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겨울을 앞둔 지난해 11월 전남의 한농촌 마을에 걸식 노인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노인학대예방센터가 직원을 보내 현장 조사를 한 결과 이 노인은 아들 김모(55)씨의 폭행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가출한 정모(89.여)씨로 확인됐다. 정씨는 인근 농가의 비닐하우스에서 살며 구걸로 연명하고 있었다.
예방센터는 아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나는 그 아들이 아니라 동명이인이다", "나는 모르는 일"이라며 부양을 거부하는 바람에 정씨를 노인 보호시설에 입소시킨 뒤 아들을 노인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7개 노인학대예방센터에 접수된 2천38건의 노인학대 사례를 분석한 결과 아들에 의한 노인 학대가 50.8%로 전체의 절반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대 가해자는 이어 며느리(19.7%), 딸(11.5%), 배우자(6.6%), 사위(1%) 등의순이었다.
학대 유형별로는 언어 폭력.정서적 학대가 43.1%로 가장 많았으며, 노인에게 아예 관심을 두지 않는 방임(23.4%)과 구타를 포함한 신체적 학대(19.1%), 재산을 빼앗아 가는 금전적 학대(12.2%) 등도 적지 않았다.
노인 학대 신고자는 가족(35.8%), 본인(31.7%), 타인(12.5%), 노인복지관 등 관련 기관(10.2%), 법정 신고의무자(8.3%) 등의 순이었다.
이처럼 법정 신고의무자의 신고 비율이 낮은 것은 자신이 신고의무자라는 사실을 아예 모르고 있거나 신고할 경우 법정진술을 해야 하는 등의 번거로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행 노인복지법은 의료인과 노인.장애인 복지시설 종사자, 가정폭력상담소 직원 등을 신고의무자로 규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노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2004년 8월부터 노인학대예방센터를 설치, 운영해오고 있으며, 정부가 노인학대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통계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처음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고령 인구가 늘면서 노인학대 사례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면서 "전국에 노인학대 예방센터를 확충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보호책 마련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