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지느라 허리 끊어질듯… 기뻐하는 아버지 보며 견뎠죠”
이군익씨, 92세 부친 ‘전용 지게’ 에 태우고 금강산 유람
이상원기자  ysw@munhwa.com
아흔이 넘은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금강산을 다녀온 효자가 있어 화제다.

인천에 사는 이군익(42)씨는 지난 6월 아내, 큰누나, 형 등과 함께 아버지 이선주(92)씨를 모시고 금강산 여행길에 나섰다.

그는 그러나 아버지를 휠체어가 아닌 알루미늄 지게 위에 모시고 금강산 산길을 오르내렸다. 덕분에 아버지는 여행 내내 편안하게 금강산의 살아있는 풍경을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가 있었다. 천선대, 귀면암, 구룡폭포 등.

이씨는 지게 자체와 아버지 몸무게를 합쳐 60㎏이 넘는 지게를 지고 다녔지만 찌는 듯한 더위에도 싫은 내색 한번 내지 않았다고 한다. 몸 곳곳이 무게를 이기지 못해 피멍이 들었지만 자신을 포함한 7남매를 대학공부시키느라 평생 허리도 제대로 못 펴고 사신 데다 홀몸이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금강산 구경을 실컷 하실 수 있게 된 게 마냥 기쁜 듯했다.

이씨는 “어깨와 팔이 뻣뻣해지고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팠지만 어린애처럼 좋아하시는 아버지 모습을 보면서 견디어 냈다”고 말했다.

이씨가 혼자 걷기도 힘든 초여름 날씨에 지게를 지고 산행을 하는 동안 이씨의 누나와 형은 이씨의 이마 땀을 닦아주었으며 주위의 관광객들은 하나 둘 다가와서 이씨의 등을 두드려주며 격려해 주었다.

아버지도 귀가 어두워 아들의 말을 거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아들 덕에 금강산 구경을 하게 된 것과 관련해 탄복과 아들 자랑이 끝이 없었다.

이씨가 아버지를 지게에 태우고 금강산 여행길에 나선 이유는 아버지가 연로하신 탓에 거동이 몹시 불편해 도보나 휠체어로는 금강산 여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씨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어릴때 산에서 나무하던 생각이 나서 처음에는 의자형 나무 지게를 생각해냈다.

그렇지만 나무 지게는 너무 무겁고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 같아 알루미늄 지게를 만들기로 하고 설계도를 그린 후 지게를 만들 기술자를 찾아나섰으나 이번에는 기술자들이 턱없이 높은 공임을 요구하거나 기술적으로 힘들다며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이씨는 한달간을 헤매다가 마침내 지인의 도움을 받아 등산용 지게에 의자를 용접해 붙인 특수 지게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부친 전용 지게’를 만든 것이다.

이씨 아버지와 가족은 이씨가 불혹을 넘긴 나이에 아버지께 금강산을 구경시켜 드리는 효도를 한 데 대해 칭찬이 입에 마를 새가 없지만 정작 이씨는 “자신이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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