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츠부르크의 여름 2006/08/11 10:55추천0스크랩0

잘츠부르크에는 두 개의역설이 숨어있습니다. 우선 당시의 봉건과 인습에 짜증을 느낀 청년 모차르트는 고향을 떠나 빈으로 향했지요. 하지만, 250년 뒤의 고향은 떠들썩하게 모차르트를 선전하며 관광 수익을 챙깁니다. 만약 모차르트가 구름 위에서 이 모습을 본다면 미소 지을까요, 찡그리고 있을까요.

또 하나는 더 심각한 역설입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만든 '삼총사' 가운데 하나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나치 시절, 음악계를 대표하는 친 나치 예술인의 거두였지요. 전후에 이 페스티벌을 국제화시킨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역시 젊은 시절, 나치에 협력한 혐의가 뚜렷합니다.

너무나 아름답고 가볍게 보이는 이 페스티벌의 뒤편에는 어둡고 암울한 '친 나치'의 역사가 깃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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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축제 공연장이 밀집한 호프스탈 거리를 걷다보면, 이런 고민도 자연스럽게 날아가버립니다.

인구 15만의 소도시는 주민보다 더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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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색 겸비'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의 인기는 잘츠부르크 중천을 찌를 듯합니다.

지난해 최고의 프로덕션이었던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에 이어, 올해 그녀가 출연한 '피가로의 결혼' 역시 최고의 화제작입니다. 마치 팝스타처럼, 잘츠부르크 거리 곳곳에도 네트렙코의 광고물이 붙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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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 250주년이다보니, 잘츠부르크에는 모차르트가 넘쳐납니다. 거리 위의 초콜릿 상점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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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가게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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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속옷 가게에도 모차르트는 넘쳐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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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아마데우스'와 '메이드 인 USA'로 이미지를 만들어낸 팝아트 전시회에는 위트가 깃들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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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축제극장은 올해 페스티벌에 맞춰 '모차르트를 위한 집'이라는 이름의 극장으로 재개관했습니다. 세련된 현대식 극장인데 제 디지틀 카메라에 담기고 나니, 그 멋이 그만 사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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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는 정년이 없습니다. 연단 위에서 미소 짓는,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모습. 20세기 최고의 바리톤은 여든 한 살의 나이에지휘자로 변신했습니다. 올해 잘츠부르크 축제에서 만났던 음악가 가운데가장 반가운 얼굴이었지요.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나 봅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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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츠부르크 축제 성공의'1등 공신' 혹은 잘츠부르크 상업화의 '장본인'.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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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를 위한 집'이 오페라 극장이라면, 대축제 극장은 일종의 콘서트 홀입니다.

우아한 드레스와 정장으로 한껏 멋을 낸 세계 각지의 관객들이 객석을 차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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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노링턴 지휘의 빈 필하모닉 아침 콘서트에 초청 받은 메조 소프라노 엘리나 가란차는

우아한 푸른색 원피스를 차려입고 나와 모차르트를 선사했습니다.

제가 앉아있던 오른쪽 1층 객석에 손짓을 보내면서 미소를 짓는데, 어쩔 줄 몰랐습니다.

그동안 오페라 '베르테르'와 '티토 왕의 자비'를 DVD로 보며달래야 했던 아쉬움이 한꺼번에날아가버립니다.

큰 키 못지 않게 시원시원한 메조 소프라노 음성은마치 나무 그늘 같습니다.

올해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발견한 저만의 '디바'는 단연, 가란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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