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0. 2. 17:04 살아가는 이야기
사위가 끓인 미역국
[펀글]
새벽 기도 마치고 컴푸터 붙잡고 열심히 블로그에 글 올리고 있는데
큰 딸이 "엄마, 미역국 끓여 놨어,나는 늦어서 가야걸랑,
ㅇㅇ 아빠(지 남편 이자 내 사위)하고 먹어" 한다.
어머나, 세상에 미역국을 끓이다니, 미역국을 끓이는걸 알았던가?
우리 딸이 미역국 끓이는거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상상도 못했던일이다.
결혼 한뒤에도 직장에 다닌답시고 서른이 훌쩍 넘도록 집안일은 쳐다 보지도 않고 ,
가끔 설겆이나 한번씩 했는데, 언제 어깨너머로 배워 두었나?
감개가 무량하고 궁금증이 고개를 들어 더이상 컴퓨터를 할수가 없다.
계단을 내려 가는데 부엌에서 달그닥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내려가 보니 사위가 밥상을 차리고 있다. 이번에는 더 내입이 벌어진다.
세상에나 우째 이런일이...
하필이면 동생부부도 며칠전에 시골에 아버지 뵈러 가고, 우리 남편은 지방 출장 가고,
초등생 외손주는 방학이라고 지네 큰집에 가고, 나머지 식구들은 (사위, 딸)
일찍 출근할테고, 오늘 아침밥 먹을 사람은 나하고 7살 외손녀 밖에 없을터,
그래서 아예 어제 저녁에 대합 한개 넣고 좀 넉넉하게 미역국을 끓였다.
저녁에 먹고 남은건 아침에 먹을 요량으로,
그런데.... 생각도 못한 아침 생일상이 차려져 있다.
어느 생일상 보다 이쁜 내 60번째 생일상
딸이 소고기 넣고 끓인 미역국에 사위가 차린 내 생일 밥상, 냉장고에서 있는거 없는거
다 찾아서 차려 놓았다.보기에는 초라 하지만 있을건 다 있다.ㅎㅎ 명란젓, 멸치 볶음, 김,
콩자반, 깻잎 에다 볶은지 며칠이 지난 우거지까지, 김치는 썰줄을 몰라 그랬는지 안보이고
대신 깍두기가 있네,
코가 멩멩 해진다. 둘째딸 때문에 속 바가지로 끓이는 엄마가 안됐던지,
둘이서 합작으로 엄마 생일상을 차린 큰딸이랑 사위가 많이 고맙다.
사위가 떠준 국 하고 밥 , 장모가 밥을 쪼끔 먹는다고 반공기밖에 안 되네,
생일날은 고봉으로 담는것이라던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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