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에 해당되는 글 122건

  1. 2006.09.25 할머니의 텃밭
  2. 2006.09.25 가장깊은 감동
  3. 2006.09.23 고향에서 온편지
  4. 2006.09.23 어머니의 눈물
할머니의 텃밭
할머니의 이름은 김부용이었다. 그 이름이 연꽃을 의미한다는 것은 다 커서,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알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할머니는 농사를 짓는다기보다는 자연을 지켜보고, 보듬어 주고 키우는 맛으로 텃밭을 가꾸셨던 것 같다.

지금은 교대가 들어서고 고급주택이 즐비한 서초동 어느 곳에 할머니의 텃밭들이 있었다. 그곳에서 할머니는 참외랑 토마토를 키우시고 호박·고추·동부·광쟁이·콩·깨 등도 함께 키우셨다. 비 오는 날이면 숟가락으로 껍질을 벗긴 감자와 옥수수를 뉴 슈가 한 스푼 넣고 푹 쪄주시면 하루가 행복했다.

항상 할머니는 손자들을 앞세우고 아침이면 텃밭을 한번 돌아보시고, 저녁이면 당신이 키우시는 것들이 뜨거운 햇살 아래서 잘 견디었는지 순찰을 나가시곤 했다. 돌아오시던 할머니의 흰 무명 앞치마에는 늘 호박잎이나 풋고추들이 한가득 담겨 있었다.

저녁상은 할머니가 가져오신 것만으로도 푸짐하다 못해 넘치는 밥상이었다. 나는 요즘 푸성귀뿐이었지만 풍성했던 그 저녁상을 문뜩 떠올리곤 한다. 더구나 아토피가 있는 애들을 키우다보니 더욱 할머니의 밥상이 그립다. 호박잎 위에 뜨거운 밥과 된장을 얹은 후 입이 터져라 밀어넣고 파란 풋고추를 요즘 시장에서 파는 고추장이 아닌, 집에서 담근 고추장 듬뿍 찍어 먹고 울상짓던 어린 내 모습이 갑자기 아이들 얼굴 위로 오버랩된다.

가끔 할머니는 술을 담그셨다. 지금도 내가 술과 친한 것은 아마도 그때 할머니 곁에서 얻어먹던 술지게미 덕인 것 같다. 할머니가 주신 술지게미를 한 사발 먹고는 늘어지게 자면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간다. 그러면 나와 동생은 할머니의 치마꼬리를 붙잡고 깨 밭으로 간다. 부드러운 모래 같은 마른 흙이 깨 밭에는 많다. 동생과 나는 깨 밭 고랑 사이에 앉아서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벌러덩 누워서 하늘을 보곤 했다. 그것만으로 동생과 나는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늘 행복했던 것 같다.

글자를 전혀 모르시는 할머니는 엄마처럼 글자나 숫자를 강제로 외우게 하지도 않으셨고, 아직 학교도 들어가지 않은 어린애들에게 공부할 것을 강요하지 않으셨기에 할머니가 외출했다가 돌아오시면 엄마에게 잡혀서 글씨 쓰기 연습을 하던 나와 동생은 냉큼 할머니 치마를 잡고 따라나섰다. 동생은 할머니의 머릿수건을 챙기고, 나는 할머니의 연장 중 하나를 손에 들고. 요즘은 주말 농장이라고 이름 붙인 밭을 분양 받아서 ‘작은 농사’ 짓기를 하지만 그때 동생과 내겐 세상에 부러울 게 없는 농장이 있었던 셈이다.

할머니의 자연친화성 교육관은 종종 며느리인 엄마와 충돌을 일으켰다. 사대문 안쪽 출신인 엄마의 교육열은 남달랐던지라 강아지도 아니고 허구한 날 들로, 산으로 애들을 풀어 놓기만 하면 도대체 뭐가 되겠냐며 늘 시어머니에게 불만이었지만 할머니는 아랑곳하지 않으셨다. 하기야 까막눈이시면서 동네의 대소사는 다 챙기시고, 빌려 준 당신의 물건이나 그릇에는 여지없이 빨간 페인트로 표시를 해놓아서 어느 집에 가 있어도 당신의 그릇은 찾아오시던 위풍당당한 할머니인지라 지는 쪽은 언제나 엄마였다.

할머니는 나무를 베어내도 그 안에 살고 있는 날벌레를 따로 골라내서 놓아주셨고, 하수구에 뜨거운 물도 함부로 버리지 않으셨다. 그 안에 살고 있을 미물을 위해 조금 식혀서 버리는 것이라고 하셨다. 그런 할머니의 교육 덕분이었는지, 아직도 동생은 뜨거운 수돗물을 함부로 틀어 버리지 않고, 음식물 분리수거와 재활용품 분리수거에 유별나다. 나 역시 아직도 랩과 알루미늄 포일을 사용하지 않는다.

요즘 들어 할머니의 밥상이 간절해서 아파트 수돗가에 토마토와 상추 그리고 고추를 심었다. 이전에도 베란다에서 샐러드용 서양 채소를 키워 봤지만 별 재미를 보지 못한 탓에 이번에는 아예 작정하고 땅에다 심어 볼 요량으로 용기를 냈다.

주말에 아이와 함께 너무나도 소중한 텃밭을 둘러보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수돗가로 내려갔다. 커다란 살구나무 옆에 심은 토마토에는 작은 초록 구슬 같은 열매가 알알이 맺혀 있고, 고추는 별을 닮은 작은 흰 꽃을 말갛게 피워내고 있었다. ‘어머나 세상에 구슬 같다’ ‘상추가 초록빛 레이스 같은데’ 등 아이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다시 한번 할머니를 생각했다.

할머니도 우리들의 재잘거림을 들으며 한없이 뿌듯하셨고, 연보랏빛 깨꽃을 잡아뜯어도, 내가 아이들이 토마토의 작은 꽃을 따도 마냥 흐뭇하기만 한 것처럼 그랬겠지….

첫 수확이 있던 날은 온 가족이 신이 났다. 야들야들한 상추는 달팽이가 먼저 시식하는 바람에 구멍이 송송 뚫려서 정말 푸른 레이스처럼 보였고, 다 자라지 않은 고추는 먹기에도 애처로울 정도였다. 방울토마토는 입에 들어간 순간 아린 맛 때문에 아이들이 인상을 구기며 울상짓게 만들었다.

그래도 온 식구가 저녁 식탁 앞에서는 벌어진 입을 다물 줄 몰랐다. 풍성하고 싱싱한 식탁은 보람 그 자체였다. 어렵게 키운 돌미나리는 향기가 시장에서 산 것과는 너무 달라서 온 식구가 농사의 경이로움과 함께 자아 도취에 빠질 지경이었다. 후식은 돌미나리와 토마토를 넣고 간 주스로, 한 잔씩 마신 후 아이들에게 처음 해본 농사 일지를 써보라고 했더니 저마다 신이 나서 달려든다.

아이들이 농사 일지를 쓰는 동안 나는 할머니의 추억에 잠겼다. 당신이 키운 오이를 쓱 수건으로 문질러서 반으로 나눠 주신 후 손녀의 입에 들어가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던 모습이,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는 상추쌈을 보며 웃음을 질질 흘리던 내 모습과 왠지 닮았을 것 같다.

가족들이 당신의 제삿날을 두 번씩이나 잊어버리고 다른 날 제사를 지내자 할머니께서는 손녀의 꿈에 나타나 호통을 치신 이후로 한 번도 꿈에 나타나신 적이 없다. 오늘 밤에는 부디 나타나셔서 주름 가득한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그래 농사는 잘 되더냐’라고 물어 주셨으면 좋겠다.

[[유춘강 / 소설가,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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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깊은 감동
회장님은 왜 돈을 많이 벌고 명예를 얻을 수 있는

회장의 자리를 버리고
이렇게 고생을 하며
군고구마 장수를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회장은 크게 웃더니
주위를 한 바퀴 휙 둘러보며 말했다.

“자네는 이곳에서 뭘 느끼나?”

“예? 사람들과 포장마차 그리고 빌딩들…….
뭐 이런 것들이 보입니다.”

회장은 포장마차 밖으로 나오더니
포장마차 오른쪽에 붙여 놓은,
손으로 쓴 듯 보이는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종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걸 보며 느껴지는 게 있나?”


나는 많은 것을 가졌네,
사업에 성공해서 돈과 지위를 얻게 되었지.

그래 나도 그게 최고인 줄 알았어.

그런데 어느 날 자네가 서 있는 그 곳에서

나도 어떤 군고구마 장수에게 고구마를 사기 위해 서 있었고

성공과 돈이 다는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그때였네.

군고구마 장수는 몸이 불편한 사람이었어.

군고구마를 달라고 말하기 미안 할 만큼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었지.

중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있었나봐.

한 아이가 그 군고구마 장수에게 다가오더니

‘아빠, 몸도 안 좋으신데 이만 들어가세요,
제가 대신 일하고 들어갈게요.’ 라고 말하는 거야.



나는 그저 참 효심 깊은 아들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에

마침 그때 내가 서점 하나를 인수했던 싯점이었기 때문에

그 아이에게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어서 물었지

‘애야, 학교 가서 공부하고
여기에 와서 밤늦도록 아버지를 도와드리면 힘들지 않니?’

그랬더니...
그 아이가 힘들지 않다고 말하더군.

나는 그렇게 말하는 그 아이의 얼굴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여서

‘혹시 학교에서 필요한 책 없니?
이 아저씨가 서점을 하나 운영하는데

네 예쁜 마음이 아름다워서 좋은 책을 선물하고 싶구나.’ 물었었지.

그런데 그 아이는 아무런 책도 필요하지 않다더군.



회장의 긴 이야기를 듣고 나는 당연한 듯 말했다.

“동정 받기 싫었던 거군요.”

회장은 픽 웃으며 대답했다.

“동정? 나도 처음엔 그런 줄만 알았지.

그래서 ‘이 아저씨가 책을 주는 게 싫으니’라고 물었더니

그 아이가 대답하길

‘저는 하루에 한번씩
이 세상에서 가장 감동 깊은 책을 읽고 있는걸요.’라고 대답하더군.

나는 군고구마 장수가 가난한 살림에 그래도 좋은 책을 사주며

자식 교육은 잘 시키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물었지

‘어떤 책이 가장 감동 깊었니?

그리고 나는 그 아이의 대답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네.”

나는 궁금해져서 물었다.

“대체 그 책이 어떤 책이기에 회장님이 놀라시기까지......”



“어떤 책이 가장 감동 깊었냐고 묻는 나에게 그 아이는

‘전, 이 세상에 그 어떤 아름다운 이야기가 담긴 책보다

몸도 불편하신 아버지가
손수 수성 팬으로 삐뚤삐뚤 써 놓으신

군고구마 4개 2천원, 이라는 문구가
세상에서 가장 감동 깊어요.

저 글씨 안에는 가족들을 사랑하는 마음과

아무리 자신의 몸이 힘들어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는 거잖아요.

저는 아버지의 저 글씨를 보며
마치 책장을 넘기듯 가족을 사랑하는

아버지의 마음을 넘겨 볼 수 있어요.’라고 대답하더군.”



김종원의 세븐 데이즈(Seven Days)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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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에서 온 편지.
2006.05.02

 

http://cfs3.blog.daum.net/upload_control/download.blog?fhandle=MDg0QUlAZnMzLmJsb2cuZGF1bS5uZXQ6L0lNQUdFLzAvMjYuanBn&filename=26.jpg')">

#.

제일 오래된 편지라 처음으로 올린다.

우표에 찍힌 날짜가 94.8.31.이다.

강원도 인제군 남면 갑둔 1리 1반.

고향주소는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안 잊어 먹는다.

내 고향집 주소.

강원도 인제군 남년 신남 1리 1반.

갑둔리에서 온 단 하나 남은 편지라서 더 특별했다.

사진 속 편지지는 하얗게 나왔는데 실지로는 조금 누렇다.

요즘도 이런 편지지가 있을라나 모르겠다.

종이가 아주 얇다.

이 편지지에서도 고향이라는 그리움이 묻어 났다.

내용을 읽어보니

날짜가 팔월.여름인것을 보니 숙희 생일이라서 내가 자외선 차단제를 선물로 보냈던

모양이다.

그 답장으로 숙희가 보낸 편지다.

확인을 해보니 선물 준 나나 받은 숙희나 전혀기억이 없다.

#.편지 내용.

보시게.

날마다 화려한 별들의 축제를 기다리고,밤마다 화장실에

내가 앉아 배변의 쾌감과 맞바로 보이는 북두칠성의 반짝임과

먹구름을 몰고 오는 바람에 서걱이는 옥수수대의 몸짓을.

그리고 가끔씩은 풀밭은 날으는 반딧불을 빱.빱.빱.하며

불러보는 즐거움으로 나의 밤은 온톧 잔 칫날이라네.

%.자고로

잔치란 혼자보다는 여럿이 즐겨야 제 맛.

"자네를 이 화려한 별들의 잔치에 초대하네"

가끔씩 다녀가는 친구들이나,후배들만 아니라면 (결혼한)

더 이상 좋을수 없을 만치 좋네.

가끔여름이라 휴가 왓거나 놀러 왔다가 들르는

친구들은 마누라며 새끼들을 달고 와서는 괜히 내 기를

죽이고 심사만 사납게 하고는 훌쩍들 떠나 버리네.

오늘은 해숙이가 왔었고 해용이가 왔었고,

난 왠지 초라해져서 주눅이 들었었네.

이럴땐 자네가 왜 그리 그리운지.

웬수지?

오늘 자네 선물 받았네.

요즘 하얘지려고 아니 더 이상 까매지지 않으려는

눈물겨운 내 노력을 어찌 알았는가 자네.

꼭 요즘 한창인 u.v 란 화장품만 쓰고,기미 낄까봐 에소테리카 까지 거금 조고 사다가

매일 바르고 있다네.

수세미로 하얘지고 예뻐지려네.

고맙다는 말은 자네와 나 사이니까 안하겠네.당연한거니까.

소포를 가지고 우체부가 고추밭까지 왔었는데 풀어보니까

편지 한줄 없어서 속으로 욕을 욕을 하면서 집에 와 보니

편지는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네.

편지는 고맙네.

오늘 편지 봉투에 붙여지 우표를 보고서야 우표요금이 130원 인것도 알았네.

얼마만에 써 보는 편지 인지.....

오래 사용치 않아 녹슨 머리 굴려 오랜만에 적어보는 편지 재미있게 읽어주게.

선물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라고 헤아려주시게.

요즘은 최인호의 "길 없는 길"을 읽고 있다네.

4권 짜린데 첫번째권에서 진도가 영 안나가네.

시간이 모자란 탓.

이만 적으려네.

팔월 열엿새 날에.

갑둔리 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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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봄인데도 많은 비가 내리는 날 저녁이다.

다행히 전화를 받으시는 아버지의 목소리는

맑았다.

우선 안심이다.

언제부터인가 목소리만 들어도 부모님의 마음을 읽게 되었다.

그 때부터는 전화 벨이 울리는 동안에도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혹여 어디 편찮으시지는 않으실까 해서다.

어머니의 안부를 여쭈었다.

'어제 새벽에 느그 엄마 한바터면 돌아가실 뻔했다.' 남의 소식을 전하듯 하시는

아버지의 목소리였지만 다행히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안도의 마음이

진하게 묻어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나요?'

'몰라야, 갑자기 새벽에 허리가 끊어지듯 아프시다고 하시더라. 몸을 움직이도 못하드니만, 이제 조금 나은가보다. 지금 주방에서 식사하고 계신다.'

그래도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바꾸어 주실 수 있는가하고 물었지만

곧 다시 전화를 드릴게요 하고 끊었다.

전화를 받으시려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시고하는 번거러움을 드릴 것 같아서다.

자식으로서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눈물을 보는 것일게다.

지울 수 없는 아픈 기억이 내게도 몇 번있었다.

첫번째가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기억하기도 싶지 않는 일이다. 바로 추석날이었다.

모처럼 고향을 찾은 분들이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여기 저기 둘러앉아 윷놀이며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나누는 정말 우리의 명절, 바로 그날이었다.

내게는 아래로 남동생이 넷이었다. 막내는 그 때 당시 네살 쯤 되었었다.

아주 귀엽고 잘생긴 막내녀석은 마을 어르신들에게도 귀염을 받고 있었다.

.

거북이 모양의 몸통아래 실타래같은 바퀴가 달린 장난감을 끌고 다니며

놀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명절은 부모님에게는 부담스러운 날이지만 어린 우리들에게는

언제고 기다려지는 날이었다. 모처럼 맛있는 음식이며 멀리 집을 떠났던 친척들이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벌써 옛날 이야기이다.

30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우리 형제 중에 넷이서 학교 운동장에서 놀고 있었다. 나는 마을 형들과 배구를 하고 있었고

바로 밑 동생은 공을 차고, 그 밑에 동생은 담에 올라가서 놀았고, 그리고 막내는 담 밑에서

그 장난감을 끌고서 놀았다.

그런데 그 때 사고가 났다.

담이 무너지면서 셋째가 밑으로 떨어지고 밑에서 놀던 동생이 무너진 담벽에 깔리게 된 것이다.

사고를 먼저 발견한 둘째가 부서진 벽돌을 치우고 동생을 찾아냈다.

그리고 울부짖듯 나를 부르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운동에 열중애 있던 나는 정신없이 뛰어갔다.

막내의 허연 뇌가 보였다.

나는 이미 축 늘어져 버린 동생을 안고서 집으로 달렸다. 그리고 어머니를 불렀다.

안고 있던 나의 온 몸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동네 아주머니들과 모처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고 계시던 어머니가 내 품에 안긴 동생을 보셨다. 그리고 동생을 받아들고는 ......

난 이제껏 그만큼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어머니의 울부짖는 울음을 잊을 수 없다.

동생의 얼굴을 깨끗이 씻었다.

얼마나 예쁘고 개끗한지 몰랐다.

너무나 평온하게 보이는 그 하얗던 얼굴......

자식으로서 어머니의 눈물을 보는 것은

크나큰 불효이리라

그 일이 무엇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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