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생활상식'에 해당되는 글 213건

  1. 2006.09.29 의령 장터국밥
  2. 2006.09.29 인천앞바다
  3. 2006.09.29 시민을 위한 건겅도시 만들기
  4. 2006.09.29 열애의 기간은 2년
의령 장터국밥 2006/05/14 17:04 추천 0 스크랩 0


허생원이 의령 장터국밥 맛만 알았더라도

그날 해는 아직 중천에 있었지만 장판은 벌써 쓸쓸했다지요. 더운 햇발이 등줄기를 훅훅 볶는 여름날 장터. 메밀꽃 필 무렵 허생원이 다른 장으로 옮겨야겠다고 마음을 정했답니다.

의령 장터. 남춘덕 할머니는 훅훅 찌는 서른번째 여름을 또 대면하지만 처음 맞던 그날처럼 한 켠에 걸어 둔 커다란 무쇠솥에 쇠고기국을 「절절」 지금도 끓여내고 있습니다. 허생원처럼 할머니가 장터를 떠도는 장사꾼이 아니기에 서른해를 같은 자리에 앉아 계십니다.
여든 두해를 사는 동안 쟁쟁한 유명 인사들이 국밥 하나를 먹기 위해 멀리서 찾아 들던 호시절도 있었어요. 기력이 쟁쟁할 땐 지역 음식대표로 도시에 나가 가마솥 비우기를 수차례 한 적도 물론 있었구요.
넉넉하게 건더기를 건저주다보니 나중에 건더기가 없을 때가 있어 불평을 늘어놓던 형사들에게 되레 호통을 치던 기억도 생생한데. 그새 무쇠 솥이 구멍 나 다섯번 갈았습니다.



나이 든 몸을 솥 갈듯 할 수 없었던 남 할머니는 세월과의 정면승부가 무섭다네요. 아침 이른 시간에는 손자가 할머니 말씀에 충실하게 국을 끓여내고 오전에는 딸 둘이 와서 돕고. 집안 형편 상 맡아 키워야 했던 손주들이 이제는 「수정식당」에서 몸이 불편한 할머니의 젊은 손발이 되었어요. 「삼대」가 힘을 합쳤습니다.
『여름엔 새벽, 저녁으로 많이들 와. 겨울엔 시도때도 없지. 장이 3, 8로 끝나는 날 서는데 이제는 장날하고는 크게 관계없이 찾아. 마산, 부산 멀리서는 서울서도 오지』 여전히 인기가 있다는 말을 걸죽히 돌려 말씀하셨지요. 참, 비가 오면 또 손님이 많다고도 하셨어요.
장날 뭐 사러 나오든 할일없이 구경나오든 한쪽 구석이나 나무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먹었던 옛날의 모습은 이제 아니예요. 지금은 맛있는 국밥, 이름난 「의령국밥」을 먹기 위한 순진한 탐식의 형태를 띠지요.

즐겨 먹는 이유야 옛날과 지금이 다르지만 맛이야 변할 수 있나요.
고기는 한우만을 골라와 먼저 수육을 만들고 가마솥에서 푹 끓인답니다. 수육은 잘 익으면 따로 건져 냅니다. 수육이 우러난 국물에 설명하기도 힘든 비법이 발휘되죠. 조미료? 할머니는 그게 무슨 말이지 모르십니다. 콩나물과 무도 넣어 끊인 후 간이 들면 밥을 말지요. 뭐 더 자세한 조리법이야 필요가 있나요. 어차피 집에서 해 먹을 것도 아닐 바에야. 의령 국밥은 의령에서 먹어야죠. 귤이 회수(淮水)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의령 국밥이 의령을 떠나면.... 상상하기도 싫군요.

국밥의 유래요?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면 서비스 국물로 주던 「술국」이 요기되게 밥을 말아 「국밥」의 형태가 되었을 수도 있겠지요. 바쁜 장사치들이 후루룩 먹고 물건 사고 파는데 전념하기 위해 생겨났었을 수도 있지요. 아니면 또 다른 이유들이 한데 합쳐졌을 수도 있구요.
기원이야 어떻든 맛 깊은 「의령장터국밥」을 먹으면 이미 「장터」라는 단어에서 묻어나는 갖가지 상상들을 보너스로 향유할 수 있지요. 한번도 가본 적은 없지만 TV나 소설에서 보았던 이미지를 통해서 말입니다. 시골 장터를 어린 시절 향유했던 이들은 과거의 향수를 깊숙이 느낄 수 있어 더 좋겠지요. 삼대가 함께 이어가는 맛 속에서 옛날을 떠올리는 건 자연스런 조건반사인지도 모르겠네요.
의령에 장이 서도 예전 같지 않겠지만 장터 국밥 맛은 그때와 지금이 따로 없습니다. 의령까지 가서 국밥 한그릇만 먹으면 섭섭하죠. 수육도 있어요. 입안에 녹아든다는 상투적 표현은 그 수육의 맛에 오래 전부터 녹아 있던 것이 아닐까 엉뚱한 상상을 해 봅니다.

허생원이 의령 장터에 왔었으면 국밥 한그릇 더 먹고 가려고 다른 장으로 옮길 마음을 쉽게 먹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혹 그 내용이 소설에서 빠진 것은 아닐까요?





*맛이 좋아서 다음에 와서 또 먹어야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수년이 흘렀군요. 그동안 근처를 몇번 지나긴 했지만 국밥을 먹지는 못했죠. 살면서 마음같이 되지 않는 것이 어디 그 뿐이겠습니까.^^

'건강,생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식도락계의 수퍼스타-대하  (0) 2006.09.30
송이와 솔숲  (0) 2006.09.30
인천앞바다  (0) 2006.09.29
시민을 위한 건겅도시 만들기  (0) 2006.09.29
열애의 기간은 2년  (0) 2006.09.29
Posted by ogfriend

인천 앞바다 맛 사냥



강화도 근해에서 잡은 수산물을 파는 인천 석모도 어류정항에는 선주가 운영하는 음식점 16곳이 몰려 있다. 사진 제공 인천시

  《바다 수온이 서서히 올라가면서 어패류의 씨알이 굵어지고 있다. 강화도∼영흥도로 이어지는 인천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수산물은 살이 차올라 단맛이 감돈다. 어민들이 잡아 올린 싱싱한 해산물을 먹고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채 바닷가 산책을 하기에 좋은 날씨다.》

▽석모도의 맛 기행=천일염전이 넓게 펼쳐진 석모도는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나루나 화도면 내리 선수 나루에서 여객선을 타야 건너갈 수 있다.

관광 어항으로 지정된 석모도 어류정항에서는 도심에서 맛볼 수 없는 해산물이 풍부하다. 어민들은 요즘 이곳의 명물인 병어와 밴댕이를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병어는 산란기를 앞둔 4∼6월이 제철. 은백색으로 살이 오른 병어회는 씹을수록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우러난다. 굽거나 쪄서 먹기도 하지만 석모도 근해에서 잡힌 병어는 횟감이 일품이다. 8, 9t 급 어선 20여 척이 잡은 해산물을 파는 횟집 16곳이 어류정항에 몰려 있다.

붉은색이 감도는 ‘북정새우’와 손가락 마디 크기의 중간 새우(중하), 가재, 주꾸미가 주산물로 꼽힌다.

어촌계장 한상순(58·016-331-3487) 씨가 물때와 음식점을 친절히 안내해 준다.


▽인천 도심 해변=경인전철 인천종점인 인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주꾸미골목이 있다. 만석부두와 북성부두 입구의 동구 만석동 ‘할머니쭈꾸미’(032-773-2419)가 원조.

알이 꽉 찬 주꾸미와 갖은 야채를 고추장에 볶아 내는 주꾸미볶음(1만∼3만 원)이 일품이다.

길 건너편의 ‘가연’(032-773-9012)은 주꾸미 요리 외에 우럭회 무침, 바지락 쌈장이 맛난 것으로 소문나 있다.

연안부두 인근의 ‘원조 밴댕이집’(032-883-0280)은 물메기 요리로 유명하다. 겨울 해풍에 20일간 말린 물메기를 1년간 숙성한 묵은 김치와 섞어 끓여낸 찌개가 군침을 돌게 한다.

▽영흥도 이색 먹을거리=국내 최대의 소사나무 군락지와 해안 기암절벽을 자랑하는 인천 옹진군 영흥도는 비슷한 경도의 태안반도 바닷가와 유사한 풍경을 자랑한다.

경기 안산시 단원구 대부도와 연결된 연도교(連島橋)를 통해 선재도를 거쳐 들어가야 한다.

영흥대교를 건너자마자 오른쪽의 진두나루에는 영흥수협(032-882-1348)에서 운영하는 직판장이 있다. 200개가량의 점포에서 싱싱한 소라, 주꾸미, 꽃게를 싼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수협공판장에서는 인근 어촌계 소속 100여 척의 선박이 근해에서 잡아온 자연산 어패류를 경매로 판다. 주변에 회를 파는 점포가 많다.

영흥면사무소 인근의 ‘하늘가든’(032-886-3916)에서는 영흥도 토속음식인 바지락매운탕(1인분에 1만 원)을 맛볼 수 있다.

바지락은 알을 배고 단맛이 제일 좋은 5, 6월이 제철. 주민들이 잡은 바지락에다 해물육수, 야채, 수제비를 넣어 푹 끓여 낸다.

박희제 기자

'건강,생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이와 솔숲  (0) 2006.09.30
의령 장터국밥  (0) 2006.09.29
시민을 위한 건겅도시 만들기  (0) 2006.09.29
열애의 기간은 2년  (0) 2006.09.29
40~50대 물렁뼈파열조심  (0) 2006.09.20
Posted by ogfriend
시민을 위한 건강도시 만들기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와 지역에서 건강하게 살기를 원한다. 건강도시는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두고 국민의 마음과 몸 그리고 사회 및 환경의 건강을 위해서 지방정부와 시민이 함께 애쓰는 도시를 말한다. 도시행정 전반에 건강의 개념을 반영하도록 힘쓰는 도시를 일컫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9월14일 경남 창원시에서 대한민국건강도시협의회가 창립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건강도시(healthy city)는 1985년 이후 역사적으로 많은 검증을 거치면서 20년의 역사를 가지고 발전하고 있다. 유럽에는 1300여 도시가 국가 건강도시네트워크에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와 제주도, 창원시 진주시 원주시와 남해군 금산군 연기군, 강남구 성동구 도봉구 성북구 부산진구가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지역 건강도시연맹에 가입했다. 외국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건강도시를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지난해 12월부터 건강도시포럼을 통해 건강도시에 가입했거나 준비하는 도시를 위해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장을 열고 있다.

그런데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건강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자치단체장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봉사행정에 집중하고 역량을 높여야 한다. WHO 건강도시연맹의 가입 사실 자체에만 홍보 효과를 노리는 전시행정으로는 결코 건강도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건강도시는 순수성과 전문성을 갖춘 시민들과 민간단체가 참여해야 한다. 참여단체가 정치세력의 발판으로 이용하거나 전문성이 결여되면 건강도시 정책은 표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역별 비정부기구(NGO)의 자정 노력과 함께 지역의 민간단체가 건강도시 사업에 참여할 때는 엄격한 자격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의 도시정책 방향이 기존 도시를 건강도시화하는 데 보다 주력해야 한다. 정부는 행정중심복합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신도시 건설을 통해서 보다 질 높은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기존 도시를 건강도시화하는 데 힘쓰면 새로운 도시 건설에서 오는 갈등과 양극화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로써 대다수 기존 도시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의 건설사업을 원만하게 추진하는 데도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건강도시를 만드는 데 보건복지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의 협력과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지원이 요구된다.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건설교통부, 환경부, 교육인적자원부, 기획예산처의 관련 부처가 상호 협력할 때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다. 건강도시를 만드는 데는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이 1차적으로 중요하지만 중앙정부도 이를 지원하고 격려하는 시스템을 갖춰야만 효과적이다.

다섯째, 건강도시협의회의 회원 도시는 세계에 내놓을 수 있는 모범 사례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예컨대 서울시의 청계천 복원사업은 우리나라의 건강도시사업에 좋은 출발점을 제공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모범적인 건강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서울시장을 비롯한 공무원들과 시민들이 건강도시 건설을 위해 더 협력하고 노력하는 일이 남은 과제다.

이러한 유의사항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각 시·도와 시·군·구가 지역 주민과 함께 건강도시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그러한 도시가 점차적으로 다수가 될 때 우리나라도 건강한 국가가 될 것이다.

[[조무성 / 고려대 교수·행정학]]

'건강,생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의령 장터국밥  (0) 2006.09.29
인천앞바다  (0) 2006.09.29
열애의 기간은 2년  (0) 2006.09.29
40~50대 물렁뼈파열조심  (0) 2006.09.20
뱃살보다 다리를 걱정합시다.  (0) 2006.09.20
Posted by ogfriend

열애(熱愛)의 지속기간은 2년?


부부 사랑|사랑은 왜 식는가


비난·경멸·반격·담쌓기는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 친밀감 주는 사랑은 오래 지속

당신 때문에 잠이 오지 않고, 오직 당신 생각만 하고,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감정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먹지 않아도 배가 고픈 줄 모르겠고, 자꾸 떠오르는 그 모습, 미신적이고 주술적인 행동, 생각과 상상을 넘나드는 망상, 공부나 일에 집중하기 어려움….

사랑이라 부르는 기분에 푹 빠졌을 때 흔히들 이런 체험을 한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사랑이 식어 극도의 증오감에 사로잡힐 때도 위와 똑같은 행동을 보인다. 영국의 심리학자 프랭크 탈리스(Frank Tallis)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 속에서는 강박증 환자가 보이는 뇌 활동과 흡사한 일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세로토닌(serotonin)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강박증 환자나 사랑에 빠진 사람이나 똑같이 평균인보다 40% 가량 적게 분비되는데 이런 상태에서는 쉽게 사랑에 빠지거나 성적 자극에 민감하며 자기통제가 무척 힘들다.

미국의 가수 보브 딜런은 ‘상사병’(love sick)이라는 노래에서 “난 아이처럼 말했고, 너의 미소에 무너져버렸어…”라고 사랑에 빠진 기분을 묘사한다. 이처럼 사랑은 이성도 마비시키고 수많은 예술가의 영원한 화두(話頭)가 되지만 야누스처럼 쾌락과 고통, 황홀경과 절망, 환희와 슬픔의 양면성을 지닌다. 그래서 사랑이 없으면 증오도 없다고 하는가 보다.

남녀간 사랑의 감정이란 무엇인가? 최근 영국 뇌 과학자의 연구에 의하면 사랑은 뇌의 특정 부위의 활동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자기공명영상법(MRI)으로 뇌활동을 촬영해본 결과 사랑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는 친구의 사진을 보여주었을 때와 다른 뇌 부위가 자극을 받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본능적 감정을 주관하는 부위(media insula), 마약 같은 최음제에 반응하는 부위(anterior cingulate), 보상을 받았을 때 활동하는 부위(striatum), 그리고 흥미롭게도 우울증 환자의 뇌에서 과도하게 작동하는 전전두엽(prefromtal cortex) 부위가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랑에 빠지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패러독스를 맛본다.

그렇다면 왜 사랑이 식는 것일까? 뇌 과학자들은 사랑에 빠져들 때 마치 공중에 붕 떠있는 듯한 황홀감을 느끼게 하는 페닐에틸아민(phenylethylamine)이라는 호르몬의 지속성이 아무리 길어봤자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흔히들 배우자가 외도에 빠져 번민하는 사람에게 “눈 질끈 감고 2~3년만 기다려봐. 제정신 차리고 돌아올 거야”라고 충고하는 것도 사랑의 지속기간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이 볼 때 이런 충고는 반쯤만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2~3년 후에 애인이 바뀌면 어리석게도 뇌는 또다시 다량의 페닐에틸아민을 새로 분비시키기 때문이다. 끝없이 애인을 바꿔가며 재미를 보는 ‘상습적 바람꾼’이라면 배우자가 아무리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봤자 사랑 중독증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 것이다. 이럴 땐 사랑중독증을 치료 받든지, 일찌감치 이혼하든지 양자택일을 하라는 최후통첩을 내리는 게 나을 듯하다.

▲ 찰스 영국 왕세자와 다이애나(오른쪽). 카멜라(왼쪽)의 삼각관계를 희화화한 인형.

사랑이 식는다면 어떻게 일부일처(一夫一妻)제가 존속되어 왔을까? 아니, 일부일처제란 인간의 본능과 순리를 거역하는 사회문화적 억지에 불과한 게 아닐까? 따라서 선진국마다 공통으로 높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는 21세기에는 저절로 소멸되어버릴 구닥다리 관습에 불과하지 않을까?

전문가들은 “아니다”라고 답한다. 인간의 뇌는 한없이 복잡미묘하여 여러 가지의 상반된 요소와 기능을 동시다발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열정을 급히 달궈주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호르몬도 있지만, 은근과 끈기로 사랑의 감정을 버텨주게 하는 옥시토신(oxytocin)이라는 호르몬도 있다. 옥시토신은 엄마가 아기를 안아줄 때처럼 주로 피부접촉을 할 때 다량 분비되며 친밀감과 안온함을 느끼게 한다. 이 또한 사랑의 감정이다. 옥시토신은 마약과 같은 중독성이 있는 도파민(dopamine)을 생성시킴으로써 뜨거운 열정이 사라진 후에도 은은하면서 지속성이 있는 사랑을 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옥시토신 덕택에 우리는 단 한 명의 배우자와도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영원한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은 어떻게 사랑할 사람과 아닌 사람을 식별할까? 원래 인간은 갓난아기 때부터 다른 사람의 감정적 신호에 반응하도록 뇌가 진화되었다. 두뇌 신피질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데 갓난아기의 뇌에서는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을 바탕으로 감정을 읽는 기본틀이 형성된다. 훗날 어른이 되어서도 이 기본틀에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하는 갈망을 갖게 되고 그런 사람을 만나면 사랑에 빠진다는 학설이 있다. 배우자를 찬찬히 살펴보라. 자신의 부모와 어딘가 유사성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이렇게 운명과도 같은 배우자를 만나고도 사네, 못 사네 하는 게 바로 우리 인간의 나약한 면이기도 하다. 사랑이 식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까? 부부치료의 세계적 권위자인 가트맨 박사는 행복한 부부와 불행한 부부는 특징적으로 다른 점이 몇 가지 있다고 말한다.

첫째로 이혼하거나 불행한 부부일수록 호감과 존중감을 표현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것이다. 습관적으로 장점보다 단점을 더 잘 발견하며 감사보다 불평을 더 많이 한다. 오래 살다 보니 정이 떨어졌다는 사람들을 유심히 보면 호감과 존중감을 표현하는 대신 비난, 경멸, 반격과 담쌓기를 자주 한다. 이 네 가지 행동은 이혼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이런 행동을 반복하면 이혼을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불행한 부부는 서로를 잘 모른다. 배우자가 무슨 색깔을 좋아하는지, 어느 친구를 가장 신뢰하는지, 친척 중 누굴 가장 싫어하는지, 어떤 경험이 가장 자랑스러웠는지, 꼭 이루고 싶은 꿈이 무엇인지 등을 모를 뿐 아니라, 알려고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몇 달 전 60대 부부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표면상의 이유는 남편의 의처증 때문이었는데 아내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는 이 남편은 놀랍게도 ‘사랑의 지도(地圖)’ 검사에서 빵점을 받았다. ‘사랑의 지도’ 검사란 가트맨 연구소에서 개발한 것으로 배우자에 대해 얼마만큼 아는가를 측정하는 질문이다.

▲ 이혼, 부부갈등, 남녀관계 등은 가정법률 상담소의 주요 상담내용이다.

그 남편은 20개 질문 가운데 단 한 가지도 못 맞혔다. 첫 상견례 때 입었던 옷을 기억 못하는 것쯤이야 눈감아 준다 하더라도 심지어 40년 가까이 함께 살아온 아내가 어떤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지조차 몰랐다. “아내는 특별히 좋아하는 음식이 없다”고 답하는 것이다. “그렇습니까?” 하고 아내에게 물으니 한참 머뭇거리던 아내는 목멘 소리로 “난 멸치국물에 말아먹는 국수를 제일 좋아한다”면서 눈물을 떨구었다. 어딜 가도 자기(남편)가 좋아하는 음식만 시킬 줄 알았지, 아내에게 뭘 먹고 싶은지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다고 흐느끼는 것이다.

사랑이 식는 부부에게는 또 한 가지 특성이 있다. 양보와 타협을 못한다는 것이다. 가트맨 박사는 지난 35년간 3000쌍 이상의 부부를 연구한 결과 행복한 부부나 이혼하는 부부나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그 문제 중에 69%는 싸우나 안 싸우나 결국 죽을 때까지 풀리지 않더라는 것이다. 단지 불행한 부부는 이 69%의 이슈를 싸울 때마다 지겹도록 반복하며, 한번 꺼냈다 하면 말을 삼가지 않고, 하고 싶은 대로 막 하면서 싸움을 극대화한다.

반면 쿨하게 싸우는 행복한 부부들은 69%의 문제를 다룰 때도 말을 다듬어가면서 무척 조심스럽게 꺼내고, 싸움이 격해지면 즉시 화해를 시도한다. “우리 너무 흥분한 것 같은데 잠깐 쉬자” “미안해, 그런 뜻은 아니었는데 말이 지나쳤네” “다시 말해 볼게” 등의 말은 싸움이 가열되지 않도록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변화가 가능한 31%의 문제를 다룰 때에도 불행한 부부들은 대개 한쪽이 다른 쪽을 완전 제압하는 방식으로 일방적으로 몰아친다. 폭력 가정에서 자란 자녀들은 타협하는 기술을 배우지 못하여 어른이 되어서 다시 폭력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는 경향이 높다는 연구도 있다.

끝으로 행복한 부부들은 서로의 꿈을 잘 알고 있으며 그 꿈이 서로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반면 사랑을 잃는 부부는 상대의 꿈이 무엇인지도 모르거나 꿈을 무시하고, 무조건 반대하고 나선다. 일생에 단 한번이라도 시집을 출판해 보고 싶다는 꿈을 말하는 아내에게 “도대체 지금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런 유치한 생각을 품고 살아! 꿈 깨!”라고 호통치는 남편에게 사랑이 식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전거로 해안도로를 따라 여행해보고 싶다는 남편의 말에 “돈도 못 버는 주제에 만날 놀러 다닐 궁리만 한다”고 핀잔 주는 아내가 사랑스러울 수가 있을까?

흔히들 성격차이 때문에 이혼한다지만 연구에 따르면 성격차이와 이혼율과는 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필자는 성격차이가 아니라 ‘정서통장’의 고갈 때문에 같이 살기가 괴롭다고 본다. 정서통장이란 부부 사이에 공유하는 사랑 감정의 총량이라 할 수 있다. 정서통장이 넉넉할 때는 자신감, 인내심, 너그러움, 희망, 기쁨, 평화를 느끼지만 반대로 정서통장이 빈곤할 때는 쉽게 짜증이 나고 화가 치밀며 적개심, 불안, 우울증, 절망, 열등감을 느낀다.

아파트 평수 넓히고 자녀의 학원비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려고 애쓰는 만큼 가정의 정서통장을 풍요하게 하기 위해서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인터넷 강국인 한국인이 전자우편과 컴퓨터 게임에 쓰는 시간이 느는 만큼 우리 가정의 정서통장은 점점 빈곤해지고 부부 애정은 식어갈 것 같아 걱정이 된다.

최성애 HD가족클리닉 원장·심리학박사

  fontSet();

'건강,생활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천앞바다  (0) 2006.09.29
시민을 위한 건겅도시 만들기  (0) 2006.09.29
40~50대 물렁뼈파열조심  (0) 2006.09.20
뱃살보다 다리를 걱정합시다.  (0) 2006.09.20
식욕중추를 건드리지 마라  (0) 2006.09.20
Posted by ogfriend

블로그 이미지
오래된 그리고 좋은 친구들이 가끔들러 쉬다 가는곳..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 중 게재됨을 원치 않으시거나, 저작권자의 요청이 있으면 즉시 게재한 내용을 삭제하겠으니 삭제요청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모닥불 올림. Any copyrighted material on these pages is used in noncomercial fair use only, and will be removed at the request of copyright owner.
ogfriend

태그목록

공지사항

Yesterday
Today
Total

달력

 « |  » 2025.2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