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부모와 헤어진 아이들을 22명이나 맡아 키우고 있는 50대 ‘천사 부부’가 있어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천내리에 사는 김수근(56.실내장식업).이영희(52.여)씨 부부.
이들 부부가 부모와 헤어져 오갈 때 없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키우기 시작한 것은 15년 전인 91년.
▲ 친부모와 헤어진 아이 22명을 맡아 키워 '천사부부'로 불리는 김수근.이영희씨 부부의 집에서 이씨와 자녀들이 활짝 웃고 있다. /영남일보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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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형편이 어렵거나 친부모가 키울 형편이 되지 않는 이웃 아이들을 우연히 하나 둘씩 맡게 됐고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자 ‘아이를 잠시만 맡아달라’며 김씨 부부를 찾아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시간이 갈 수록 가족 수는 점점 늘어나 현재 이들의 자녀는 10남13녀, 모두 23명이다.
이 중 김씨 부부가 직접 낳은 아이는 맏딸인 은정(28.여)씨 한 명, 생후 4개월 된 막내 김하은양을 비롯해 22명은 이들이 가슴으로 키운 아이들이다.
대학생 이미영(19)양을 비롯해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12명이나 돼 만만치 않은 학비와 생활비를 김씨와 딸 은정양의 수입으로 감당하고 있어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지만 이들 부부는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상을 타 오거나 저녁에 ‘엄마 아빠 힘들죠’하고 어깨를 주물러 줄 때 ‘행복하다’는 마음이 절로 들어요. 없는 가운데서도 같이 더불어 살고 나눠쓰는 것이 바로 행복이죠.”
나이가 많은 아이들이 어린 아이들을 한 명씩 맡아 돌보는 등 남매들 간에 우애도 좋아 서로 싸우거나 큰 소리 날 일도 없다고 이영희씨는 전한다.
그러나 김씨 부부에게도 요즘 한가지 근심거리가 있다.
지금 살고 있는 한옥집이 낡고 비좁아 달성군 유가면에 큰 마음먹고 새 보금자리를 준비하고 있지만 공사비가 많이 모자라 마무리 작업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태껏도 없는 가운데서 잘 살아왔는데 어떻게 잘 되겠죠”라고 이씨는 말하지만 모자라는 공사비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김씨 부부는 어린이날인 5일 23명의 아이들을 모두 데리고 인근에 있는 달성군 화원유원지로 소풍을 떠날 계획이다.
“저희 생명이 다할 때까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고 싶어요. 또 기회가 된다면 언젠가 미혼모 쉼터도 만들고 싶고요.”
아이들을 돌보는 것만한 기쁨이 없다는 김씨 부부의 작은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