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이제 공부안해! 정말이야." 조회(875) / 추천 /  퍼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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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06-04-24 11:18:19
시험을 앞두고
미친듯이 공부하던 애가
갑자기
"나, 자퇴시켜줘."
다음날 학교 다녀와서는
"나 전학시켜줘. 실업계로."
그리고 또 그다음날은
자기 방에서 책들을 집어던지면서
막 울고...
방안이 난장판이다.
남편은 조용히 들어가 정리를 해주고..
딸과 긴 시간동안 대화도하고...
그리고 다음날.
난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하려고 하는데
나가지 않겠단다.
"나갔다오면 기분도 전환되고 ... "
그러고 싶지 않단다.
휴우~~~ 애들 키우기 힘들다.
그리곤 "이제부터 공부 안 해." 하더니 텔레비전 앞에 앉는다.
'그러다 말겠지....'
안나까지 데려다 제 옆에 앉히고는
텔레비전에 빠졌다.
'그러다 말겠지...'
안나 머리도 묶어주고
안나 옷도 자꾸 갈아 입히고
방안이 옷으로, 머리 끈으로, 핀으로 어수선하다.
'그러다 말겠지...'
덩달아 아들아이까지 들락인다.
내게만 들리게 "엄마, 슬기 왜그래?"
"슬기 그냥 둬도돼?"
남편은 조급하게 생각말고 그냥 보잔다.
답답하기로 치면 애가 더 할거라고...
'누가 뭐랬나???' (서운, 섭섭, 답답)
공부하겠다는 아들아이까지 데리고 남편은 외식이라도 해야겠다고 나가잔다.
나갔다.
기분 좋게 외출을 하고 들어왔다.
기분 좋게...
그런데 딸아이의 마음은 바뀌지 않은 듯 하다.
아들애가 서둘러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가는 반면 딸아이는 또 텔레비전 앞이다.
일요일, 교회도 기분 좋게 다녀왔다.
아들애도 동생의 변화에 놀랐는지 눈치를 살핀다.
난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일상적으로 행동했지만
사실 남편의 부도소식을 들었을 때 보다 더 떨리는 게 사실이다.
표시나지 않게 청심환도 먹었다.
까스활명수도 먹었다.
월요일 아침,
"슬기야, 오늘부터 화이팅이지?^^" 했더니
"아니, 나 진짜로 공부 안 할거야. 그러니까 기대하지마." 그런다.
와르르르르르르르르르ㅡ르ㅡㄹ~~~~~~~~~~~~~ 가슴이 무너진다.
"그래... 아니, 그냥 기분이 좋아졌나해서."
"기분은 좋아. 가볍고."
그런데 딸아이 가방이 들어보니 무겁다.
책이 잔뜩 들어있다.
슬기가 먼저 말을 꺼낸다.
"응, 학교에 갔다두려고."
...............
아이는 학교에 갔고
난 집에 남아있다.
허탈하다.
참 허탈하다.
아이를 키우면서 이런 일도 있구나.
정말 생각지 못한 일이란 이런 일이구나.
꼭 공부만이 살길은 아니지만
아이의 갑작스런 변화에 당황스러운 것이다.
참 당황스럽다.
'그러다 말겠지?'
'그러다 말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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