐도 아무런 진전이 없는 관계로 박서방에게 마무리 차원에서

병원에 한번 더 다녀오라고 자상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저기, 당신 수술한 것 차도 없으면 한번 더 와서 치료 받으래.”

“치료 ? 어떻게 ?”

“응, 그러니까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당신 목젖을 조금 더 날리면 된다고

그러시거든 ? 치료비는 공짜라니까 다시 가보자.“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러더니 박서방이 옆에 있던 리모컨을 확 집어

던지며 말했습니다.


“나 병원 안가.”

“왜 안가, 공짜라는데..”

“에잇쌍, 내가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냐 ? 왜 그렇게 공짜에 목숨 걸어.

그게 공짜야 ? 수술이 잘못 되어서 그 의사가 다시 해준다는 거 아냐 ?“

“그건 아니지..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까 당신은 좀 더 날려야 코가 조용해
지니까 오라는 거지.“

“그럼 당신이나 가서 나처럼 목젖에 수술해 봐.”

“내가 왜 가, 환자는 당신인데 ?”

“내가 말을 안하니까 정말. 당신도 만만치 않아. 창피해 할까봐 말을 안했을

뿐이야. 코 뿐인가 입도 불량이야. 바드득 바드득 이 가는 소리가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알기나 해 ? 코고는 것은 양반이야. 알아 ?“

“어머어머 생사람 잡는거봐. 나 여지껏 코곯고 잔다는 소리 한번도 안들었어.

이거 왜이래 ? 바드득 거리며 이 갈고 잔다는 얘기는 모함이지 ?“

“정말인지 아닌지 밤새 녹음기 한번 틀어놓고 자볼래 ? 코고는 소리야 내소리

인지 당신소리인지 구분 안갈거고 이 가는 소리라면 확실하지 않겠어 ?

아무튼 공짜라면 서방도 팔아먹을 여자라니까.“

“쳇, 내가 판다고 하면 누가 사가기나 한대 ?”

“아무튼, 앞으로 코고는 것에 대해서 한번만 더 얘기해 봐. 그때는 아주

내다 버릴줄 알아.“

“내다 버린다고 ? 내가 물건 못버리고 모아 두는게 왜 그러는지나 알아 ?

정말 버리고 싶은 물건이 당신일때가 많아서 다른 물건들은 보류중이야.

제일 버리고 싶은 물건을 못 버려서 다른 물건 한테는 눈길이 안간다는

얘기지.“


악, 해서는 안될 말을 또 했습니다. 그럼 평상시에도 박서방을 미워 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그건 아니거든요.

실수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말이 입에서만 뱅뱅돌고 도통 입 밖으로

나갈 생각을 안합니다.


“그러니까 내가 쓰레기 1호란 말이지 ?”

“........”

“침묵은 인정한다는 뜻이겠다 ?”

“그게 아니고, 아까 그말은 화가나서 실수했어. 당신 쓰레기 아니야.

미안해.“

“그만하자, 더 말했다가는 마음이 피투성이 되겠다.”

“알았어. 그런데, 정말 병원에 안갈거야 ?”

“계속 그럴래 ? 진짜 쫓겨나고 싶어 ?”

"가지마, 내가 참지 뭐. 에휴 내 팔자야."


여전히 그 남자는 코를 곯며 열심히 잠을 자고 그 옆에는 그 마누라가 항상

남편보다 먼저 잠들어야 편히 잠잘 수 있다는 생각에 1등으로서둘러 잠들어

있습니다.


그 수술에 대한 앙갚음인가, 생전 처음 침대에서 저를 밀어낸 사건이 자꾸만

마음에 걸립니다.


“당신 진짜 일부러 그런거 아니지 ?”

“진짜 아니라니까. 꿈속에서 누구랑 열심히 싸우는 중이었는데 꿈에서의
상황을
현실에서도 발차기 했던거네..믿어줘 진짜야.“

“알았어, 믿어주지.”

“에이, 잠 다 깼네. 지금 몇시야 ?”

“몰라, 자. 아침 되려면 멀었어.”

“그러지 말고 이왕 깼으니 오랫만에 놀자..”


허이구 참, 이 시간에 남녀가 둘이서 뭐하고 놉니까 ?

침대 스프링도 시원치 않아 조심스러운데,,안그렇습니까 ?

불끄고 잡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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