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내리는 고모령”에 얽힌 전설과 현인의 노래






집필자 : son13601
“비내리는 고모령”에 얽힌 전설과 현인의 노래

박시춘에 의해 작곡되어 가수 현인에 의해 1946년에 불린 “비내리는 고모령”은 일본제국주의 시대 고향을 등지고 타향으로 떠나야 했던 사람들의 슬픔을 담은 노래로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던 유행가였다.

대구 방향에서 본 고모령

고모령은 대구시 동촌 유원지 부근에 있는 인터불고 호텔과 만촌 자전거 경기장 사이의 길을 통해서 고모리와 고모역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인데, 이곳에 전해지는 전설은 유행가의 내용과는 좀 거리가 있다.

고모령과 관련이 있는 전설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오래전부터 이 지역에 전해지는 이야기로 “오누이 힘겨루기” 전설이고, 다른 하나는 일본제국주의 시대 독립운동을 하다가 감옥에 갇힌 자식과 어머니의 일화를 간직한 전설이 그것이다.

고모령에 얽힌 전설 중 “오누이 힘겨루기” 는 전국에 걸쳐 전승되는 이야기로 다음과 같다.

“옛날 옛적 갓날 갓적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에 이 마을에는 남매를 데리고 사는 홀어머니가 있었다. 그런데, 이 남매는 힘이 어찌나 센지 나라에서 그 힘을 당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특히 누이동생은 여자였지만 오빠에게 전혀 뒤지지 않을 정도로 힘이 대단했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모두 칭찬하고 부러워했다. 사람들이 자기보다 누이동생을 더 칭찬하고 아끼는 것을 본 오빠는 점점 심술이 나기 시작했다.

"흥, 계집애 주제에 남자인 나보다 힘이 셀 리가 없는데, 사람들은 왜 동생만 이뻐하지? 그렇지, 내가 누이와 힘겨루기 시합을 해서 내가 이기는 것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겠다." 이렇게 마음을 다져먹은 오빠는 어머니가 외출한 날을 골라 시합을 하리라 작정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가 볼일을 보러 외출한 틈을 타서 오빠는 누이동생을 들판으로 불러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남매가 사는 마을 주변에는 산이 없고 평지만 있었다. 들판으로 불려나온 누이동생은 의아한 표정으로 오빠를 쳐다보았다.

오빠는 누이동생의 감정을 건드리기 위해 살살 약을 올렸다. “내가 요즘 보니까 네 힘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서 걱정이 돼서 그런다.” 약이 오른 누이동생은 오빠의 계획에 말려들어 그만 자신의 힘이 줄어들지 않았음을 증명하기 위하여 오빠와 힘겨루기 내기를 하자고 제안하게 된다.

오빠는 못이기는 척 하고 동생과 내기를 시작했다. 들판에 있는 흙을 파다가 산을 쌓는 것인데, 해질 때까지 누가 높게 쌓는가 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열심히 흙을 퍼날라다가 산을 쌓기 시작했다.

오빠는 저고리의 앞섶으로 흙을 날라다 산을 쌓았고, 누이동생은 치마폭으로 흙을 날라다 쌓았는데, 해가 질 때 서로 비교를 해보니까 누이동생이 쌓은 산이 훨씬 더 높았다.

이에 심술이 난 오빠는 누이동생이 쌓은 산을 발로 뭉개버렸다. 그리하여 두 개의 봉우리 중에 뭉툭하게 된 것이 누이동생이 쌓았던 봉우리가 되어 버렸다. 그 후 이 두 봉우리는 형제봉, 혹은 남매봉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볼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어머니는 남매가 서로 싸우는 것을 보고 자식을 잘못 키웠다는 죄책감에 집을 나와 버렸다. 마을을 나와서 작은 고갯길을 넘어가던 어머니는 차마 그냥 갈 수 없어서 그곳에서 고개를 돌려 남매가 있는 곳을 돌아보았다고 하여 고모령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고모령 옆에 있는 형제봉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지만 이 줄기가 북쪽으로는 낙동강에 닿아 있고, 동쪽은 경산벌판이며, 서쪽은 대구가 되는데, 이곳에서 대구시 전체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에 전략상 대단히 중요한 곳이라고 한다.

철길과 함께 잡은 고모령 원경

고모령과 관련된 일본제국시대의 전설은 다음과 같다.

“옛날 왜정 시대에 경산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어떤 아주머니가 살고 있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두 아들을 키우면서 살았는데, 독립운동을 하던 두 아들은 왜놈에게 잡혀서 모두 대구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남편없이 기른 두 아들이 모두 감옥에 가 있는 것이 어머니로서는 견디기 힘든 슬픔이었는지라 시간만 나면 감옥으로 면회를 가곤 했다. 그날도 대구 감옥에 있는 아들을 면회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고모령 고갯길에 이르렀는데 그날따라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서러움으로 고모령을 넘어오던 어머니는 자신도 모르게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다. 경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고개를 넘어야 하고, 그 고개를 넘으면 대구가 더 이상 보이지 않기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보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이 고개는 고개를 돌려서 본다는 고(顧)와 어머니 모(母)를 붙여서 고모령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을 지니고 있는 고모령을 소재로 하여 만들어진 노래인 “비내리는 고모령”은 전설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제 그 노래를 보자.

어머님의 손을 놓고 돌아설 때에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오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오던 그날밤이 그리웁고나(1절)

맨드라미 피고 지고 몇몇해던가

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

어이해서 못잊느냐 망향초 신세

비 내리는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2절)

눈물어린 인생고개 몇구비드냐

장명등이 깜박이던 주막집에서

손바닥에 그린 하소 졸아가면서

오늘밤도 불러 본다 망향의 노래(3절)

노래의 내용으로 보아서는 어머니를 고향에 두고 고모령을 넘어 만리타국으로 떠나온 아들이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고모역 방향에서 본 고모령

일본제국주의자들로 인해 고향과 어머니를 버릴 수밖에 없었던 아들의 애끓는 마음이 아주 잘 표현된 노래인데, 이것이 현인이란 가수의 저음에 실려 발표되자 엄청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지금도 우리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고모령 입구에는 1991년에 세운 고모령 노래비가 서 있고, 그 옆에는 고모령에 대한 취재를 하다가 기차에 깔려 사고를 당한 김문호 기자의 불망비도 서 있다.

비내리는 고모령을 취재하다 목숨을 잃은 김문호 기자 불망비

복잡한 호텔 입구를 지나 한적한 고갯길로 접어들면 바로 고모령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아주 나지막한 고갯길이지만 상당히 긴 거리를 걸어간다는 느낌을 주는 길이기에 누구나 그 고갯길을 가다보면 한 번쯤은 뒤를 돌아보게 하는 그런 고개가 바로 고모령이다.

고모령에서 고모역으로 가는 길목과 철길

고개를 넘어 한참을 내려가면 조그만 마을이 나오는데, 화려한 호텔이 있던 고개 너머의 대구와는 정반대로 아주 시골스런 동네를 만나게 된다. 그곳을 지나 조금 더 가면 소박하고 조그마한 기차역인 고모역이 나오는데, 타고 내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역이다.

1925년에 영업을 시작한 고모역은 1970년대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기차역이었으나 지금은 사람이 타고 내리는 열차는 정차하지 않고 화물차만 머무르는 간이역으로 바뀌었다.

기차가 서지 않는 고모역 전경

민족의 한을 노래한 “비내리는 고모령”으로 유명한 이곳이지만 기차역인 고모역 부근은 한 맺힌 전설 때문인지 열차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최근에는 KTX 열차까지 이 부근에서 사고가 났다고 하니 고모령은 정말로 한 많은 고개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모역 부근의 지도

보슬 보슬 보슬비가 오는 봄날이나, 비가 억수같이 오는 여름날에 이 고개를 걸어 넘어가 보면서 전설과 노래에 얽힌 어머니의 한과 애틋한 민족 정서를 느껴보는 것도 우리 문화를 새롭게 체험하는 한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글에서 사용한 사진에 대한 저작권은 필자가 지니고 있음)

내용출처 : [직접 서술] 블로그 집필 - 우리문화사랑방

(출처 : '“비내리는 고모령”에 얽힌 전설과 현인의 노래' - 네이버 지식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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